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 Now | Now: Chicago XXXVI (2014)

 

시카고(Chicago)의 관록과 아우라를 가장 표면적으로 느끼게 되는 때가 언제일까?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의 앨범명에서 가장 큰 위압감을 느낀다. 시카고 트랜짓 어쏘리티(Chicago Transit Authority)에서 시카고로 노선을 갈아탄 뒤, 그들의 정규 앨범과 EP의 제목은 대부분 “Chicago”에 지금이 몇 번째 앨범인지 표현하는 그리스 숫자를 붙인 간단한 이름이었다(물론 라이브 앨범과 컴필레이션 등을 포함해서 세는 조금의 ‘꼼수’를 쓰긴 했지만). 그래서 올해 나온 앨범 제목은 뭐냐고? [Chicago XXXVI].

이번 정규 앨범은 8년 만에 나왔지만, 이 앨범에서 새로운 음악적 변혁을 기대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락앤롤, 빅 밴드, 크라웃록, 소프트한 가요. 하지만 이 앨범의 첫 트랙이자 대표 싱글인 “Now”는 의외로 이들의 레퍼토리를 재치있게 비튼 또 하나의 소소한 발견이다. 이런 음악이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시카고의 음악은 이럴 것이라는 예상을 살짝 빗겨나가는 훵키하고 소울풀한 곡이다.

이 곡에서 어쓰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향취가 느껴지는 이유는 크레딧에 오르진 않았지만 버딘 화이트(Verdine White)가 이 곡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5년 전 이맘때 즈음 이뤄졌던 두 밴드의 공동 투어가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었는데, 그 공연에 가진 못했지만, 이 곡을 들으며 두 밴드가 한 무대에 서 있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어쓰 윈드 앤 파이어는 내한을 자주 하는 편이고, 시카고도 2010년에 내한한 적이 있으니,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합동 공연을 볼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 오규진 ohgyu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