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헤르쯔 아날로그, 정준영, 제이레빗, 원모어찬스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헤르쯔 아날로그 | 어서오세요 여름밤 | 파스텔뮤직, 2014.06.26 오규진: 곡의 흐름에 무리한 변화를 주기보단, 소소한 가사들을 밀도 있게 채워 넣어서 듣는 재미를 더했다. 자신들의 특징을 무리하게 뽐내기보단 ‘말하는 노래’를 표방하며 듣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각각의 곡이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앨범의 흐름 배치나 곡 안의 디테일들 덕분에, 어찌 보면 식상할 수 있는 레퍼토리의 노래들을 청자들이 지루하지 않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 만들어냈다. 8/10 한명륜: 악상의 자유로움이 가득한 앨범. 그렇다고 곡의 형식이 자유분방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기타 플레이와 보컬 라인의 리듬 같은 것은 관용적이며 관성적. 즉 이디엄을 억지로 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익은 연주를 잘 다듬어 놓았다는 인상을 준다. 곡의 배치도 좋다. “연애상담인 듯”, “위로 마이셀프”, “지구를 떠나겠어” 등의 리듬감 있는 곡과 “바다”, “여름밤” 등 다소 호흡이 느린 트랙들이 조화를 이뤄 듣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피지컬 앨범에 아직 남아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라면 이런 부분이 아닐까. 8/10 미묘: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일상적인 소재, 약간의 귀여운 유머, ‘힐링’의 메시지 등을 표방하는 음악은 워낙 많다. 그렇기에, “왜 하필 이 음반을 들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중요하다. 남녀 멤버의 곡이 대체로 교차하도록 구성된 이 앨범은, 첫 트랙 “어서오세요 다락방”에서 제안하듯 ‘조용한 노래 정도는 허락되는 우리집 다락방’에서 속 터놓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그린다. 그 속에는 ‘쥐 잡듯 나를 잡으려 해들’(“애정결핍”), ‘속고 속고 또 속고 또 속고 속는’(“연애상담인듯”)처럼 적당히 유쾌한 “말”들이 있다. 그리고 ‘남자들은 다 그런가요’ 같은 (적당히 뻔한) 대화는 애매한 결론의 유혹으로 빠지기도 한다. 이 음반이 라틴 리듬이나 ‘가요적’인 소울/R&B, 그리고 90년대 작가 가요를 은근슬쩍 끌어왔다가는 내려놓는 모양새도 꼭 그렇다. 그런 다양성을 능구렁이처럼 이어붙이며 (포크의 연장선에 있는) 컬러를 유지하는 재주는, 비단 헤르쯔 아날로그의 단출한 편성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90년대 가요의 질감을 느끼하지 않게 현재화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 조금 위악을 부려보려 하다가도 이내 마음이 놓여버리는, 예쁜 음반이다. 8/10 정준영 | Teenager | CJ E&M, 2014.06.26 미묘: 레퍼런스가 선명해서 좋은 음반이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얼터너티브 록’을 하겠다”며 너바나의 리듬을 가져오는 수준이라면 흔히 말하는 ‘레퍼런싱’에 지나지 않는다. 이 음반의 곡들은 대부분 레퍼런스가 선명한데, 그것이 ‘얼터너티브 록’을 무단 전용한 크리드(Creed)를 무단 전용하는 식으로 이뤄져 있다. 케케묵은 진정성의 문제를 논할 것도 없다. 단순히 시대착오적인 음악을 시대착오적으로 흉내 낸 시대착오적 음악이다. 이 지면에 개인적인 발언이 허용된다면,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2/10 김윤하: 새삼 놀랍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이토록 명확한 앨범이 이토록 별로이기도 참 힘들다. 앨범의 모든 곡들은 ‘록 음악’이라기보다는 ‘록’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지난해 발표했던 데뷔 EP를 들으며 ‘가요계에 이런 캐릭터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나 자신을 자책하고 싶은 심정이다. ‘전 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고,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심증은 더더욱 굳어진다. 아직은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하다. 괜히 ‘Teenager’가 아니다. 4/10 블럭: 앨범은 처음 듣는데도 다음 부분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충분히 예상되는 곡들이 흘러나온다. 디테일에 신경 썼다고 하기에는 익숙한 코드 전개나 톤이 도로 잡아먹은 느낌이다. 아마추어의 느낌마저 본인의 10대를 구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앨범 전체에서 10대의 감성이 전달되는지는 의문이다. 앨범 전체를 직접 기획하고 조율하는 것이 면죄부가 되기는 어렵다. 본인이 곡을 쓰지 않더라도 어떻게 소화하고 보여주는가에 따라 그것은 충분히 자신의 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준영에게 필요한 건 익숙하고 편한 옷이 아니라 멋지고 좋은 옷이다. 4/10 제이레빗 | Stop & Go | friendz.net, 2014.06.20 최성욱: 마치 뮤지컬 배우가 연기를 하듯 능수능란하게 노래를 이끄는 정혜선의 맑은 음색이 돋보이며, 특유의 아기자기한 송라이팅도 여전하다. 노랫말도 곡의 분위기에 조응하며 안정적으로 흐른다.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노래임에는 틀림없지만, 귀가 즐겁지는 않다. 여타의 신진 어쿠스틱 그룹과의 차이를 찾기 힘들다. 6/10 오규진: 전작에 비해 연주되는 악기의 종류와 수가 많아져서 연주가 더욱 풍성해졌다. 하얀 도화지 위에 쓰인 손글씨같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결정될 수밖에 없었던 몇 년 전의 제이레빗 음악을 생각한다면, 이런 방향으로의 발전은 반갑다. 하지만 아직도 투명하고 깨끗한 제이레빗의 음악에선 이들의 의도 또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융화되지 않은 제작자의 의도는 이따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웅장함을 위해서 스트링 섹션을 쓰는 “Good Night”이나, 이전부터 꼭 들어갔던 영어 가사로 된 노래 “In This Time” 같은 곡들에서 말이다. 깨끗한 백지 위에 몇 안 되는 붓질로 그리는 그림이라면, 선 하나하나 어색하지 않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7/10 원모어찬스 | 2nd Mini Album | 스노우뮤직, 2014.06.26 최성욱: 흔하디흔한 한국식 팝 스타일이지만, 곱씹을수록 향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1~2개 악기의 음색으로 멜로디를 만들기보다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촘촘하게 이런저런 사운드를 쌓아올려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웰메이드 가요 앨범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8/10 한명륜: 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결국 표현력의 차이인 것일까. 흔할 법도 한 멜로디와 사운드 구성의 러브송 모음인데도 새롭게 들린다. 특히 ‘작정하고 축가용’으로 만든 듯한 “그댈 만나기 위해” 도입부에서 듣는 박원의 저음역대 디테일과 밀도는, 작지만 지나칠 수 없는 변화. 물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맑음과 끈적함이 공존하는 고음역은 “뭐가 그리 좋은지 몰라” 같은 트랙에서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정지찬 자신이 부른 “만나러 간다”에서는 박원의 보컬이 담긴 트랙보다 훨씬 둥글고 두터운 느낌의 기타 톤이 인상적이다. 9/10 김윤하: 정지찬의 곡에 박원의 목소리가 입혀질 때, 우릴 둘러싼 세상의 온도는 1도 더 높아진다. “널 생각해”나 “뭐가 그리 좋은지 몰라” 같은 의도와 만듦새 모두 수려하게 마무리된 곡들이 사랑에 빠진 혹은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얼마나 달콤하게 다가갈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무조건 양 볼을 붉게 물들이기엔 전반적인 앨범의 균형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EP 역시 한 덩어리보다는 좋은, 괜찮은, 평범한 싱글들의 모음집처럼 들린다. 그나마 위안은 정지찬의 서툰 목소리가 문득 깊은 곳을 건드리는 마지막 곡 “만나러 간다”와 노랫말처럼 ‘눈부신 하늘을 보고 가만히 누워’ 듣고픈 첫 곡 “Fall In Love”가 꽤 멋드러지게 호응한다는 점이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