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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이디오테잎, 고래야, 핫펠트, 현아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이디오테잎 | Tours | VU 엔터테인먼트, 2014.07.30
이디오테잎

오규진: 이번 앨범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디오테잎의 자신감이다. [11111101]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들은 [Tours]에서 ‘일렉트로닉 슈게이징 록밴드’에 부합하는 음악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곡 중간중간 소리와 구조가 거침없이 변화하고, 앨범의 흐름은 어둡고 밝은 분위기를 오고 간다. 또한, 드럼의 비중과 다양성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믹싱과 다른 악기들이 드럼을 위한 공간을 양보하고 있고, 그 기대에 부합하듯 드럼은 박자를 밀고 당기며 곡의 흐름을 앞장서 조율한다. 단순한 하우스-팝 음악이 이어지다가 싱코페이션이 가득한 드럼이 주도하게 되는 “With The Flow”와 같이 적극적인 드럼과 새로운 소리의 조화가 때론 적절치 못하지만, 분명 이디오테잎이 본래 꿈꿔오던 음악에 가까운 앨범은 [11111101]이 아닌 [Tours]일 것이다. 7/10
정은정: 1번 트랙의 제목이 “Proof”(증명)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디오테잎(Idiotape)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 1집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파워풀한 신시사이저와 드럼은 여전하나, 악기의 쓰임과 소리의 구현에 대해 고민한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전작과 달리 곡마다 신스의 톤도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으며, 드럼에 집중하되 비트의 ‘부각’보다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1집이 굵직한 메인 멜로디로 곡을 관통하며 비트로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전력 질주 주자였다면, 2집은 멜로디를 여러 가지 형태로 배열하고 드럼을 변칙적으로 사용하며 힘을 안배하는 마라토너의 모습이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고 매끄럽게 결승점에 도달한다. 특히 타이틀 “Airdrome”은 페이스 조절의 좋은 예로, 기승전결이 분명하다. 트랙 리스트 구성에서도 완급 조절이 드러난다. 이만하면 증명은 합격점이다. 8/10

 

 

고래야 | 불러온 노래 | 2014.07.30
고래야

최성욱: 전통악기의 앙상블이 매력적이고,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풀어놓는 방식도 흥미롭다. 또한 특별히 허술하게 느껴지는 곡이 없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 “생각나네”와 같이 민요 특유의 애상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분위기를 진중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고래야만의 감성으로 재구성한 노래들이 돋보인다. 8/10
한명륜: 한국 전통악기가 가진 울림이나 마찰의 질감 및 특성을 국악이 아닌 대중음악 콘텐츠의 협소한 공간 안에 모으기란 쉽지 않다. 믹싱 이전에 소스부터 어떤 식으로 모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 그런 점에서 고래야의 이번 2집은 전작보다는 진일보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개개 악기의 놀음과 떨림이 분명히 확인된다. 특히 물에 띄운 항아리를 부드러운 봉으로 가만가만 두들기며 시작하는 “생각나네”는 디테일 면에서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곡. 다만 악기들 간의 공간이 비교적 타이트하게 붙어 있는 데 반해 보컬과 기타의 음색이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과제라기보다는 또 다른 진보의 실마리라 보고 싶다. 7/10

 

 

핫펠트 | Me? | JYP 엔터테인먼트, 2014.07.31
핫펠트

정은정: ‘예은’이 아니라 ‘핫펠트(HA:TFELT)’이다. 원더걸스의 잔상에서 벗어나 새로이 태어나겠다는 의미이다. 음악 또한 그렇다. 댄스 뮤직이 아니라 모던 록, 트립합과 덥스텝, 트랩을 택했다. 모험이었지만 모든 트랙에 걸쳐 위화감 없이 소화해냈다. 곡에 어울리는 보컬을 골라 입는 영리함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옷이 퍽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Ain’t Nobody”와 “Bond”는 힘을 뺀 허스키한 목소리로, “Wherever Together”는 가성으로 불렀으며, “다운(Nothing Lasts Forever)”에서는 기교를 절제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지점이 있으니 안무이다. 가인도 벗었고 선미도 벗었던 신발을 또 벗은 채, 무대 위를 기고 뒹구는 모습은 아무리 콘셉트라지만 애처롭기만 하다. 7/10

 

 

현아 | A Talk | 큐브엔터테인먼트, 2014.07.28
현아

블럭: 정말 “어디부터 어디까지” 문제인지 모르겠다. 흔히 강한 캐릭터 하나만 믿고 안일하게 구성을 짜면 결과가 이렇게 되고는 했다. 다섯 곡 중 한 곡은 오마주라는 좋은 단어를 써가며 기존 곡을 차용하는가 하면, “French Kiss”는 현아에게 어울리는 옷이지만 결국 포미닛과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트랩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가져온 “빨개요”는 차라리 낫다. “Blacklist”는 LE와 실력 차가 심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기획이라지만 보컬 디렉팅에 있어 곡마다 편차가 심하며 하나의 곡 안에서 목소리가 수시로 바뀌는 점은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이걸 다 해내는 현아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좋은 캐릭터를 살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롤모델이 필요하다. 2/10
오규진: 현아의 음악이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는 이유는 예컨대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돈을 잘 번다고 자랑하는 것까지는 맞는 말이어도, 그 자랑이 “나 돈 잘 버니까 부러우면 알아서 잘해”라는 문장을 국어책 읽듯이 읊는 것이라면 설득력이 없단 점과 일맥상통한다. 현아는 분명 우리나라에서 섹시한 아이돌의 표본과도 같은 존재고, 곡과 가사 또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주어진 재료들을 소화해 실행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뻔하고, 국어책 읽는 듯하다. 비록 한 곡에 참여했지만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LE와 비교되기도 한다. 본인과 소속사 모두 능동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