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트 펑크(Daft Punk)야말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일까? 회화부터 그래픽 아트스크린 프린트까지 이 듀오를 모티브로 삼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찾아봤다. 1997년의 첫 앨범 [Homework]부터 작년, 8년만의 신작 [Random Access Memories]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이 미래적인 음악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낸다주된 모티프로는 헬멧삼각형 피라미드로봇뮤직비디오의 이미지 등이 사용된다. 그들의 특징을 떠올리며 살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연출한 [Discovery] 뮤직비디오의 등장 인물들이 캔버스에 옮겨졌고피라미드식 계단에 거인처럼 군림하는 듀오 아래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신명나게 춤을 춘다.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다프트 펑크의 음악이 주는 경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까지 찰떡같이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곳곳에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역시 팬심은 아름답고 덕력은 위대하다. | 정은정 cosmicfinger99@gmail.com

 

dp01-Rediscovery_Artshow__Dave_GrecoCreation | Dave Greco | http://www.myelectronicdays.com

작품을 보고 제목을 확인하면 작가가 나타내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다프트 펑크는 단순히 음악가의 이미지를 넘어서 장르의 선구자임과 동시에, 청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다. 그림에서 로봇은 전혀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다. 오히려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악하는 로봇은 다르다.

 

dp02-Beyond._Andre_de_FreitasNo End | Andre De Freitas | http://andredefreitas.tumblr.com

다프트 펑크의 트레이드 마크인 헬멧과 삼각형 피라미드를 임팩트 있게 나타냈다. 듀오는 언제나 과묵하지만 음악만큼은 우리에게 쉼 없이 들뜨는 에너지를 전달한다. 뿌연 스모그와 빛나는 네온 사인 너머로, 그들의 플레이가 곧 시작될 것만 같다.

 

dp03-Big City Nights | Famous When Dead | http://famouswhendead.com

영화 [그녀]의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Spike Jonez)가 제작한 뮤직비디오 “Da Funk”를 보자. 의인화된 개, 찰스(Charles)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찰스는 붐박스를 들고 뉴욕 시내를 헤매던 중, 어린 시절 이웃이었던 베아트리체(Beatrice)라는 여성을 만난다. 둘은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약속한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버스를 타려던 찰나, 입구에 붙은 ‘라디오 금지(NO RADIOS)’ 안내판을 발견한다. 찰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끝내 탑승하지 못하고 베아트리체를 떠나보낸다. 그림은 그녀를 놓친 그의 우울한 표정이 아닐까.

 

dp-04-55555555 | John Larriva | http://johnlarriva.com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뮤직비디오를 맡은 “One More Time”의 등장인물들이 캔버스에 실사화로 옮겨졌다. 작품은 뮤비 속에서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연주하는 4인조 밴드를 나타낸다. 밴드의 태도는 다프트 펑크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매우 흡사하다. 스스로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모토 레이지는 이 곡뿐만 아니라 [Discovery]에 실린 14개의 트랙  전체를 뮤직비디오로 만들고, 이를 모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다. 1시간 30분을 할애하는 [인터스텔라 5555]가 바로 그것이다. 완성도와 근성이 뛰어나서, 단 한 마디의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하기야, 다프트 펑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수가 있겠는가.

 

dp-05-Daft_Punk_6._Marie_BergeronDaft Punk 6 | Marie Bergeron | http://mariebergeron.com

작년에 발표한 “Get Lucky”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다프트 펑크의 모습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 사이로, 중앙에서 노래하는 퍼렐(Pharrell)의 존재를 압도하는 세션맨으로 등장했다. 잘 차려 입은 슈트 위로 헬멧을 쓰고 기타를 치는 남자는 묘하게 섹시하다. 세션 로봇으로 변신한 섹시한 듀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도 좋다.

 

dp-06-Splendor_in_the_Outlands._Arabella_ProfferSplendor in the Outlands | Arabella Proffer | http://www.arabellaproffer.com

이 작품을 보면 머릿속에 다프트 펑크의 두 음악이 차례대로 재생된다. 하나는 사랑을 속삭이는 “Something About Us”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인물이 동산 위에 무릎을 베고 누워 여유롭게 햇빛을 쬐고 있다. 비록 그들이 헬멧을 쓰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따스하고 로맨틱하기만 하다. 한편, 작품명을 살펴보면 다프트 펑크가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 O.S.T의 수록곡인 “Outlands”가 생각난다. 전쟁에 지친 기사들이 세계의 바깥으로 빠져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dp-07-Rediscovery-Artshow-Gina-KielTransformation | Gina Kiel | http://www.ginakiel.com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가 감독한 뮤직비디오 “Around The World”의 춤추는 군상을 닮은 여체가 리듬을 느끼고 있다. 다프트 펑크의 트레이드 마크인 헬멧도 쓰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변신 중인 모양이다.

 

dp-08Rediscovery-Artshow-Not-Human-After-All-by-Andrew-SpearNot Human After All | Andrew Spear | https://www.facebook.com/andrewjspear 

3집 [Human After All]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결국엔 사람(Human After All)”이라는 표어를 부정하고, 인간을 초월하는 자연 속의 거대한 모아이 사이에 헬멧 석상을 교묘하게 집어넣었다. 모아이와 헬멧을 동급으로 배치한 작가의 시선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앨범의 1번 트랙이기도 한 “Human After All”을 들어보자.

 

dp-09Rediscovery_Artshow__Art_by_Scott_ListfieldRobot Rock | Scott Listfield | http://www.astronautdinosaur.com/art115.htm

“Robot Rock”도 마찬가지로 3집 앨범의 수록곡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뮤직비디오에서 로봇이 록커로 변신한다. 그는 기타 리프가 강하게 배치된 구간마다 허리를 꺾으며 연주한다. 작가는 강렬한 선율을 레이저 건의 불빛처럼 느낀 듯 하다. 뮤비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던 로봇들이 레이저 건으로 멋지게 빔을 쏘고 있다. 해당 넘버를 들으면 작품에 대한 이미지의 연상이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작가는 주로 우주인과 로봇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dp-10-Futuro_Punkaris-Monumentus_(Moon)_by_PJ_McQuadeFuturo Punkaris – Monumentus (Moon) | PJ McQuade | http://www.pjmcquade.com

다프트 펑크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달이 뜨고 다프트 펑크가 떴다. 피라미드식 계단에서 거인처럼 군림한 듀오 아래 관중과 동물들이 신명나게 춤을 춘다. 심지어 너무 신난 나머지 몸이 공중에 붕 뜬 사람들도 있다. 모두 저마다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칭찬보다 우리를 더 춤추게 하는 건 음악이다.

 

dp-11-samuel_ho_daft_punk-600x800Legacy | Samuel Ho | http://samuelho.com

[트론: 새로운 시작]에서 엔딩 타이틀 곡으로 쓰인 “Tron Legacy”를 연상케 한다. 배경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전광판의 문구가 눈에 띈다. 다프트 펑크의 [Human After All]에 수록된”Technologic”이 등장하고, 가사였던 “Work It”은 왼쪽 상단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외에도 그들을 연상케 하는 “Robot Rock”, “Human”, “Alive”가 전광판으로 나타난다. [Discovery]의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엮은 애니메이션 [인터스텔라 5555]를 상징하는 숫자 “5555”도 표시되어 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다프트 펑크의 조각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