Jack White – Lazaretto | Lazaretto (2014)

 

잭 화이트(Jack White)는 2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지만, 그 직전에 다른 이유로 화제가 되었다. 잭 화이트의 개인적인 이메일이 인터넷으로 유출됐는데, 여기에 바로 요즘 ‘핫’한 블랙 키스(The Black Keys)를 폄하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잭 화이트 왈 ‘모든 스타일에는 선구자가 있다’며, ‘요즘 티비에 나오는 자기 음악 같은 노래를 자세히 들어보면 절반은 블랙 키스 노래’라고 한다. 또, ‘블랙 키스는 자신을 너무 따라 해서, 가끔은 그들 노래가 정말 자기 노래처럼 들리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글은 상당히 물의를 빚었고, 잭 화이트는 결국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며 ‘나는 블랙 키스가 맛볼 수 있는 모든 성공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고, 이는 진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랙 키스가 잭 화이트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의 음악적 계보를 잇는 밴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잭 화이트의 사과문에도 블랙 키스가 완전히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급조된 변명은 찾을 수 없었다. 단지, 같은 계통의 음악을 하는 선배로서, 직속후배의 성공을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있었을 뿐이다. 유출된 글에는 자신 또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었을지언정, 블루스 락을 처음 한 사람은 아니라고 쓰여있었다. 그 글에는 비록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가 없었으면 아델(Adele)과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도 없었을 거라고 했지만 그 둘의 음악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 역시 없었다. 단지 자신이 이혼으로 마음고생 하며 음악 활동의 전면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을 동안, 블랙 키스가 거둔 성공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 아팠으리라.

그가 새 앨범을 들고 오면서 내세운 싱글 “Lazaretto”는 그가 얼마나 음악적으로 고심하고 변화를 꾀했는지 보여준다. 보컬과 곡 구조는 예측하기 힘들고, 전자음과 공간감을 활용한 사운드 밸런스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서 매 순간 꽉 들어찬 소리를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잭 화이트의 목소리에서는 아직도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자양분 삼아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자라는 동안, 그 또한 새로운 음악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18개월간 매진해온 새 앨범 [Lazaretto]를 들고 온 잭 화이트에게는 좀 더 반갑게 맞아주는 ‘전관예우’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오규진 | ohgyu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