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이정아, 크러쉬, 제국의 아이들, 태양의 새 앨범에 대한 다섯 필자들의 코멘트입니다. | [weiv]
 

 

 

이정아 | Undertow | 스티즈, 2014.06.05
이정아

한명륜: 가능성이라는 수사를 넘어서는 데뷔작이라고 얘기해도 좋겠다. 블루지한 멜로디가 강조된 “우리의 삶이 항상 날씨 좋은 그 어느 날 같으면 좋겠어요”, 에스닉한 측면이 강조된 “바람의 노래”, 사이키델릭 록의 느낌이 강한 “I Want To See You” 등 조금씩 다른 스타일들을 과장과 무리 없이 표현하고 있다. 앨범의 유기적 구현을 뮤지션의 표현력에 맡기고 과감히 다양성을 선택한 프로듀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8/10
오규진: 이정아가 세상에 얼굴을 알린 <슈퍼스타K>는, 미션이 주어지면 수동적으로 그 일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준 것은, 능동적으로 규정된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이다. 담을 수 있는 음악이 다양한 그녀의 백지장같이 깨끗하면서 맑은 목소리 덕분에 정재일, 정원영 등의 프로듀서진이 곡에 멋을 부릴 필요가 없어졌다. 단지, 그녀의 첫 정규 앨범이 단순한 포크에 머물지 않도록 셀틱 음악에서 쓰이는 음계나 반도네온 등의 특이한 악기를 사용했고, 앨범의 기승전결을 구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끌어오기도 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진부하지 않다.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소소한 듣는 재미가 있다. 정체성 없이 표류하기 쉬운 <슈퍼스타K> 출신으로서 놀라운 데뷔작이다. 9/10

 

 

크러쉬 | Crush on You | 아메바컬쳐, 2014.06.05
크러쉬

블럭: 풋풋함을 완전히 지우고 농도 짙은 어반 사운드들로 구성한 크러쉬의 첫 앨범은, 우선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가 품을 수 있는 넓은 범주(통시적으로 과거의 것들부터 가장 현재의 것들까지) 내의 것들을 모두 소화하며 자신의 영역을 과시함은 물론, 개별 트랙들 역시 좋은 퀄리티를 선보인다. 구애의 대상을 향한 개수작이나 끊임없이 반칙을 하는 두 가지의 모습은 전보다 훨씬 멋있게,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워낙 다양한 걸 잘해서 나이 들어도 걱정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세련미가 너무 강해서인지, 실력이 주는 감동과는 다른 원초적 느낌은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8/10
오규진: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에서 피비알앤비(PBR&B)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일관되고 지루하지 않게 만든 편곡 실력이 감탄스럽다. 피처링진과의 조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하지만 정작 아쉬운 점은 앨범의 주인인 크러쉬의 보컬이다. 대단한 편곡 실력만큼 특출하지 않은 그의 보컬이, 가만히 있길 거부하는 곡에 의해 잡아먹히는 순간들이 많다. 특히 가성은 리드의 느낌으로 곡에 어우러지는 편이지만, 진성을 주로 사용하는 “원해”나 “Hug Me”에서 그의 목소리는 오토튠으로 트렌디함을 주려 노력했음에도 알앤비 보컬로서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완성도가 매우 높은 곡들에 비해 보컬이 조금 아쉬울 뿐이라는 것이니까. 8/10

 

 

제국의아이들 | First Homme | 스타제국, 2014.06.02
제국의아이들

미묘: 전작들이 좀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면, 이 미니앨범의 초반은 의외의 기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삐끗 삐끗”은 리얼 악기 위주의 훵키 스타일로, 제국의 아이들의 강점이자 단점인 화사함을 쿨의 영역으로 뽑아낸다. 또한 타이틀 “숨소리”는 ‘용감한 형제풍’ 멜로디에 시원한 사운드를 결합해, 역시 이들의 화사함에 힘찬 리듬감을 부여한다. 팀에게 근사하게 어울리는 옷을 드디어 찾아낸 것일까. 그러나 후반부는 제아파이브의 “헤어지던 날” 멜로디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비틀비틀”과 ‘고만고만한 남자 아이돌 감동 트랙’인 “ONE”으로 이어진다. 안전성을 위한 배려라고는 해도 지나친 안이함으로 느껴진다. 6/10

 

 

태양 | RISE | YG엔터테인먼트, 2014.06.03
태양

블럭: 4년 만의 신작은 한마디로 착하다. 그리고 본인의 말대로 어깨에 힘을 많이 뺀 듯한 인상을 준다. 다만, 피비알앤비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럴 만한 트랙에서 어떠한 변칙 없이 정직하게 등장하는 보컬라인은 아쉽다.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무리하게 담아내지 않으며 타 장르의 문법을 차용하는 식의 흐름을 가져가지만, 무게중심이 알앤비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인상도 준다. 그러나 ‘착한 알앤비’는 본인의 선택이고, 적어도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게 전달되었으며, 보컬은 여전히 준수하다. 6/10
미묘: R&B를 기반으로 준수하게 뽑아낸 음반으로, 얼핏 ‘끼 부리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이 음반이 ‘끼 부리는’ 지점들은 다소 엉뚱한 곳에 있어 흥미롭다. 거대한 사운드 위에 티베트 산 속의 외침 같은 것을 흘려 넣던, 티어즈 포 피어즈(Tears for Fears)를 비롯한 80년대 뉴웨이브의 레퍼런스가 그것이다. 이미 빅뱅의 뮤직비디오에서 동방의 신비한 무도가 이미지로 등장했던 그다. 영미권의 이국 취향에 대한 응답으로 볼 것인지, 케이팝 자기-이국화 시대의 한 깃발로 볼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겠다. 8/10
김윤하: 지금까지 보여준 태양의 솔로 작업들이 빅뱅이라는 커다란 날개 아래 가려졌던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 이 앨범은 비로소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기 자신만으로 세간의 시선과 부딪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결과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호평받아왔던 기존의 어반알앤비나 슬로우잼의 색채를 기꺼이 버리고 좀 더 모던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선택은 꽤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아직 정점에 닿지 못한 태양의 능력치다. 매력적인 음색과 독보적인 ‘필’은 여전하지만 아직 만개에는 이르지 못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카리스마는 이전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워진 곡들에 내내 끌려 다닌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곡보다는 지-드래곤이 피처링한 “Stay With Me”나 곡 전체적으로 천천히 무드를 쌓아 올라가다 마침내 터뜨려버리는 “이게 아닌데” 같은 트랙이 돋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행인 건, 이 앨범이 보컬리스트 태양의 ‘또 다른 시작’으로 느껴진다는 점.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보고 싶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