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er Lies – Flood You (2014) 종종 음악은 특정 기억과 감정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 당신이 조금이라도 감상적이라면 이 곡은 듣지 않는 게 좋다. 위험하다, 미스터 라이즈(Mister Lies)의 “Flood You”를 듣는 건. 그는 몇 장의 EP와 정규 앨범 [Mowgli]를 통해 트립합과 개러지, 엠비언트를 버무려 스모키한 비트를 만들어내는 감각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트립합과 엠비언트를 혼용했다. 그런데 이전과는 좀 다르다. 곡에 드라마틱한 감성을 부여한 것은 물론 프로듀서로서 그가 어떤 변화를 꾀했는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Flood You”의 가장 큰 특징은 곡 내내 흐르는 어쿠스틱 스트링 연주이다. 멜로디는 어딘가 불안정하며 연약하다. 바로크 시대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현악기의 아름다움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케 한다. 딱딱거리듯 간헐적으로 두드리는 비트는 닥터 로킷(Doctor Rockit)의 “Cafe De Flore”에서 따왔다. 원곡은 영화 <카페 드 플로르>의 영감이 될 정도로 밝고 따뜻하지만, 미스터 라이즈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는 트립합 사운드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 보컬 샘플을 사용하여, 음습한 가운데 서정적인 튠을 완성했다. 베리얼(Burial)의 “Rough Sleeper”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크하며 멜랑콜리한 무드가 강물처럼 깊게, 유유히 흐른다. 수면 위로 흐릿하게 번지는 수채화 물감 같은 보컬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곡을 재생하고 가만히 있노라면, 익숙한 자세로 상념에 잠긴다. 어느새 제목처럼 ‘너’가 머릿속에 가득 차다 못해 범람하고 만다. | 정은정 cosmicfinger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