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한국 대중음악 저널리즘과 비평, 연구의 거리를 줄여 각 분야의 생산적 관계를 도모하는 동시에, 음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연구 저작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 [weiv] 음악방송무대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물론 고질적인 음향문제나 안무 동선 파악 부족, 음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소위 ‘발카메라’와 같은 오명이 붙기도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한류의 영향으로 시청률과 관계없이 중요성은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음악방송에 자주 쓰이는 LED세트가 음악방송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음악방송 ‘뮤직뱅크’ LED세트 영상그래픽의 변화 과정에 관한 연구 : 미학적 특성 변화를 중심으로」| 김지혜 |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2012 논문 다운로드 (1) http://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a7d127ba144e468dffe0bdc3ef48d419#redirect 논문 다운로드 (2) http://dl.nanet.go.kr/SearchDetailList.do 개인의 역량이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지는 예술이라 할지라도 기술발전이 변화를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일수 있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공급과 청취 형태가 급격히 변하며 새로운 현상을 나타낸 것처럼, 음악방송도 텔레비전 공급 이후 뮤지션이 나와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순한 형태에서 현재 무대장식과 조명, 컴퓨터 그래픽 효과, 카메라워크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간 복잡한 형태로 바뀌었다. 논문은 이중 [뮤직뱅크]의 LED세트(LED 스크린, LED 디스플레이로도 사용)를 활용한 영상그래픽의 미학적 특성을 밝히고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연구문제로 삼고 있다. [뮤직뱅크]를 선정한 이유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음악중심’을 중심으로 한 선행연구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악방송의 시청률을 생각하면 출연진의 팬들이 주시청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한때는 [SBS 인기가요]가 신경 써서 무대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근은 [MBC 뮤직]의 [쇼챔피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뮤직뱅크]는 상징적인 의미와 권위는 가지고 있으나 무대는 평범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뮤직뱅크]여야만 하는 당위성을 서론에서 주장했다면 선정 이유가 힘을 받았을 것이다. 용어에 관한 정의나 합의는 필요하지만, 이른바 ‘신한류’ 혹은 ‘한류 3기’로 불리는 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 현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대략 2009년-과 [뮤직뱅크]가 해외 공연을 처음 한 시점인 2011년에 관한 이야기가 결론에 약간 나오는 것만으로는 미약하다. 반면, LED 기술 발전단계 구분과 [가요 톱 10]부터 [뮤직뱅크]를 그에 맞춘 분류는 신선하다. 표는 논문에서 가져왔다. 이중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하여 이루어진 연말결산 혹은 연말특집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연말에는 특성상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무대장치와 그 해의 활동곡 두 곡을 메들리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평소의 [뮤직뱅크]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선정에 관한 이야기는 없어 역시 궁금증을 남긴다. LED는 Light Emitting Diode의 약어로, 발광다이오드의 영어명이며 빛을 발하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고 한다. 전기신호가 인가되면 빛을 발하며, 다양한 색상구현이 가능하다. 형태도 자유롭고 고휘도, 저전력이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는데 방송세트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 배경화면으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2009년부터는 LED세트가 음악방송의 주축이 되었다. 영상그래픽의 이론으로는 게슈탈트의 시지각법칙을 사용하고 있다. 게슈탈트는 전체를 뜻하는데 특정 요소를 뽑아내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고, 부분의 속성이 전체적 연관성에 종속되는 원리를 가리킨다고 한다. 게슈탈트의 시지각법칙은 집단화의 법칙, 단순화의 법칙, 등가성의 법칙, 전경과 배경의 법칙 네 가지로 나뉘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집단화 법칙은 구조적 패턴을 찾아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유사성, 근접성, 완결성, 연속성의 법칙으로 나뉘며, 각각 유사한 시각적 요소를 연관시키고, 한 덩어리로 보려 하고, 불완전한 이미지를 완전하게 보려하고, 선을 부드럽게 연결시키려는 경향을 말한다. 단순화 법칙은 형태나 패턴을 단순화하려는 것을 가리키며, 등가성 법칙은 형태가 대칭적으로 평형감각을 가지려는 경향을 말한다. 전경과 배경의 관계 법칙은 형태와 배경의 공간적으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사실 [텐아시아]나 [아이돌로지] 같은 저널에서도 음악방송을 다루지만, 무대보다는 주로 카메라워크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 논문은 무대 요소 중에서도 LED세트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가요 톱 10]은 역사적으로 세트의 변화를 살펴보고, IMF라는 특수상황으로 음악방송이 예산이나 이미지에서 제재를 많이 받은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가요 톱 10]의 폐지 이후 잠시 변형된 프로그램이 생겼다가 [뮤직뱅크]로 자리를 잡게 된다. [뮤직뱅크]를 다시 3단계로 나누어 1998년부터 2003년까지를 단순화법칙과 등가성 적용시기(1단계)로, 2004년부터 2008년을 집단화 법칙 적용시기(2단계)로, 2009년부터 2011년(3단계)을 복합적 적용시기로 나누어 각각 예를 들어 분석하였다. 1단계는 세트에 영상매체가 들어가며 조명이 확장되고 세트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LED의 도입으로 영상그래픽 요소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단순화법칙과 등가성법칙이 가장 많이 나타남을 밝히고 있다. 2단계에서는 집단화 법칙이 나타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본 동영상 예시와 함께 설명하려고 한다. 근접성의 법칙 원더걸스 – Irony + Tell me | 2007 별모양 무늬가 상단부에 있어 근접해 있는 무늬가 하나로 모이는 근접성의 법칙을 유지한다. 별의 색상의 변화와 원더걸스 글자가 상하의 움직임으로서 단조로움을 피한다. 근접성의 법칙은 위치간격이 중요하며, 가까울수록 관객이 주목한다. 전경법칙 서인영 – 리듬속으로 | 2010 전경의 요소가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며, 가수 이름 SEOINYOUNG의 타이포를 통해 근접성의 법칙에 따른 집단화의 법칙을 나타낸다. 사각형태의 타이포가 정보 전달보다 그래픽요소로 지각된다. 세로로 돌아가는 연속성의 법칙, 가로 배치와 가로 로테이션, 그리고 두 개가 열십자로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여줘 전경으로 기능하게 한다. 완결성의 법칙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 소녀시대 | 2007 소녀시대를 부를 때, 방사형 원이 그래픽요소가 된다. 바깥에서 중심으로 모아주는 효과와 더불어 LED세트가 분할되어 있는 형태지만 시각적으로 모아줘 주목하게 한다. 완결성 법칙은 요소를 집단화하여 가수의 무대에 주목하도록 돕는데, 간격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간격이 떨어져 있으면 영상이 분할되어 보이므로 주목성이 떨어지고, 관객은 가수에 집중하므로 조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단계는 복합적인 시기인데, LED세트의 크기가 커지고 한류의 영향으로 뮤직뱅크도 주목받게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배경법칙 환희 – Bring it back | 2009 도시를 주제로, 노래 제목인 Bring it back을 네온 간판처럼 배치했다. 그리고 건물 유리창의 반짝임을 미적요소로 넣어, 밤의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세트의 확장’이라고 언급하며 그래픽요소만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티아라 – YAYAYA | 2010 복잡한 구조의 그래픽 요소를 활용하고 있는 무대이다. 크리스마스를 표현하는 산타, 선물, 종, 트리 등의 다양한 그래픽 요소가 일렬로 배치되어 집단화되었다. 이 그래픽 요소들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한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배경의 역할에 무리가 없다고 분석한다. 전경과 배경법칙 인피니트 – 내꺼하자 | 2011 인트로는 가상공간을 콘셉트로 기하학적 형태의 그래픽 요소와 그것을 연결해주는 선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동일한 방향으로 인식하는 완결성 법칙의 상위개념인 집단화 법칙의 효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내꺼하자는 여러 개의 선과 구의 형태가 나오는데 구를 그래픽 요소로 인식하기보다는 추상적 배경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로고를 전경으로 하여 장식의 효과와 동시에 인피니트의 공연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티아라 – Bo peep Bo Peep | 2009 빨강, 노랑, 녹색, 보라의 컬러와 나무모양의 일러스트, 노래 제목 Bo peep Bo Peep의 타이포그래픽까지 세 가지 그래픽 요소를 가지고 있다. 컬러 구도에서 원형이라는 유사성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고 좌에서 우로 가는 방향성으로 연속성의 법칙을 가진다. 나무모양도 마찬가지이며, 컬러와 나무모양이 전경과 배경의 관계법칙에 해당한다. 전경은 가수명과 노래 제목을, 배경은 세트의 장식 역할을 한다. 비스트 – Fiction | 2011 사실적인 가상공간이 그래픽 요소로 등장하고, 폐허의 공간이라고 언급한다. Fiction이 슬픈 분위기의 곡이므로 어두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회색톤을 선택하였다. 천둥과 파편이 나오는 첫 번째 씬과 쇠사슬과 B2ST가 나오는 두 번째 씬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조망이나 쇠사슬이 비슷한 것끼리 안정적인 형태를 취하려 하는 유사성의 법칙과 선의 부드러운 연속을 추구하는 연속성의 법칙을 띠면서 시각적으로 안정된 효과를 나타낸다. f(x) – Electric shock | 2012 근접성의 법칙과 연속성의 법칙을 나타내는 흑백의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이루어진 원형 터널의 공간이 보인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으나 공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 공간감이 극대화된다. 이것을 배경으로 f(x)의 타이포그래피와 원형 구가 같이 나타면서 3D공간으로 지각을 쉽게 한다. 2절에서 원형과 새 패턴을 추가함으로 배경보다 가수 이름에 주목하게 된다. 배경이 평면인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가상공간인지에 따라 전경과 배경 기능이 다르게 나타난다. 마치며 게슈탈트 시지각법칙을 선정하고 그에 맞추어 무대별 그래픽 요소를 꼼꼼히 분석하고, 긴 음악방송의 역사를 다루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합한 무대를 선정하여 그래픽 요소와 모션 요소를 추출해 분석하는 것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우선 본인도 지적하고 있듯 음악 장르 분류를 좀 더 치밀하게 고민하여 나누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고, 발라드, 댄스, 힙합, 록/포크로 분류된 음악마저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과감하게 시대를 구분한 것과 같은 장점이 이러한 세부사항 때문에 다소 빛을 잃는다. 또한 중요한 정의를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학위논문 인용이 지나치게 많다. 학위논문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참고하지 않는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우라면 각주를 달지 않아도 되고, 인용이 필요하다면 학위논문이 아닌 원본 혹은 그에 준하는 공신력 있는 문서에서 가져와야 한다. 음악 분류에 대한 시대별 정의를 [멜론닷컴]에서 가져온 것 역시 참고자료를 더 찾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논문이 영상대학원에서 나왔다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음악방송의 위상(?)을 실감하게 되는 계기일 것 같다. | 양인화 peachandcreams@gmail.com note. 양인화는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음악과 음악 외적인 현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