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Jackson | Xscape | Epic, 2014 끝나지 않는 노래 마이클 잭슨의 두 번째 사후 앨범 [Xscape]가 발매되었다. 프로젝트는 에픽 레코드의 대표인 엘 에이 리드(L.A. Reid)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유가족으로부터 마이클 잭슨의 미공개 작업물을 열람할 권한을 부여받아 한 곡 한 곡 직접 들으며 선별했다. 리드는 앨범 5장 분량의 레코드 더미 속에서 녹음물을 추린 다음, 곡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재해석할 파트너를 영입하는 데 신중을 기했다. 그리하여 히트송 메이커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팀발랜드(Timbaland)를 주축으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스타게이트(Stargate), 제롬 “제이락” 하몬(Jerome “Jroc” Harmon), 존 맥클레인(John McClain)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뿐만 아니라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더 루츠(The Roots)의 퀘스트러브(Questlove), 디안젤로(D’Angelo)가 피처링 명단에 오르면서 팬들의 기대는 증폭되었다(아쉽게도 최종 트랙 선정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녹음물만 수록하기로 결정되었다). 오래된 레코드를 토대로 하는 음반 작업은 고대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거기엔 복원과 창작이라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다. 예컨대 복원이 1500년대에 완성된 <모나리자>를 리터치하여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한 것이라면, 창작은 페르난도 보테로가 부푼 풍선처럼 묘사한 <모나리자>이다. 복원과 창작은 원본을 바라보는 결을 달리한다. 복원의 핵심은 과거를 재현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복원가는 화가가 당시에 무슨 재료를 사용해 어떻게 그렸는지 집요하게 추리하여, 원본성(originality)을 회복하는 데에 주력한다. 창작은 자신만의 관점과 개성을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원작의 요소를 차용하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을 투사하여 새로운 의미를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첫 번째 사후 앨범인 [Michael]은 제작진들이 창작가의 길을 택한 결과였다. 음반은 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Thriller]와 [Invincible] 시기에 녹음한 10개의 레코드로 엮였는데, [Dangerous]의 메인 프로듀서를 맡았던 테디 라일리(Teddy Riley)가 총괄 지휘했다. 테디는 과감한 시도를 꾀했다. 잭슨의 목소리를 팝, 소울, 록, 힙합 등 현대적인 옷으로 갈아입히는 것이다. 게다가 에이콘(Akon), 50센트(50 Cent)의 목소리로 인기 뮤지션의 색깔을 더했다. 음반은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에서 1주 만에 마이클 잭슨의 최고 판매량이 갱신되었고, 빌보드 차트에서 3위를 석권했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부정할 수 없는 실패였다. 얼마나 새롭게 편곡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그의 보컬과 스타일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 사장되었기 때문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Hold My Hand”부터 당혹스럽다. 곡은 에이콘의 “I Wanna Love You”에서 들었던 임팩트 있는 오프닝 효과와 함께 웅장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묵직한 드럼 위에 우아하게 흐르는 피아노 멜로디, 반복적인 코러스 훅의 사용은 에이콘의 “Sunny Day”와 “Sorry, Blame It On Me”를 절묘하게 혼합한 인상을 준다. 파트 분배와 보컬 볼륨도 에이콘 위주로 설정되어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소속되어 있는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의 곡을 샘플링한 “Behind The Mask”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유행하는 일렉트로닉을 모사하는 수준에 그쳤다. 5분 내내 마이클 잭슨의 화려한 보컬과 애드리브가 펼쳐지지만, 각종 이펙트와 오토튠으로 변조된 목소리는 분주하기만 할 뿐 어떤 감동도 주지 못했다. 이처럼 첫 번째 사후 앨범은 주객전도, 완급조절 실패가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롤링스톤>은 “이것은 마이클 잭슨의 앨범이 아니다”라고 전면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Xscape]는 어떤 방법을 택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충안이다. 복원가와 창작가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전작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적극 반영했다. 리드는 작업하는 내내 “마이클 잭슨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사운드를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진들은 이를 현대화(contemporizing) 작업이라고 일컬었다. 특히 로드니 저킨스는 [Invincible]의 메인 프로듀서로 작업한 경험이 있어, 마이클 잭슨의 음악 스타일과 취향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었다. 타이틀곡 “Xscape”는 2001년에 로드니 저킨스와 마이클 잭슨이 함께 작업한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원곡자와 편곡자가 동일한 넘버이기도 하다. 마이클 잭슨은 “Thriller” 이후에 공격적이고 체제를 비판하는 음악에 매료되었는데, “Xscape”의 오리지널 트랙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딱딱하고 거친 느낌의 어그레시브한 라인에서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보컬이 도드라져 있었다. 로드니는 보컬의 특징은 유지하되, 곡의 분위기는 새로 꾸미기로 했다. 신스 스트링과 808 드럼 머신을 사용해 멜로디를 세련되게 다듬으면서, 호른 샘플을 삽입하여 풍부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완성했다. 그 결과, 호흡의 끝에 힘을 주어 뱉는 창법이 돋보이고 리듬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로드니는 인터뷰에서 마이클 잭슨이 옆에 앉아 조언한다고 생각하면서 프로듀싱에 임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과연 그의 취향과 스타일을 상기하며 세심하게 작업한 결과답다. 마이클 잭슨은 매 앨범마다 다른 뮤지션과 ‘콜라보’를 했는데, 대중으로부터 주목받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 반영했다는 듯이 [Xscape]에서는 “Love Never Felt So Good”이 그의 솔로 보컬 버전 외에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피처링한 버전이 수록되었고, 티저 형태로 가장 먼저 팬들에게 소개되었다. 전략은 매우 영리했다. 선공개한 곡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으며, 하루만에 49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Love Never Felt So Good”은 1983년에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인 폴 앵커와 마이클 잭슨이 공동 작곡한 노래로, 사실 1984년에 미국 싱어인 조니 마티스(John Mathis)를 통해 발매된 바 있다. 그리고 30년 만에 주인을 되찾게 된 것이다. 팀발랜드는 녹음 당시 마이클 잭슨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함께 당시에 폴 앵카가 직접 연주한 피아노 반주도 그대로 사용해 현장감을 살렸다. 사랑스러운 소울의 색을 띠었던 원곡은 현대화 작업을 통해 디스코로 거듭났다. 노래는 [Off the Wall]에서 마이클 잭슨이 천착했던 디스코의 화려하고 쫀득한 감각을 가공하여 재현한 인상을 준다. 그의 나직한 미성이 흩날리듯이 “Baby”를 속삭이면 신스 스트링이 잔잔하게 흐른다. 곧이어 짝짝 달라붙는 드럼, 반짝이는 클랩이 가세하여 곡을 더욱 더 다채롭고 댄서블하게 만들었다. [Xscape]의 의의는 마이클 잭슨을 추억하고 기리는 것 다음으로 전성기 궤적을 관통한다는 점에 있다. 트랙은 1983년에서 1999년 사이의 곡으로 구성되었는데, 그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Thriller]부터 [Invincible] 사이에 누락된 작업물에 해당한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만으로 전성기를 회고하며, 그의 음색과 특징을 음미할 수 있다. “Blue Gangster”는 [Invincible] 작업 당시 닥터 프리즈와 함께 만든 곡인데, [Bad]의 “Smooth Criminal”에서 접했던 어두운 도시 뒷골목 이미지와 갱스터 캐릭터를 환기시킨다. 음악은 음산한 오케스트라와 코러스로 시작한다. 제이락은 원곡 전체를 지배하는 드럼을 걷어내고 808 머신으로 베이스 비트를 새로 배치한 후, 두드리고 쓸어내리는 이펙트를 다층적으로 쌓아 어둡고 위험한 도시를 현대적으로 묘사했다. 마이클 잭슨 특유의 하이톤 애드리브로 시작하는 “Slave To The Rhythm”은 [Dangerous]를 위해 그가 리드,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공동 작업한 곡인데, 리드가 다시 재구성하게 되었다. 노래는 억압적인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가사로 시스템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어 “Xscape”와 유사한 태도를 취한다. 또한 “Chicago”는 1999년에 [invincible]을 염두하고 레코딩한 곡을 일렉트로닉 요소를 사용해 편곡한 것인데, 오리지널 트랙에서 느껴지는 음울한 분위기와 파워풀한 보컬을 그대로 옮겨왔다. 그의 음악은 혼합 장르, 탈장르였다. 일맥상통하게 [Xscape]는 다양한 요소를 차용하여 장르를 아우른다. 게다가 시대마저도 초월한다. 이번 사후 앨범은 그의 음악에 가장 열광하던 부모 세대부터 힙합, 팝, 일렉트로닉을 듣고 자란 자녀까지 함께 들을 수 있을 만한 곡으로 채워져 있다. 그 예 중 “A Place With No Name”이 대표적이다. 1972년에 밴드 아메리카(America)가 음반으로 발매했던 이 곡은 1998년에 마이클 잭슨의 재해석을 거쳐 녹음되었다. 편곡을 맡은 스타게이트는 오리지널 버전에서 눈에 띄는 기타 리프를 없애는 대신 리드미컬한 보컬과 전매특허인 애드리브, 비트박스를 강조했다. 강렬한 드럼과 구불거리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핑거 스냅이 곁들여지면서 일렉트로닉팝의 모양새를 갖추지만, 생전에 마이클 잭슨의 보이스와 음악이 보여줬던 역동적인 힘과 흥미진진한 전개는 한결같다. 이번 사후 앨범은 복원과 창작을 혼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새롭게 엮었다. “Xscape” 뮤직 비디오에서는 뮤지션과 댄서들이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나오는 영상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춘다. 과거와 현재는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음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모든 압제와 방해물로부터 벗어나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가사 또한, 그는 이미 세상에 없지만 그의 음악이 지니고 있는 불멸성을 은유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듣고 부르고 춤추는 한 그는 노래 속에서 영원토록 살아 있을 것이다. 그의 노래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 정은정 cosmicfinger99@gmail.com Rating: 8/10 수록곡 1. Love Never Felt So Good 2. Chicago 3. Loving You 4. A Place With No Name 5. Slave To The Rhythm 6. Do You Know Where Your Children Are 7. Blue Gangsta 8. Xs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