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체크 – Paint It Gold (Anoraak Remix) | Paint It Gold Remixes (2014) 글렌체크(Glen Check)는 곡을 잘 만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곡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안다. 올해 초부터 진행한 ‘2집 리믹스 프로젝트’가 그렇다. 2집 [YOUTH!]는 1집 활동 후에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녹여낸 산물이다. 앨범은 작년 말에 두 장의 CD로 발매되었는데 CD1은 록 음악을 바탕으로 한 ‘밴드 셋(Band Set)’의 곡으로, CD2는 전자음악에 집중한 ‘인스트루멘탈 셋(Instrumental Set)’의 곡으로 채워졌다. 스트링과 기타 사운드, 클라비넷(Clavinet) 키보드 등을 이용하여 공 들인 결과, 전작에 비해 템포는 느려졌지만 자연스러운 그루브가 탁월하다. 글렌체크는 이번 음악 활동이 끝난 후에 여행길에 오르는 대신, 공들인 2집에 다시 공을 들이기로 했다. 앨범에서 한 곡씩 선정해 뮤지션들에게 리믹스를 의뢰하고, 이를 묶어 앨범으로 발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매번 파트너 라인업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고, 결과물로 한번 더 감동을 주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 [I’ve Got This Feeling Remixes]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뮤직 레이블인 키츠네 메종(Kitsune Maison)과 로쉐 뮤지끄(Roche Musique)와 함께해 전자음악 리스너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음 프로젝트인 [Pacific Remixes]에서도 라인업은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투 도어 시네마(Two Door Cinema Club)의 “I Can Talk” 리믹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물리넥스(Moullinex), 누 디스코의 떠오르는 신예 저스틴 파우스트(Justin Faust), 프로듀서 트리오이자 레이블 ‘파라디스코(Paradisco)’를 설립한 레 루프(Les Loups)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리믹스 튠은 한 주제로 제작되었지만 프로듀서에 따라 저마다 다른 색깔을 뽐냈다. 해외 뮤지션과의 뛰어난 파트너십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미 완성된 사운드가 다양한 가공법을 통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들려주었다. 얼마 전에 올해의 마지막 리믹스 프로젝트인 [Paint It Gold Remixes]가 공개되었다. 이번에는 프랑스 프로듀서인 아노락(Anoraak)과 진 토닉(Jean Tonique)이 프렌치한 터치를 더했다. 한국 프로듀서 팀인 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는 딥 하우스와 UK개러지를 합성했고, 너클 지(Knuckle G)는 화려한 누 디스코를 선보였다. 특히 아노락은 리믹스 작업에서 덧셈이 아닌 뺄셈을 했다. 그는 원곡의 트레이드 마크인 휘파람 소리를 비롯하여 통통 튀는 신스 멜로디를 걷어냈다. 대신 보컬에 리버브 이펙트를 사용해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심플한 멜로디 라인과 이국적인 퍼커션 리듬을 가미했다. 대부분의 리믹스 튠이 다양한 사운드로 꽉 찬 느낌을 준다면, 아노락의 곡은 비워내기와 곁들임이라고 묘사할 수 있는 담백한 테크닉으로 한결 여유롭고 청량한 감각을 선사한다. 덕분에 해변의 반짝이는 햇빛과 야자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같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연인과 함께 바닷가에 누워, 시원한 바람과 빛나는 햇살을 만끽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가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We keep it golden. It’s so bright.”라고. | 정은정 cosmicfingers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