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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글리터링 블랙니스 폴, 스카웨이커스, 신해철, 미미시스터즈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글리터링 블랙니스, 폴 | Untitled | 2014.07.03
글리터링 블랙니스

최성욱: 아마도 글리터링 블랙니스, 폴은 한 곡, 한 앨범의 완성도보다는 밴드의 작업물을 끊임없이 연결하고 접합하며 확장함으로써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루핑하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갖는 듯하다. 이전 앨범의 “3”에 이어서 “3-1”, “3-2”, “3-3”을 지날수록 사운드는 점차 고조되고, “4”와 “5”에서는 다른 층위의 기타 인스트루멘탈이 상승곡선을 이룬다. ‘특정한 패턴이 지나치게 길게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긴 호흡으로 끝까지 음의 서사를 이어가는 힘이 있다. 8/10
오규진: 1집에서도 그랬지만, 이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포스트록임에도 불구하고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인 밴드의 소리를 많이 들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이들의 음악은 신선하다기보단 오히려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정제된 분위기를 뚫고 나온 건 메탈에서 나올 법한 기타 리프와 드럼이었고, 포스트록에서 흔히 시도되는 자연스러운 변박이 여기선 조금 어색하고 인위적이다. 전작은 깔끔함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덕분에 원초적인 매력이 배가 되었지만, 이번 앨범은 더 준비된 사운드를 들려주려다 오히려 자신들 본연의 색깔과 잘 섞이지 않은 어중간한 결과물이 된 것 같다. 5/10
한명륜: 불규칙한 울림이 반복을 통해 규칙성과 질서를 얻어나가는 과정은 첫 EP와 닮아 있다. 날것의 느낌을 살린 듯하면서도 각 악기들의 어택이 극도로 절제되어 단정한 느낌을 낸다. 이는 어떤 시점에 이르면 공포감이라 할 만한 정서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지난 EP의 특징이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이는 전작의 못다 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존의 감상 패러다임을 버리고 접근한다면 새로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계기를 제시해주는 힌트를 찾기는 다소 어렵다. 7/10

 

 

스카웨이커스 | Riddim of Revolt | 루츠레코드, 2014.07.01
스카웨이커스

블럭: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굳이 강조할 필요 없이, 앨범은 긴 재생시간과 루츠 레게, 스카, 덥 등 스카/레게라는 큰 틀 안에서의 수많은 변주와 호흡, 자유분방한 표현을 통해 밴드의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대규모 밴드는 쿵짝을 긴밀하게 주고받으며 긴 재생시간 동안 스킵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들었다. 보사노바, 라틴 사운드, 아프로 리듬 등 다양한 장르 및 사운드와의 조합은 어색함 없이 멋지다. 스카웨이커스는 레게 음악이 보유한 본연의 사운드만을 단순히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까지 계승하고 있으며 저항, 사랑, 울분 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것이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멋지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내공의 힘이 아닐까 싶다. 9/10

 

 

신해철 | Reboot Myself Part.1 | 2014.06.25
신해철

오규진: 제자리에 머무르길 거부하는 그의 고집 덕분에 새로울 것 없는 레퍼토리의 음악들이 낡고 진부하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이전까지는 신해철의 정규 앨범들이 테크노, 재즈, 록을 특별한 개연성 없이 넘나들었기에 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 조금 벅찼다면, 이번 앨범은 그의 근원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는 [Myself]의 음악을 재구성하는 앨범이기에 더욱 친숙하게 들린다. 물론 이 앨범 또한 짧은 길이에 너무 다양한 스타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관성은 별로 없지만, 신해철이라는 이름과 목소리가 가지는 무게감은 산개하는 그의 음악적 욕심을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준다. 바꿔 말하면, 신해철의 행보를 주의 깊게 봐오지 않은 사람에게 이 앨범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7/10
블럭: 앨범은 “재즈 카페”, “Here, I Stand For You” 등 공개적으로 자신의 곡을 레퍼런스 삼는가 하면, 펑크나 디스코를 관통하는 리듬을 품고 있기도 하다. “A.D.D.A”가 가지고 있는,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복잡한 구조, 저음과 고음을 오가는 보컬, 내레이션, 무엇보다 사회 풍자적인 가사까지,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과거의 것들을 복각한 것이되 촌스럽지 않게 선보이고 있다. 앨범의 짧은 길이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신해철’로 대표되는 정서, 그리고 그가 ‘솔로 아티스트 신해철’일 때 들려줬던 음악들이다. 음악을 그 자체로 이야기하기 이전에 그가 만든 맥락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판단하기 힘들었던 앨범. 6/10

 

 

미미시스터즈 |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 | 프럼찰리, 2014.06.25
미미시스터즈

최성욱: 첫 번째 앨범에서는 미미시스터즈보다 프로듀서인 하세가와 요헤이의 장악력이 더 짙게 느껴졌었다. 반면 이번 앨범은 그녀들의 스타일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그 결과물이 첫 번째 작업과 너무 다르다. 싸이키델릭한 록 사운드가 확연했던 이전과는 달리 시부야 케이, 레트로 팝이 전면에 흐른다.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응집력 없이 흩뿌려지는 느낌이며, 노랫말은 직설적이고 진솔하기보다는 직설적이고 진솔하게 보이기 위해서 멋을 부렸다는 인상이 강하다. 5/10
한명륜: 자신들이 좋은 보컬리스트라는 걸 잘 인식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다. 노래를 위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기 때문. 단순하고도 긴박한 흐름 위에 힘 조절을 통해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그냥 사랑”, 칼칼한 기타 톤과 대비되는 화음이 중간중간 돋보이는 “내 말이 그 말이었잖아요”를 추천할 만하다. 다만 앨범 전체의 타이틀만큼 도발적이거나 튀는 트랙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7/10
정은정: 미미 시스터즈는 이번 앨범에서 모든 트랙에 걸쳐 작사·작곡을 맡았다. 음악에 대한 욕심과 함께 좀 더 뮤지션다운 면모를 어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전작에서 받았던 독창적 색깔은 없고 어정쩡하다는 혹평을 보상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디 갔지?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보았던 신비롭고 키치한 미미시스터즈가 없다. 참신한 모습으로 변신한 것 또한 아니다. 가사에서 연애를 대하는 태도는 톡톡 튀는 재기발랄보다 평범함에 가깝다. 복고적인 사운드로 불어넣은 뽕끼만으로는 그녀들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에 역부족이다. 기존의 이미지를 철저히 이용하거나 버리는 선택이 필요했는데, 과감하지 못했다.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