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넷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쿠바, 하우스룰즈, 공집합, 마마무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쿠바 | New Wrestler | 2014.06.19 오규진: 현대적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베이스와 드럼을 중심으로 리듬의 다양화를 꾀한 것은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드 록이나 그런지 곡들이 이렇게 표현되다 보니 영락없는 ‘옛 음악의 재해석’ 음반으로도 들린다. 중간중간 곡을 뚫고 나오는 기타 리프 역시 구조상 식상할 수 있는 곡에 재미를 더한다. 또한, 이번 앨범이 드럼과 베이스 주자가 달랐던 3집을 발매한 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2집을 재녹음해 발표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두 앨범의 음악 스타일은 꽤 다른데, [New Wrestler]가 재녹음 음반이란 점을 모르는 사람에겐 이번 앨범이 ‘과거로의 회귀’와 ‘아마추어티 벗기’를 동시에 이룬 것으로 보일 것 같다. 9/10 한명륜: 거의 10년 전에 나온 음반의 재발매작이지만 리마스터링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레코딩을 통해 다시 태어난 앨범이다. 앨범 전반의 설계자인 기타리스트 이정우가 “Desire”, “Wrestler” 등에서 들려주는 기타 사운드가 가진 부피감과 디테일은 2005년의 결과물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 할 만하다. 특정 파트의 서포트에 머무르지 않는 강력한 타격감을 지닌 강대희의 드러밍 역시 흥미로운데 썬스트록, 해리빅버튼 등 최근 1년 사이 그가 참여한 앨범들과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8/10 하우스룰즈 | ROAD TO VENUE | 애프터문, 2014.06.16 최성욱: 하우스룰즈처럼 균질한 결과물을 꾸준히 발표하는 그룹도 드물다. 트렌디한 감각, 드라마틱하고 그루브한 전개도 여전하다. 간간이 지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음악도 포진해 있으나, 그동안의 하우스룰즈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우스 음악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으나, 딱히 흠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타일을 세밀하게 가다듬고 있다. 7/10 정은정: 여름과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연신 경쾌하고 청량한 무드를 자아낸다. 하우스룰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통통 튀는 신스, 펑키한 리듬감, ‘서로’의 재지한 감성이 느껴지는 색소폰 연주까지 여전하다. 4집 [Reset]이 객원보컬 체제로 트랙의 통일감을 꾀했다면, 이번에는 김호연, 모니카, 에바(Eva), 스티브 킴(Steve Kim) 등의 보컬을 통해 곡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했다. 모닝콜로 시작해서 서울의 낮과 한강의 오후를 담으며 공연장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앨범 콘셉트도 참신하다. 그러나 광화문에서 아리랑을 튼다는 발상에서 착안한 “아리랑(Korea Fantasy)”에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곡은 아리랑 선율에 부활의 김태원이 직접 연주한 기타 사운드와 전자음으로 결합되었다.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아쉽게도 화려한 멜로디와 두드러지는 베이스 비트, 상승하다가 폭발하는 듯한 이펙트, 점층적인 곡의 전개는 재해석이라기보다 아리랑을 이용한 EDM(Electronic Dance Music)이라는 느낌을 준다. 힘을 빼고, 서울을 드라이브하는 천진한 명랑함과 감수성으로 일관하는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았을까. 7/10 공집합 | 묘한정지 | 2014.06.19 최성욱: 세션들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소곡처럼 차분하고 미니멀하게 흐른다. 김한지의 장악력이 돋보이는데, 카리스마 있게 노래를 휘몰기보다는 음을 침잠시키고 서서히 공명시키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음색과는 다르게 노랫말은 의젓하다. 고요한 가운데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랫말이다. 지나치게 단조롭게 흐르는 멜로디가 흠이지만, 이 앨범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8/10 오규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들리는가’이다. 김한지의 목소리와 창법은 단번에 그녀의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이다. 하지만 그 방식을 앨범 전체가 흐르는 동안 고수하는 것이 어울리는지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앨범에서 보컬의 음색을 바꿀 땐 대부분 목소리를 바꿔서 이뤄내지 않고 믹싱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걸음”에서처럼 믹싱의 변화나 “버스정류장”과 같이 중간에 텐션 음을 넣어 긴장을 주어도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다. 가장 쉽게 미묘한 음색을 바꿀 수 있는 악기가 인간의 목소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쉽다. 6/10 마마무 | HELLO | WA 엔터테인먼트, 2014.06.18 블럭: 잘 만들어졌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마마무를 만든 김도훈은 예나 지금이나 특정한 장르나 흐름에 특화되어 있으며, 거기에 최적화된 동시에 레트로 사운드의 활용으로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전달한다. 가사를 쓰는 능력은 아직 아쉽지만 래퍼인 화사가 솔로 곡을 직접 쓴 것도 인상적이다. 개개인의 보컬 역량도 뛰어나며 곡을 소화한다는 개념 이상의 퍼포먼스를 펼치지만, 지나치게 밀집된 공간 안에서 역량을 분출하다 보니 가끔은 과잉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넣고 싶은 요소는 많고 기교도 자랑하고 싶은데 트랙은 짧고 여유는 없으니 가사나 앨범 전체의 호흡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 곡이든 앨범이든 여유를 가지고 길게 뽑아내도 될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아쉽다. 6/10 한명륜: 최근 신인 걸그룹 프로듀싱은 부담스런 한 상을 차려내기보다는 메인 디쉬를 놓고 짜임새 있는 코스 요리 같은 조화를 이루는 데 주력하는 인상이다. 통상 데뷔 EP의 인트로에서는 기획사나 그룹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쳐대게 마련인데, 이들의 43초짜리 인트로곡인 “Hello”는 그런 면을 피하고 있다. 타이틀곡 “Mr. 애매모호” 역시 소울풀한 보컬 퍼포먼스를 내세우면서도 솔로 스팟의 비중을 최대한 짧게 가져감으로써 화성을 중시한다. 특정한 포인트가 없는 것은 단점이라기보다 기획 초기부터의 의도라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