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 Z – Tom Ford (Theoria Sagyoramix)

 

태연과 백현은 사교라. 아, 아이돌의 연애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현재 국내 전자음악 씬에서 불고 있는 ‘사교라(Sagyora)’ 바람에 관한 이야기다. ‘사교라’는 그레이(Graye)를 주축으로 국내 프로듀서/DJ들 사이에서 새로이 형성되고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교라의 비트가 60년대 사교댄스계를 풍미했던 지루박, 스윙댄스의 삼박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댄스음악은 4박자인데 비해, 사교라는 3박자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 장르 명칭이 왜 ‘사교라’인지 수긍이 갈 것이다.

이들은 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을까. 거창한 포부보다는 “왜 안돼?(Why not?)”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DJ들이 모여 덥스텝, 풋워크 등 한 장르만 놓고 겨루기를 하듯 플레이하며 즐기는 무대가 활성화되어 있다. 그레이는 이를 한국에서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왜 안돼?”가 등장한다. 굳이 외국 뮤지션이 만든 장르가 아닌, 독자적인 비트를 만들어서 제대로 판을 벌려보고 싶었다는 것. 사교라를 통해 DJ들 간의 놀이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음악을 충분히 유희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그리하여 그레이가 스타트를 끊고 로보토미(Lobotomy), 띠오리아(Theoria), 언싱커블(Unsinkable), 포즈 컷츠(Pause Cuts)가 잇따라 사교라에 합류하여 하나둘 작업물을 발표하고 있다.

이쯤 되면 구린내처럼 풍기는 의문이 하나 있을 거다. “지루박 박자라고 하면 촌스러운 거 아냐?”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 백문이 불여일청이다. 제이지(JAY Z)의 “Tom Ford”를 사교라 버전으로 리믹스한 튠을 들어보면, 마치 미국의 힙스터 교포 지루박씨가 만든 음악 같다. 원곡에 사교라 비트를 오버래핑하고 몇가지 이펙트로 양념을 쳐서 더욱 맛깔스럽고 스타일리시한 곡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삼박자 음악에 맞춰 어떤 춤을 춰야 할지 몰라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번 듣다보면 아무런 계산 없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우리는 DNA 속에 삼박자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민족이다). 국내 비트 씬의 새 장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면, 충분히 기뻐하라고 말하고 싶다.

ps. 포즈 컷츠의 씻교라(Shitgyora) 튠도 신상으로 입고되었으니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링크). 한번 들으면 두 번 듣게 되는 마성의 곡이다. | 정은정 cosmicfinger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