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무 – 어릴 때 | 지금 (2014) 2014년 5월의 헬로루키에 선정된 김해의 싱어송라이터. 2월 한 달 동안 [권나무가내수공업노래제작소]와 [지금]을 나란히 발표했다. 두 장 모두 EP라고는 하지만 각각 12곡, 7곡이 수록되어 정규 앨범처럼 보인다. 수작업이라는 방식 때문인지 아무래도 습작을 모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럼에도 (소리가 아닌) 곡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모든 곡이 마음을 울린다. ‘마음을 울린다’는 표현에 대해 부연하고 싶다. 두 장의 EP에 담긴 음악은 상당히 미니멀하다. 몇 개의 코드가 반복되는 구조도, 통기타와 첼로가 전부인 편성도 그렇다. 무엇보다 이 노래들은 권나무의 보컬에 상당 부분 의지한다. 혹은 할애한다. 바이브레이션 같은 기교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담백한 발성, 저음과 고음의 톤이 거의 달라지지 않으면서 독특한 울림을 주는 음색이 특징이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모두 이 보컬의 장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압권이 바로 이 곡 “어릴 때”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특징은 가사와 멜로디다. 속삭이듯 이어지는 노랫말은 멋 부리지 않은, 모던한 가사의 운율을 강조한다. 불현듯 “레미렐레”나 “미도레미” 같은 추임새가 등장하는 타이밍도 근사하다. 이 노랫말은 오히려 시의 형식에 가까운데, 그러므로 이 노래는 행위로서의 시 낭송에 가깝다. 단정하게 다듬은 가사가 멜로디나 보컬과 밀착되는 방식은 형식적으로 정돈된, 우아하고 엄숙한 절제미를 드러내며 꽤 강렬한 울림을 만든다. 이런 인상만으로도 권나무는 반드시 주목해야할 싱어송라이터다. | 차우진 nar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