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a | Life In Cartoon Motion (2007) 미카(MIKA)는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이지만, 그의 첫 앨범은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일부 평단의 치명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차트와 앨범 판매는 고공행진을 이루었으며, 결국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때는 화려한 고음과 무대 매너 덕분에 ‘제2의 프레디 머큐리’, ‘제2의 프린스’ 등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식의 비교를 많이 당했다. 반면 화려함에 비해 다소 불안정했던 초반 라이브를 질책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자신의 단점이 되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라이브 능력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자신만의 영역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었다. 미카의 데뷔 앨범 [Life In Cartoon Motion]에는 다양한 곡이 수록되어 있다. 가정이 있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내용의 “Billy Brown”, 아티스트의 개성과는 무관하게 “팔리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기획사와 음악 시장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Grace Kelly”까지. 특히 “Grace Kelly”는 음악성보다 보이는 면을 중요시하는 시장에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보여주겠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 이러한 곡들은 음악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 의식과 섬세한 내면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어 매력적이다. 그 중 그 중 네 번째로 발표된 싱글 “Big Girl”은 평범한 두 단어만으로 뚜렷한 문제의식을 담는다. ‘큰 여자’라는 말은 단순하지만 복잡한 맥락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발매된 “Big Girl”의 7인치 싱글 “Big Girl”은 부제가 “You Are Beautiful”인만큼 말 그대로 ‘빅걸인 당신은 아름다워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은 퀸(Queen)의 노래인 “Fat Bottomed Girls”의 트리뷰트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가 비행 중에 본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한다. 기내에서 틀어준 그 다큐멘터리는 뚱뚱한 여성만 들어갈 수 있는 어느 클럽에 관한 것이었고, 여기서 영감을 얻은 미카는 순식간에 곡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특유의 팔세토 창법과 고음이 없지만 미카 특유의 댄스 팝 사운드가 잘 담겨있다. 뮤직비디오는 미카가 빅걸들과 함께 거리 퍼레이드를 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미카는 이 곡을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고, 라이브 때 종종 빅걸들을 무대 위로 불러 함께 놀기도 한다. MIKA – Big Girl (You Are Beautiful) | 2007 이 곡을 더 자세히 이해하려면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하나는 2012년 피움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The Fat Body (In)visible]이고, 다른 하나는 2007년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였던 [THIN]이다. 우선 [The Fat Body (In)visible]이라는 다큐멘터리는 그 제목에서부터 보임/보이지 않음에 대한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큰 체형을 혐오와 부정의 대상으로 보고 무시하는, 그러니까 ‘비가시적 영역’에 편입시키는 사람들의 시선과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며 그 자체를 아름답다고 보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인상적이었던 대사 중 하나는 “내가 아닌 몸이 된 기분이었다”였다. ‘나’의 정체가 곧 ‘나의 몸’이 되면서 겪게 되는 현상은 뚱뚱할 때도, 아름다울 때도 모두 겪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부분 하나 때문에 그가 내재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시각이 가지고 있는 권력 아래 여러 사람의 몸은 통제당하고 때로는 비난까지 받는다. 특정한 기준을 잡아 아름다움을 규정하고, 그에 맞춰 몸을 재단하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바꾸는 작업에 있어 그 판단의 기준이나 주체가 온전히 나 자신이 되면 상관없지만, 타인에 의해 불편함을 겪거나 그 이전에 스스로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하는 것들은 분명 문제적이다. 콜로라도 대학 부설 The Women’s Resource Center의 포스터 ⓒWRC 그러나 몸을 재단하는 과정에는 거식증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는 미의 기준이 굉장히 협소해지고, 마른 몸을 선호하는 경향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몸에 대한 상상력이 제한되면서 몸의 통제는 강해졌고, 몸에 대한 통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의 몸을 만들어 내고 만다. 다큐멘터리 [THIN]은 거식증 여성들이 치료 센터에서 겪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그들이 병원에서 겪게 되는 감정적 혼란들을 보면서 ‘저걸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령 질병이라 한들 저런 치료 과정이 필요할까’ 같은 생각을 계속 했다. 센터의 치료 프로그램을 따라야 하는 건 분명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이고 강제적인 치료 과정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대화와 존중, 따뜻한 교감 같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필요했다. HBO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THIN] 위와 같은 문제는 몸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성별’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난다. 몸이 큰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남성이라고 해도 다이어트나 몸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몸이 큰 남성 역시 편견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뚱뚱함’의 문제는 줄곧 여성과 직결된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몸이 큰 남성은 더욱 비가시화되기도 한다. 몸의 정치는 곧 성별의 정치와도 맞닿는다. 그래서 “Big Girl”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도 굉장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그 뒤에 붙는 “You are beautiful”이라는 짧은 문장은 반어적인 표현으로 읽히며, 막연하게나마 어떤 해결을 제시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미카는 화려함과 특유의 끼 덕분에 데뷔 초부터 성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데뷔 당시에는 대답 자체를 거부했지만 작년에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사실 그가 만든 곡이나 여러 정황 상 커밍아웃은 새삼스럽지 않은 일로 여겨졌지만, 어쨌든 그의 결정은 용기 있는 것이었다. 한편 그가 커밍아웃을 미뤘던 건, 동성애자가 받게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이상으로 ‘이름 붙이기’가 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걱정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몸이라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몸을 그 자체가 아닌 일종의 도구, 혹은 수단으로 여기며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한다. 그것은 몸이 ‘눈에 보이는 영역’에 있음과 동시에 ‘나’라는 주체와 분리되는 아이러니를 겪기도 한다. 그 때부터 몸은, 타자화되어 다른 몸’들’과 비교의 대상이 된다. 사회 안에 위치한 몸은 굉장한 긴장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몸은 판단의 대상이 되고, 추앙의 대상도 되며, 때로는 아예 감춰지거나 삭제된다. 특히 미디어에 의해 학습된 몸의 기준이 보편화될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무의식 중에 의식하게 된다. 우리는 한 사람을 대면할 때, 그 사람의 몸을 통해 정형화된 이미지를 씌운다. 그러한 선입견은 가끔, 아니 종종 무서울 정도로 폭력적이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고, 그 주관성은 학습된 결과다. 물론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정말 위험하다. 그리고 이것은 알고는 있는데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순환을 어떻게 벗어날까. ‘다른 방식의 바라보기’를 쉼 없이 연습하는 것 말고는 모르겠다. 영어권 속담에 “책을 겉 표지로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부터도 그런 태도를 실천하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박준우 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