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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셋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포티(40), 시와 & Peppermoon, 쏜애플, 바닐라 어쿠스틱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포티(40) | Canvas | 40 컴퍼니, 2014.06.13
포티(40)

블럭: 그 어떤 계산이나 장식, 노림수 없이 장르 고유의 매력으로 펼치는 정공법은 아름답다(그게 경직되어있거나 정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컬이 전면에 내세워진 동시에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으며 여기에 붙는 작사, 작곡, 편곡, 코러스, 세션 등의 대부분을 스스로가 도맡아 주변부까지 직접 꾸려나가는 것이 곡에서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서사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작품 속 화자와 청자가 그려지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하나의 곡 안에 뚜렷하게 인상을 그려내는 점이 40라는 아티스트의, 동시에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다. 8/10
정은정: 반갑다. 트렌드를 좇지 않고 자신만의 팔레트로 그림을 그린 알앤비 음반이다. 포티는 일렉트로닉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채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를 곁들여 편안하고 감성적인 트랙을 줄줄이 꿰었다. 방금 막 꿀 한 스푼을 삼킨 것같이 부드럽고 달달한 목소리가 중저음부터 고음부의 애드리브 등 다양한 형태로 적재적소에 드러난다. 자신의 보컬에 대한 이해도와 작곡 실력도 탁월하다는 인상을 준다. 검정 아이템을 착용하는 여성에 대한 사랑을 담은 “Black”, 연인을 그리워하며 곁에 있어 달라고 고백하는 “별 헤는 밤”, 네가 얼마나 예쁜지 3분 내내 이야기하는 “예뻐”는 여심을 흔드는 킬링 넘버다. 8/10

 

 

시와 & Peppermoon | Skyside Melodies | 2014.06.12
시와 & Peppermoon

최성욱: 원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금 더 풍성하게 사운드를 마감한 점이 돋보인다. 페퍼문의 키보디스트인 피에르 파의 몫이다. 목소리의 음색과 기타의 음을 더욱 돋보이게 약간의 마감을 더한 격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짙은 시와와 레인보우99의 협업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결과물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음역대를 가진 목소리의 차이도 노래의 해석을 새롭게 더하는 이유다. 7/10
오규진: 프랑스와 한국의 두 가수가 뭉쳤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섯 곡 중 서로 두 곡씩을 담당하고 마지막 곡만을 영어로 같이 부른 형태가 되었다. 영어 노랫말을 같이 썼다곤 하지만, 둘 다 모국어가 아닌 가사를 자신들의 언어만큼 능숙하게 쓰고 부르긴 다소 힘들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둘의 목소리가 모두 들어간 유일한 트랙 “Lullaby Airplanes”는 감상하기에 조금 불편한 곡이 되었고, 프랑스와 한국의 팬들 모두 나머지 네 곡 중 절반을 ‘느낌’으로만 듣게 되었다. 프로덕션이 전반적으로 노랫말 감상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이 점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모든 곡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자국어로 반씩 주고받으며 불렀다면 더 감상하기 좋지 않았을까? 6/10

 

 

쏜애플 | 이상기후 | 해피로봇레코드, 2014.06.12
쏜애플

한명륜: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기타 음색과 날카롭고도 힘 있는 보컬이 조화를 이룬 수작. 한숨 같은 보컬의 속삭임과 아르페지오로 시작해 거친 리듬워크로 ‘파국’을 재현하는 “살아 있는 너의 밤”, “낯선 열대” 등은 대담함도 갖추었다. 비교적 짧은 곡 안에서도 분위기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리듬워크의 견고함이 집중력 유지에 기여한다. 8/10
정은정: 사과가 가시를 세웠다. 트랙의 음악적 통일성은 강해졌고, 추구하는 장르와 무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작과는 차별화된 견고함이 느껴진다. 1집에서 실험한 다양한 리트머스지 중에서 ‘포스트 펑크’를 집어든 결과다. 비음 섞인 스트레이트한 창법이 그들의 첫 번째 가시이며, 자글자글하게 끓는 듯한 기타 리프와 후려치는 드럼은 두 번째 가시다. ‘이상기후’를 주제로 가사를 전개한 스토리텔링 방식 또한 흥미롭다. 다만 레퍼런스에 대한 물음표가 불쑥 고개를 내민다. “살아 있는 너의 밤”과 “낯선 열대”에서 사색적인 사춘기를 닮은 가사는 못(Mot)을 연상케 한다. “백치”와 “낯선 열대”, “베란다”에서 들려주는 강렬한 기타 리프, 날 선 질감과 나른함을 오가는 보컬, 사이키델릭한 가운데 빛나는 쓸쓸한 정서는 아침(Achime)과 유사하다. 쏜애플의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뮤지션을 떠올리게 되는 점이 다소 아쉽다. 7/10
오규진: 음악적 텍스처가 다양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은 일관성이 지배한다. 1집은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믹싱의 도움으로 하나의 앨범에 맞추어냈지만, 2집은 컨셉 앨범으로서 하나의 주제를 기반으로 음악이 뻗어 나간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곡 간의 스타일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아 ‘쏜애플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앨범의 흐름 또한 포스트-펑크에서 조금씩 스타일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지점이 너무 뒤에 있어, 긴장감이 느슨해진다. 덥 리듬을 차용한 “베란다”는 개별적으로 보았을 땐 이질적 장르를 잘 녹여낸 좋은 곡이지만, 이전과는 꽤 다른 이 곡이 앨범의 변화가 막 시작하는 무렵에 위치하기 때문에 앨범을 일직선으로 감상하는 동안 한 템포가 끊기게 된다. 좋은 앨범이지만, 혁신적인 1집의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7/10

 

 

바닐라 어쿠스틱 | 3rd Part. 1 Eudaimonia | 쇼파르뮤직, 2014.06.13
바닐라 어쿠스틱

최성욱: 리듬감 있는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간혹 건반 연주)를 바탕으로, 대화하듯 문답하는 남녀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공식이지만, 바닐라 어쿠스틱은 그 뻔한 공식을 실전에 잘 적용하고 있다. 크게 이탈하는 곡 없이 일정 수준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적재적소에 삽입된 스트링 세션도 과하지 않게 흐른다. 7/10
한명륜: “Rain is Falling”, “별 두개” 등 화성적 기본기에 충실한 작법이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전반적으로 곡의 구조도 특별히 튀거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듯 곡을 매끈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경지. 그러나 곡의 구조를 해치지 않는 데 너무 집중했던 걸까. 매력적인 톤에도 불구하고 보컬이 묻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모범적인 작곡 교본을 만들고자 했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이겠으나,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면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