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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셋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피기비츠, 후추스, 푸르내, f(x)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피기비츠 | Mr. Munba | 헬리콥터 레코즈, 2014.07.08
피기비츠

오규진: 이들의 의도를 잘 알진 못하겠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들은 ‘이해할 수 없음’도 분명히 의도했다는 것이다. 음악이 난해한 것에 비해 듣기에는 익숙한, 정확히 말하면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소리를 구현하는 데 큰 욕심이나 멋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역설적으로 이들은 음색을 바꾸려는 현세 대부분의 다른 밴드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곡 구조를 복잡하게 하거나 메인 멜로디를 중간중간 배배 꼬는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난해함을 구현하고 있다. 마치 포스트록이나 재즈처럼 말이다. 예상치 못한 난해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 점 외에는 철저히 개인의 취향에 평가를 맡겨야 할 것이다. 6/10
최성욱: 치기 어린 혹은 날것 가득한 디셈버리스츠(The Decemberists), 데보츠카(DeVotchKa)를 상상하면 이들과 같을까. 일반적 작법을 따르지 않고 기타, 바이올린, 심벌즈, 베이스, 오르간 등의 악기를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느슨하게 풀어버리기도 한다. 다소 산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팽팽하게 사운드의 서사를 엮어나가는 힘이 있다. 급격하게 패턴과 강약의 변화를 꾀하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 음들을 묶어버리기도 하면서 재치 있게 인디팝을 변주한다. 9/10

 

 

후추스 | 우리는 | 석기시대 레코드, 2014.07.11
후추스

정은정: 기타의 리버브한 사운드와 말하는 것처럼 훌훌 털어내는 보컬이 따뜻하면서 아련한 정서를 담고 있다. 발매 전부터 이적과 정준일의 음반 프로듀싱, 양시온의 프로듀싱으로 주목받았지만, 듣다 보면 김정웅의 유머러스한 작사에 피식 웃게 된다. “슬프지 않아”라고 말하는 반어법, 시간이 있어도 만날 이가 없으니 “개나 기를까” 생각한다는 웃픈 현실, 그 애와 어제 뽀뽀하는 “꿈”을 꿨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가사는 다소 정적인 곡 분위기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나른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며 감상하기에는 제격이지만, 킬링 트랙 한 곡 꼽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5/10
한명륜: 악기의 사운드 간에 느껴지는 공간감이라든가 순간순간 두드러지는 위상 차이를 인위적으로 다듬거나 균일하게 누르지 않은 올드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특히 요즘 기준으로는 다소 과장된 전경과 배경의 구분을 들려주는 “죽지 않는 꿈”, 기타의 성긴 입자감과 정제되지 않은 드럼의 어택이 그대로 쏟아지는 “슬프지 않아” 등은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 시대의 수법을 의도적이리만치 잘 재현하고 있다. 아마도 믹싱 단계의 묘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함으로써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유치할 만큼 직접적이되 독하지 않은 진심의 표현, 그런 게 가능했다고 믿어지는 어떤 시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8/10

 

 

푸르내 | 시장속으로 | 헬리콥터 레코즈, 2014.07.08
푸르내

김윤하: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던 얄개들이 ‘애들처럼 굴지 말고 시장에서 우리 만나자’며 돌아왔다. 같이 춤이나 추자며 무작정 팔을 끌어당기고 이 모든 게 꿈일까 묻고 또 묻던 찰랑대던 이들은 이제 없다. 직관이나 사변보다는 현실과 경험을 중심에 놓은 이들의 세계관은 들려주는 음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수록된 세 곡 모두 회심의 리프나 멜로디 일격을 노리기보다는 차분하고 우직하게 노래를 굽어보며 흘러가는 자세를 유지한다. 이 요소는 마치 ‘기승전결’의 ‘기승’까지만 보고 모니터를 끄거나 책을 덮는 듯한 야릇한 기분을 선사하는데, 그것이 이 밴드의 개성이 될지 한계가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하기사 이제 첫발 아닌가. 6/10
한명륜: “세레나데”, “마음”은 기다림을 요구하는 트랙이다. 도입부의 호흡이 길지만, 곡의 내부로 유인하는 요소들이 돋보인다. 다소 아쉬운 건 그렇게 들어간 본론부에서 특별한 인상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 나름대로 신축성 있는 기타 리듬워크로 시작하는 동명의 타이틀 “시장 속으로”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사운드의 질감에서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날것의 느낌을 살리는 것과 각 악기 소스의 들뜸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리즘의 굴레를 깨고 돌아올 새로운 결과물을 기대해본다. 5/10

 

 

에프엑스 | Red Light | SM 엔터테인먼트, 2014.07.07

에프엑스

김윤하: 이 앨범 한 장으로 낯섦을 낯섦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들고서 노래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만드는 f(x)만의 근본적 매력이 단번에 사라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타이틀곡 사상 가장 난해하다는 평이 다수인 “Red Light”은 가슴속이 물음표로 가득 찰 때쯤 ‘켜졌어 Red Light / 선명한 Red Light’이 들려주는 익숙한 화성으로 듣는 이를 안심하게 만들고, 사운드와 함께 f(x) 음악의 유니크한 한 축을 담당했던 리듬파트와 걸 팝 센스는 “MILK”와 “All Night”이 일당백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구멍은 그간 타이틀곡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던 원투쓰리 펀치라인과 알쏭달쏭 궁금증을 자아내던 21세기 소녀의 소멸이다. 개별 곡의 매력과 내공 있는 프로듀싱,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고 본격적인 자세라는 다양한 훅과 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재가 가져온 빈틈을 메우기는 좀처럼 힘들어 보인다. 6/10
오규진: ‘힙(hip)’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남들을 따라 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무언가를 할 때, 그리고 그것이 멋있을 때 ‘힙’하다는 표현을 쓴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에서 이번 앨범은 전작들만큼 ‘힙’하지 못하다. 물론 아이돌 앨범이 그러하듯 앨범 전체가 일관적일 수는 없고, 이전 앨범들도 에프엑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힙’한 곡들과 그렇지 못한 곡들의 혼합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주로 시도한 새로운 음악적 방향은 힙합, 트랩과의 혼합이었고, 그 결과물들이 ‘힙’하지 못한 건 치명적이다. 특히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대변하는 곡 중 하나인 “무지개”는 누가 들어도 엠아이에이(M.I.A.)나 산티골드(Santigold)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이고, 마찬가지로 “Red Light”은 강한 트랩의 색채를 채 벗지 못해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Dark Horse”와 같이 ‘대놓고 트랩-팝’인 곡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은 전혀 ‘힙’하지 못하다.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온전히 그들의 것으로 ‘힙’하게 소화하기 위해 에프엑스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주어야 할 것 같다.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