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 A Girl – Did We Live Too Fast | I Love You But I Must Drive Off This Cliff Now (2014)

 

댄 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는 확실히 특이하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Dr. Octagonecologyst]의 프로듀서,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Handsome Boy Modeling School)의 반쪽, 혹은 델트론 3030(Deltron 3030)의 일원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굉장히 넓은 범위의 음악을 프로듀싱해 왔다. 헤드 오토마티카(Head Automatica)의 [Decadence]에선 펑크와 뉴 웨이브를, 러배지(Lovage)의 [Music to Make Love to Your Old Lady By]에선 트립합을, 마일즈 케인(Miles Kane)의 [Colour of the Trap]에선 브릿팝을 들려준다. 그의 음악은 주로 오래된 느낌을 주는 드럼 샘플이나 룹을 기반으로 고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 밑바탕 위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음악을 구현할 수 있다. 연기자이기만 했던 엘리자베스 윈스테드(Elizabeth Winstead)가 그녀의 가수 커리어의 시작을 댄 더 오토메이터와 함께하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이 두 명이 결성한 듀오 갓 어 걸(Got A Girl)의 첫 정규 앨범 싱글 “Did We Live Too Fast”에서, 엘리자베스 윈스테드의 보컬도 관능적이고 인상적이지만 역시 가장 빛이 나는 건 댄 더 오토메이터의 ‘분위기를 캐치하는 능력’이다. 그는 그녀의 보컬에 가장 적합한 곡을 만들어 냈다. 서지 갼스부그(Serge Gainsbourg)의 프렌치 팝 같으면서도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의 부드러운 트립합,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곡 구성. 또, 우연하게도 이 ‘분위기 최적화’의 결과물이 예전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이나 러배지에서의 댄 더 오토메이터의 음악을 그리워하던 팬들이 기다려왔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앨범이 될 것 같다. | 오규진 ohgyu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