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 – Touch My Body | TOUCH & MOVE (2014)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Lionel Messi)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2014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독일 대표팀의 팀워크가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축구는 팀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씨스타는 어떻게 K-Pop에서 가장 핫한 걸그룹의 자리에 올랐을까? 역시 팀워크 때문이다. 메인 보컬 효린이 워낙 눈에 띄지만, 2014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 “썸”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소유 역시 매력이 넘치는 보컬이다. 다솜은 안정적으로 노래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보라는 맛깔스러운 랩으로 씨스타의 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의 호흡은 마치 독일 대표팀을 연상시킨다.

씨스타에게서는 이제 뭘 해도 되는 팀이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용감한 형제나 이단옆차기와 작업한 신곡을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그들은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를 선택했다.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라도와 최규성이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라도는 신나는 힙합 리듬에 삑삑거리는 전자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세련되고 참신한 곡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이다. 그리고 최규성은 대중적인 멜로디를 뽑아내는 데 있어 발군의 재능을 나타내는 프로듀서이다. 두 사람 모두 신사동호랭이와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Touch My Body”에서 라도와 최규성은 놀라운 시너지를 과시하며, 스윗튠ㆍ이단옆차기에 이어 주목을 요하는 새 프로듀서 팀의 등장을 알렸다.

삑삑거리는 전자음과 재치 있는 색소폰 연주의 반복이 특히 인상적인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는 2014년 상반기에 대세 예능인으로 부각된 김보성의 찬조 출연이 흥미롭고, 1995년에 룰라가 “날개 잃은 천사” 무대에서 선보였던 엉덩이춤을 재현하는 씨스타의 고혹적인 퍼포먼스는 K-Pop의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게끔 한다. 씨스타는 “Loving U”에 이어 “Touch My Body”로, 여름을 대표하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최고의 지위에 있는 팀이 용감한 형제나 이단옆차기와의 작업이라는 검증된 노선을 따르지 않고, 비교적 새로운 프로듀서와 작업을 진행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K-Pop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실력 있는 신진 프로듀서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씨스타의 도전정신과 스타쉽의 탁월한 기획력을 생각할 때, 씨스타의 인기를 위협할 수 있는 아이돌은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