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e – She’s Bad (feat. Egyptian Lover) | Cocktail Citron (2014)

 

나쁜 남자 스토리는 식상하다. 이제 나쁜 여자 시대다. 다이(Dye)의 “She’s Bad”는 비치(Bitch), 배드 걸(Bad Girl)로 지칭되는 여성에 대한 노래다. 곡은 일렉트로 훵크(Electro-Funk)로 고양이가 갸르릉거리는 듯한 신스 멜로디가 특징이다. 드럼 머신으로 찍은 비트는 리드미컬하고, 이집션 러버(Egyptian Lover)가 숨을 하악하악 내쉬며 엉큼하게 속삭이는 보컬은 한껏 분위기를 살린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뮤직비디오야말로 그녀가 왜 나쁜 여자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녀는 긴 생머리와 곧게 뻗은 다리를 지녔다. 데이트를 위해 화장하는 모습이 나오는 순간, 가장 기대하고 있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실망하지 마라. 더 재밌는 게 있다. 그녀의 얼굴은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비어 있고 그 자리에 야생동물과 자연현상의 영상이 재생된다. 흥미로운 점은 대체 영상이 인물과 상황을 딱 들어맞게 은유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이라인을 그리면 날아가는 새의 모습이 눈 모양처럼 나타나고, 키스를 하자 그녀의 입에서 그의 입으로 상어가 점프한다. 뮤직비디오 디렉팅을 맡은 필름 메이커 듀오 ‘덴트 드 퀴르(Dent De Cuir)’는 남녀의 만남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화면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안에 다른 영상을 채워 넣는 마스크 기법은 콜라주 아트(collage Art)와 흡사하다. 이 재기발랄한 듀오는 타투 서적까지 뒤적이며 인체와 이미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미학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어라? 그런데 이 여자, 남자를 소파에 밀치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간다. 섹시한 줄만 알았는데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감사하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넝쿨째 굴러들어온 미녀를 왜 나쁘다고 하는 걸까? 그건 뮤비를 끝까지 보면 알게 된다. | 정은정 cosmicfingers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