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넷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아시안 체어샷, 파라솔, 위아히어, 스윙스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아시안 체어샷 | Horizon | 커먼뮤직, 2014.07.16 오규진: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흐름에 있다. 뚜렷한 고저 강약을 의도했기에 모든 곡의 개성이 뚜렷하고, 그 덕분에 하나의 사운드로 규정되기 쉬운 밴드 음악의 우를 범하지 않는다. 메탈과 포스트록, 밴드 사운드의 실험적인 접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을 ‘장르’가 아닌 ‘분위기’로 정의하는 점 모두 툴(Tool)의 동양 버전을 보는 듯하다. 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시안 체어샷의 음악은 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고도 한다는 것이다. 9/10 한명륜: 개별 악기의 사운드뿐만 아니라 악기 간, 그리고 사운드 소스 간의 공간이 선보이는 신축성이 돋보인다. 특히 “화석”에서는 이보우(Ebow: 현에 지속적인 떨림을 주어 활로 문지르는 것과 같은 효과음을 내는 외부장치)로 연주된 부분과 일반적인 주법으로 연주된 트랙이 유기적이면서도 서로 분명히 구분되는 울림을 들려준다. 한 곡 안에서도 어택의 선명도, 울림의 크기 등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드러밍과 유연한 흐름을 선보이는 베이스의 조합은 곡의 부피를 키웠다 줄였다 하며 심장 박동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록 음악 믹싱의 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선보인 작품. 9/10 파라솔 | 파라솔 | 2014.07.14 최성욱: 사이키델릭한 기타 리프와 둔탁한 드러밍이 드문드문 캐치한 멜로디를 이루는 가운데 여린 음색의 보컬과 조화를 이룬다. “마침”, “뭐 좀 한 것처럼”과 같은 곡은 유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다른 밴드들보다 더 빈틈없고 매력적이다. 8/10 오규진: 이따금 청자를 비웃는 듯한 곡 진행은 간단하거나 직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곡이 화성적으로 ‘동요 감성’을 유발하기에, 이 음반은 자신을 산울림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식 사이키델릭-개러지 록이란 큰 줄기에 소속되어 있다고 외친다. 이 앨범을 통해 소속과 개성을 동시에 밝힐 수 있었다면, 네 곡짜리 첫 싱글 앨범으로서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어설프게 완성도 높은 음악인 척하지 않은 믹싱도 이들의 노래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8/10 김윤하: 앨범은 단 네 곡을 담고 있지만, 매력적인 새로운 밴드의 탄생을 반기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비틀즈나 킹크스를 떠올리게 하는 60~70년대 빈티지 로큰롤 사운드에 실린 나른한 리듬과 보컬은 일상에 맞닿은 위트 있는 노랫말과 만나며 자신들이 의도한 곳에 정확히 화살을 꽂아 넣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각각 술탄 오브 더 디스코, I Love JH, 트램폴린, 줄리아하트, 얄개들 등 개성 강한 밴드에서 활약하던 멤버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그 어떤 밴드의 색깔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럴 리 없지만) 지난 시간들과 작별의식을 치르듯 강렬하게 울리는 마지막 곡 “판”의 후주를 듣고 있노라면, 이 익숙한 얼굴들이 만들어낸 낯선 세계에 도무지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8/10 위아히어 | We Are Here | 2014.07.17 한명륜: 기타리스트 염승식의 새로운 모습이 즐겁다. 두텁고 세밀한 입자들이 가득 들어찬 기타 사운드는 게이트플라워즈에서의 신경질적일 만큼 날이 서 있던 퍼즈와는 또 다른 세계. 이러한 기타를 중심으로 곡의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인상을 준다. 그 와중에 ‘혹시 다른 사람이 생긴 거니/이게 만일 사실이라면 넌 이미 죽어 있다’(“안녕, 그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아/내가 너의 배를 갈라줄게’(“황금거위”) 같은 구절의 시니컬함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되는 음절의 조합이 적절한 유머를 부여해 곡에 담긴 정서에 일종의 균형을 부여한다. 8/10 최성욱: ‘베드룸 사운드’에 가까운 일렉트로닉 팝 음악으로서 크게 도드라지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마감되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작곡가가 참여한 보컬리스트의 앨범처럼 싱글 간의 연계성이 적고, 위아히어만의 색깔이 뚜렷이 느껴지지 않는다. 6/10 미묘: 이 음반에서 9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가 나뿐은 아닐 것이다. 각 곡의 메인 보컬이 바뀌는 음반을 들어본 것도 오랜만이다. 이제는 아이돌 아니면 아마추어리즘의 기호가 된 이 방식은, 그러나 90년대에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다소 맥 빠지는 유머도 대중문화 전체가 <개그콘서트>식으로 소리 지르기 이전의 수수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음반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질감의 지향점 또한 우리 90년대의 로망을 연상시키는데, 그것이 개러지라기엔 차라리 뉴웨이브 같기에 더욱 그렇다. 이것은 ‘죽여주는 소스의 일렉트로닉’을 풀어놓기보다 노래의 구조 위에 표현의 필요에 따라 ‘전자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방식 때문인 듯하다. 90년대 지향과 록 속 일렉트로닉의 도입이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두 지뢰밭이라고 할 때, 이 음반은 그 겹쳐진 지뢰밭을 미꾸라지처럼 흘러 지나가는 쾌감을 선사한다. 8/10 스윙스 | 감정기복 II Part.2: 강박증 | 저스트뮤직, 2014.07.17 블럭: 감정기복이라는 단어는 분위기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 다양한 음악을 다루지만 맥락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당화시켜버리는 컨셉으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스윙스가 보여주는 곡들은 일정 정도의 공통된 맥락을 지니고 있으며 아티스트 자체에게 작품을 귀결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Part 1’과 비교한다면 부드러운 음악과 센 음악의 비중이 다르지만, 그가 끝까지 가져가는 것은 욕심과 후회, 변심 등과 같은 그야말로 감정기복이다. 스윙스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으며 그것을 무기로 삼아왔다. 더불어 작품을 거듭할수록 자신을 꺼내는 방법이 점점 세련되어지고 있으며, 이는 톤이나 표현의 측면도 있겠지만 다양한 무드의 차용에 있어서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예전의 불편한, 공격적인, 날것 상태의 음악이 좋았다면 약간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감정기복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도 매끈하게 뽑아냈다면 나는 스윙스가 발전 이상의 뭔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7/10 오규진: 스윙스는 한국 힙합 씬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후, 그 전에 취하던 래퍼로서의 컨셉을 내려놓고 감정적으로 불안한 한 명의 솔직한 젊은이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변되는 한국적 정서 속에선 이런 솔직함이 스윙스가 전하는 내러티브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메이저 씬에도 발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음악의 설득력이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Upgrade II] 이후로 그는 대한민국 메이저 힙합의 완성형에 가장 가까운 세련된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고 있지만, <쇼미더머니> 패밀리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Gravity”, 감성 힙합의 “전화번호”, 또 하나의 ‘너무 뻔히 보이게 따라 한’ “역주행” 같은 곡들에서 스윙스가 부르짖는 ‘감정기복’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란 힘들지 않나 싶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