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lue Death┃ New Blue Death┃Loose Union, 2013 변화와 콘트라스트 홍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 인디씬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외국인 이주민 밴드(멤버 전원이 외국인 이주민인 밴드, 외국인 이주민이 다수를 점하는 밴드 그리고 외국인 이주민을 리더로 하는 밴드를 통칭한다)의 폭발적 증가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략 2년 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으나, 올해들어 마치 봇물이 터진 듯 맹렬한 기세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 3월에 조사한 바로는 약 20여개의 이주민 밴드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불과 3개월만에 이 숫자는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이들의 숫자에 관심을 두기 보다 어떤 새로운 밴드가 나왔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유용할 듯하다. 현직 원어민 영어교사/강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1-2년 전만 해도 타, 프리버드, FF 등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몇몇 홍대 클럽들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주민 밴드의 수적 증가와 함께 활동 범위도 대폭 넓어져서 홍대-이태원-해방촌으로 이어지는 ‘힙스터 벨트’ 전역에서 이들의 공연은 매주 끊이지 않고 열린다. 이제 주말 홍대 앞 클럽에서 외국인 이주민 밴드를 보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고, 이들이 한국인 밴드와 나란히 무대에 서는 것도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최근 홍대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주민 밴드들의 음악을 “한낱 아마추어의 음악”으로 일축해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의외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진 밴드가 많고, 간혹 놀라울 만큼의 음악적 성취를 보여주는 밴드도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뉴 블루 데쓰(New Blue Death, 이하 NBD)가 바로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NBD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북아일랜드 출신 이주민들로 결성된 다국적 6인조 밴드다. 현재의 라인업은 아담 브레넌(Adam Brennan, 기타와 보컬), 이단 와델(Ethan Waddell, 기타), 알베르토 알바(Alberto Alba, 키보드), 아담 히클리(Adam Hickey, 베이스), 토니 클라베티(Tony Clavetti, 드럼), 매기 데블린(Maggie Devlin, 보컬)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의 라인업은 앨범발매 당시의 라인업과 다르다. 앨범 크레딧에는 알베르토 알바, 토니 클라베티, 매기 데블린의 이름 대신 앤드류 라콤브(Andew Lacombe, 베이스)와 패트릭 월시(Patrick Walsh, 드럼)가 기록되어 있다. “Oh, What Blunder Is This?”에서 아담 브레넌과 듀엣으로 노래하는 여성 보컬은 매기 데블린이 아니라 적적해서 그런지의 이아름이다) 아무리 탁월한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이주민 밴드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음악활동을 엄격하게 취미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NBD의 경우는 일반적인 이주민 밴드, 나아가서 한국인 인디 밴드들에 비해서도 적극적이고 야심찬 태도를 보여준다. 그동안 이들은 음반녹음과 클럽공연 등 일상적 활동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꾸준히 모색해 왔다. 그 결과 2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상당히 화려한 이력을 쌓을 수 있었다. 2013년에는 첫 앨범을 발표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무대에 섰으며, 2014년에는 이들의 노래 “Big City Dreaming”이 북아일랜드의 BBC 라디오 얼스터에서 방송되었고(이 곡은 2014년 6월에 발매될 EP [Before We’re Gone]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들에 관한 기사가 코리아 헤럴드에 5단 컬럼으로 크게 실리기도 했다. NBD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은 2013년의 숨겨진 걸작 중 하나다. 이들은 여기서 특유의 어둡고 강렬한 포스트 펑크 아트 팝/록을 들려준다. 이들의 음악은 강력한 노이즈와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친근한 멜로디로 인하여 그리 어렵게 들리지 않는다. 이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와 콘트라스트다. 이들은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에서 완급의 변화와 강약의 대조를 이용하여 박진감을 불어넣는다. 첫 트랙인 “Scary Monsters”(원제 “Scary Monsters, Controlled Computers”)에서는 전기기타를 이용한 월 오브 노이즈와 성당 오르간 반주의 자장가풍 보컬 멜로디를 대비시키면서 극단적 다이내믹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로파이 녹음의 한계로 인하여 의도한 임팩트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점은 유감이다. 반면 완급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트랙들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느낌이다. “You, My Friend”의 경우, 자칫 평범할 수도 있는 팝 스타일의 곡이지만 느린 도입부에서 빠른 코다에 이르기까지 잦은 속도 변화를 통해 매우 인상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앨범의 수록곡들에 대하여 밴드 스스로는 레이 찰스(Ray Charles),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스푼(Spoon) 등의 영향을 언급하지만, 음악만 듣고 이러한 영향을 간파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담 브레넌의 보컬 스타일과 질감에서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와 데이빗 번(David Byrne)의 자취를 발견하는 것이 더 쉽다. 자비스 코커식의 절박한 보컬은 “The Violent Season”에서, 데이빗 번류의 신경증적 보컬은 “Love and Sex”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작고 아름다운 트랙 “Movies”는 마치 펄프(Pulp)의 낭만적 미발표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 앨범의 사운드를 로파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첨언하자면 사운드는 결코 나쁘지 않다. 비록 메인스트림 음반들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평균적인 한국 인디 음반에 비해서는 훨씬 완성도가 높은 소리를 들려준다. 장비의 부족을 창의성과 예민한 귀로 극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보컬과 배킹트랙의 발란스, 드럼의 어택, 기타의 볼륨감 등이 모두 적절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앨범의 진정한 강점은 송라이팅에 있다. 모든 수록곡이 다 수준 이상이지만 베스트 트랙을 꼽으라면 단연 6분이 넘는 에픽 발라드 “Minnesota”를 들 수 있다. 두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굽이치는 사운드를 배경으로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보컬이 어우러진 이 트랙은 서정성과 박진감을 동시에 갖춘 명곡이다. NBD의 데뷔 앨범은 마치 긴 악몽과도 같다. 그렇다고 공포에 사로잡혀 벌떡 깨어나게 되는 그런 꿈은 아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져 낯선 길을 헤매는 그런 종류의 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비관적이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앨범 곳곳에 실낱같은 햇살처럼 낙관과 유머와 기쁨을 배치해 놓는다. 앨범의 이러한 다면성은 우리의 여행을 불편하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이기웅 keewlee@hotmail.com Rating: 9/10 수록곡 1. Scary Monsters 2. Typhoon 3. Oh, What Blunder Is This? 4. You, My Friend 5. The Violent Season 6. Love and Sex 7. Movies 8. Minnesota 9. Chasing the Freak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new-blue-death 네이버뮤직 이주의발견, 대중음악상 선정위 추천 앨범평(2014.4.03):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