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1년 11월 16일

장소: 서울 상수동 ‘카페 코난’
질문: 신현준
정리: 김정윤, 최지선

이제 ‘인디 3세대’라는 말을 써야 할 시점이 온 걸까? 이 말이 정착하려면 이런저런 동의와 항의가 필요하겠지만, 1996년의 ‘시작’과 2007년의 ‘재생’을 거쳐 어느덧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이라는 긴 이름의 밴드는 2세대와 3세대에 걸쳐 있는 밴드이고, 그 가운데 박연(보컬)과 기경서(베이스)는 이른바 “요새 젊은 것들”에 속한다. 그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상상하고 이를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데뷔 EP를 내고 활동을 시작할 무렵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옮긴다.

사진_박수환 (사진: 박수환)

웨이브: 첫 EP 음반 [소실]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박연: 처음에는 EP가 아니라 데모로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다들 너무 열심히 해서 한 번 정리를 하고, 그 이후에 정규음반 작업을 하든가 곡 작업을 더 하자고 했어요.
기경서: 데모 작업이라기에는 너무 공을 들였어요. 그래서 음질이 안 좋은 것은 감수를 하고서라도 그때까지의 작업을 내놓아보자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필요하면 재녹음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웨이브: 곡을 만든 순서가 어떻게 되나요?
박연: “오후 세 시”라는 곡은 밴드가 구성되기 전에 만들어졌어요. 2009년 이전 이재훈(기타)이 혼자 솔로로 연주를 하면서 데모 파일로 만들어놓은 상태였어요.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 멤버를 꾸려 이 곡을 함께 녹음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이 곡이 제일 처음에 만든 곡이자,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이하 꿈카)이라는 밴드가 결성되는 계기가 된 곡이에요. 처음에는 모던 록 성향의 노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밴드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다 보니 녹음 단계에서는 많이 달라졌어요. 그 다음으로 만든 노래는 “냄새”예요. 밴드를 만들고 나서 곡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제가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가사와 멜로디를, (이)재훈의 기타 리프와 코드를 섞어 만든 곡이에요. 이 곡도 현재에 저희가 하고 있는 스타일에 맞게 편곡을 다시 했어요. “냄새”는 [관자놀이](주: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뮤지션들이 2010년 발표한 컴필레이션 음반 [관악자작곡놀이]의 약칭)에 싣기도 했는데, 이 [소실] EP에 실린 버전과 아주 달라요. 그 다음으로 만든 곡이 “런닝머신”인데 제가 가사와 모티브를 가져와서 멜로디를 같이 붙였어요. “런닝머신”은 당시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다가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는데, 최근 편곡해서 요즘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어요. 그 다음이 “비상구”인데, 이 곡이 밴드 색깔이 바뀌면서 사운드의 기준이 된 곡이에요. 그러고 나서 “476-20”과 “테러”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어요. 2010년 후반, 2011년 초 무렵? 처음에는 베이스가 없었지만 베이스 주자(기경서)가 들어오면서 추가했어요.

웨이브: 합주실에서 틈틈이 녹음했던 건가요?
박연: 밴드 초창기에 데모를 녹음하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시설이 여의치 않아 흐지부지되었고 몇 곡만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 후 EP를 만들자고 계획하고 나서 8월에 녹음을 시작했는데 아마 2~3주 걸렸을 거예요. 물론 3주 내내 녹음한 게 아니라 드럼, 베이스, 기타 두 대, 보컬 순으로 각 파트별로 2, 3일 정도씩 소요됐어요.
기경서: 각자의 파트도 원 테이크(one take)로 녹음한 게 아니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다시 더빙했어요.
박연: 우선 각자 파트를 끝내고나서, 믹싱하는 과정에서 더 필요한 사운드가 있으면 컴퓨터로 만들어서 추가했죠. 그렇게 추가한 부분이 많지는 않아요.

웨이브: 예산은 어떤가요? 녹음 장비는 좋았나요?
박연: 이번에 녹음은 새로 옮긴 합주실에서 했어요. 합주실 겸 녹음실이었는데, 상업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취미로 밴드를 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 이용료가 저렴하면서도 장비가 꽤 괜찮았어요(주: 그 전에는 망원동 변두리에 있는 476-20번지 합주실을 이용했었는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합주실 운영이 어려워져서 쫓겨났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이 EP를 녹음했던 476-26번지 합주실인데 여기도 운영이 어려워져서 몇 주 전에 없어졌다. 아직 옮길 데를 못 찾고 있다고 한다). 바닥에 구멍을 뚫어 녹음할 수 있는 라인까지 설치되어 있었어요. 부스도 분리되어 있었고요.
기경서: 드럼의 경우는 베이스, 스네어, 심벌 이렇게 세 개 정도 마이킹을 했어요.

웨이브: 사운드 프로덕션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박연: 저희도 아쉬워요. 그래도 그걸 감수를 하고 비판 받은 것은 받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었어요.

웨이브: 원래는 어떻게 하고 싶었어요? 잘 안 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박연: 사운드 소스를 얻는 과정에서 의도한 것을 다 못했어요. 예를 들면 기타 톤이 좀 더 댐핑(damping)이 강하게 되어야 했어요. “테러”의 경우 라이브로 볼 때는 기타랑 드럼이랑 딱딱 맞아 떨어져 터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음원에서는 죽은 사운드처럼 녹음이 되어 톤이 좀 마음에 안 들어요. 악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 한계 안에서 믹싱을 하려고 했어요.
기경서: 녹음실이 콘크리트 석고보드 중심으로 되어있는 건물이라 드럼을 치면 홀에서처럼 음이 튕겨서 나와요. 그런데 그게 다 잡혔어요. 에코라고 해야 하나, 소리가 모이지 않고 텅텅거리는 느낌? 그 소리를 빈티지하게 살려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저 같은 경우는 기타를 치다 베이스로 바꾸게 되어 악기가 급조된 상황이었어요. 연주 면에서 저는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았죠.

웨이브: 이 음반은 특별히 기존 레이블의 도움 없이 만들어졌잖아요. 음원 유통도 하지 않고. 음반 배급도 일반적이지 않고요. 이런 방식이 이번 EP에 국한된 건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궁금하네요.
박연: 멤버 중 한 명은 멜론이나 벅스 같은 거대 유통망을 거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도 그런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밴드 하나가 자신들의 음원 유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온라인 유통을 하지 않는 것이 ‘운동’의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부분은 멤버들마다 의견이 달라요. 제 경우에는 단지 EP를 큰 규모로 유통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동안 작업을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소규모로 하려고 했지요. (저희 노래처럼) ‘476-20’이라는 공간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낸 것일 뿐, 프로듀싱을 빡세게 해서 뿌리자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추후 작업의 유통 방식은 나중에 결정하자고 했고요.

웨이브: 앞으로 밴드의 지향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생존이 걸린 문제일 텐데요.
박연: 멤버가 다 생각이 달라요.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생계를 음악과 별개로 끌어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직장 다니는 멤버는 시간이나 스트레스 문제가 있겠죠. 만약 잘 된다면 음악만으로 먹고 살고 싶은 로망은 있지만요. 멤버들마다 견해는 다르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있어요. 상업적인 것이 너무 노골적이거나 기름져서 별로라면 하지 말자는 정서는 공감하고 있죠.

웨이브: 밴드를 어떻게 운영하나요?
박연: 합주는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해요. 공연을 하면 그때 또 모이고. 창작은 합주실에서 잼(jam)을 하면서 같이 해보는 식으로 이뤄져요. 밖에서 각자 한 다음 녹음해서 이메일로 전송하고, 온라인에서 이야기한 후 같이 만나서 합주해요.

웨이브: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음원을 들을 수 있는데, 어떤 의도에서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건가요?
박연: 저희 음악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이에요. 저희가 멜론 같은 음원사이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음반을 살 때 기준이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제공한 음원을 한 번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치 같은 것이에요.

웨이브: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는 음악은 데모인가요, 음반 수록곡의 미리듣기 버전인가요?
박연: 데모를 올리는 거죠. 음반으로 내지 않은 음원이나 데모라도 그걸 듣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올릴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사운드 클라우드의 현재 페이지는 음반이 나올 때 기획해서 만든 거예요.

웨이브: 이것이 음반 구매로 연결되나요?
박연: 사운드 클라우드가 좀 불편해요. 매번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게 번거로워서, 그걸로 저희 음악을 듣게 된 사람들도 음반을 빨리 내라고 해요. 음반을 사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저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음반을 판매하는 이유가 수익을 얻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저희의 경우 분배할 정도의 수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음 작업이나 합주 기금을 마련하는 수준의 공동 기금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더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웨이브: 사운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이유는?
기경서: 음질은 mp3와 크게 차이나지 않아요. 그런데 사운드 클라우드가 생각만큼 보편적인 매체는 아니에요. 홍대에는 사운드 클라우드를 아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은 유튜브가 구매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죠.
박연: 일단 주변에서 많이 사용하니까 익숙했어요. 만들기도 쉽고. 간편하고 여기저기 끼워 넣을 수 있어서 무난했고요. 유튜브는 영상이라 올리는 데에 걸리는 부분이 많아요. 가장 간단한 기능을 가진 플레이어를 이용하고 싶었어요. 밴드캠프는 써본 적이 없었고요. 마이스페이스는 좀 불편해요.

웨이브: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데,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요?
박연: 그전에는 사실 레이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일단은 기획이나 아트워크를 레이블에서 해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프로듀싱도 그렇고. 그걸 다 직접하고 싶었어요. 아트워크에도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기경서: 불편하다기보다는 더 좋았어요.
박연: 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트렌지스터헤드도 자켓이 너무 완성도가 높아 감점 요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완벽한 웰메이드를 기대하게 해서. (웃음) 아무튼 아트워크나 밴드 컨셉을 직접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디자이너가 필요하면 개인적으로 디자이너에게 이야기하면 되고, 유통이 필요하면 직접 하면 되니까. 우리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레이블 없이) 했어요. 레이블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은, 실무가 많아지는 순간이었어요. 한 명이 다 맡기도 그렇고, 분산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헷갈리고. 유통 같은 경우도 자료를 보내야 하는데 마감 관리도 안 되고 자꾸 까먹고 놓치고. 그런 실무적인 면에서는 (레이블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경서: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다음엔 더 수월할 것 같아요. 물론 실무는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웨이브: 음반 커버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페이스북에서 모 음반 표지와 비교되며 논란이 되었는데요. 그게 불행히도 보는 순간 떠오를 수 있는 거라서요. 짝퉁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웃음)
기경서: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보는 순간, ‘어!’ 하고 그 자켓이 떠오르긴 했어요. 전혀 다른 느낌이기 하지만, 배경을 보고 그냥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어요.
박연: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을 못했어요. 저희가 말하려고 하려는 것도 너무 다르고. 그래서 크게 반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도 격한 반응은 없었어요.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적도 없고요. 어쨌든 아트워크에는 신경을 많이 썼죠. 아트워크 때문에 EP가 오래 걸리기도 했고.

웨이브: 멤버 중에 박연 씨만 사진에 올라간 이유는? (웃음)
박연: 아… 그것 때문에 논란이 많았어요. (웃음) 멤버가 다 올라갈 수는 없었어요. 원래 컨셉상으로도 한 명이 올라가야 했었어요.
기경서: 사실은 다른 적합한 모델을 찾으려고 했어요. 그것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약간의 트러블도 있었는데 결국 못 찾아서 박연이 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 밴드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음반 표지 속 인물이) 박연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 점이 문제라고 보기도 했어요. 어떤 멤버는 ‘톰 요크만 (표지에) 나오면 톰 요크가 라디오헤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우려하기도 했죠.
박연: 극단적인 예로 김윤아를 자우림으로 등치시켜 부르게 되면 밴드는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반응한 멤버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보컬이고, 프런트 우먼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표지 속 인물을) 저라고 알아챈다고 해도 이미지가 맞아서 제가 나섰나보다 생각하지 저를 꿈카 밴드의 전부라는 오해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뒷모습이 누가 봐도 저 같죠? (웃음)

웨이브: EP를 낸 이후에는 그 전과 비해 일상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박연: 일단 일이 많아졌어요. 유통도 직접해야하고, 음반 평도 받아야하고, 블로그 만들고, 주문받고, 배송하고…. 음반을 내고 1~2주 정도는 정신이 없었어요. 특히 음반을 잘못 찍는 바람에…. 그런데 그것도 재밌었어요. 그런 사실을 누군가 제보해서 나중에 알았어요. 마스터 CD 자체가 잘못된 걸 모르고 마스터 CD를 가지고 온 친구도, 다른 멤버도 서로 확인을 안 하고 급하게 갔어요. 심지어 트랙 순서를 착각하고 있었어요. 그 멤버는 패닉 상태가 되어 다시 찍는 비용을 자기가 다 내겠다고 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말고 발매 날짜를 늦추자고 했어요. 이미 판매된 30~40장 정도가 문제였는데 정책을 세워 교환해주려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좋아했어요. (웃음) 그리고 아무도 교환을 안 했어요. 제대로 된 버전을 산 사람들도 잘못된 CD를 구할 수 있냐고 개인적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나중에 가격 올라가면 팔아야 한다는 거였죠. 저는 그런 반응에 좀 당황스러웠어요. 너무 페티시즘 같고 너무 덕후 같기도 하고. 음반을 내고 나서 일주일 정도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레어 아이템이라는 둥 다른 이야기만 돌았어요. 큰 시장도 아니고 일개 인디 밴드가 낸 EP에 대해, 음악이 아니라 음반의 희소성에 대한 가치를 두는 건 좀 희한하다고 생각했어요.

웨이브: 이 음반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소개가 많이 되고 있나요?
기경서: 저는 개인적으로 웨이브 리뷰에 만족하고 있어요. 이 정도만 해도 좋다고. (웃음) 음반을 주문해서 배송하는 멤버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보따리 장사처럼 팔고 다니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팔리고 있긴 해요. 제가 판 것만 40장 정도? (박연: 진짜?) 여기저기 경로가 달라서 확실히 정산은 안 돼요. 500장을 찍었는데 제 생각에 150장은 팔린 것 같아요. 길게 보면 적당한 속도라고 생각해요. 아직 한 달도 안됐으니까요. 6개월 안에 다 판매되면 성공한 거죠. (주: 1월 25일 이들의 홈페이지에는 “준비했던 음반 500장이 (두 달도 안 되어) 거의 다 팔렸다”고 공지되었다.)
박연: 여기저기 블로그에서 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공식적으로는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저희가 아직 미숙해서 여기저기에서 판매하지 못했어요. 향뮤직에 입고된 지도 얼마 안 됐고. 조금 더 봐야할 것 같아요.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데, 레코드 페어 같은 곳에서는 잘 팔리거든요. 그곳에서는 얼마 뒤 다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웨이브: 꿈카가 말하자면 프로페셔널하게 활동하고 있는 건지요? 보통 음반을 낸 다음엔 소위 ‘앨범 활동’을 하잖아요.
박연: 보통 책을 내거나 음반을 내면 그 이후에 더 많이 활동하잖아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흐름으로는 음반을 내기까지 너무 힘들어서 그 다음에는 쉬고 싶거든요. 유통과 홍보를 포함한 여러 일들을 해야 하니까 지쳐서 다시 곡 작업을 하는 단계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아요.
기경서: 저는 1월에 열린 ‘그린플러그드-레드’ 페스티벌 전까지는 공연하기 싫었어요. (웃음)
박연: 음반을 만드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곡을 만드는 사람들이어서요. 공연을 하면서도 매번 즐거움을 찾거나 발전하고 싶고. 일도 일이지만 창작자로 접근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싫어서 다 직접해야하는 결벽증 같은 게 있어요. 레이블 도움 없이 할 수는 있는데 힘들어요. 대단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일들을 하고 나서도 너무 지쳐요. 그래서 곡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계속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두 달은 서로 안 보고. (웃음)
기경서: 메신저도 좀 닫고. 서로 잠수 타는 시간이 필용한 것 같아요. 너무 붙어 있으니까.
박연: 작업하려면 자기 안에서 생각하고 환기하는 어떤 순환이 계속 있어야 해요. 창작은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죠. 창작자마다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가사를 쓰는 일이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해요. 그게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아요. 녹음 전에 사교성을 발휘해야하는 모임이 있거나 하면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아요. 이번에도 한번 그랬어요. 기획자로 나서서 트렌지스터헤드랑 몇몇 사람들 모아서 공연 한 번 기획했다가 돈 걷어야하고, 식당으로 안내해야하고 그런 게 너무 많아서…. (웃음)

웨이브: 그러면 EP 활동은 끝난 건가요?
기경서: 사실은 그전부터 EP 활동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동안 곡을 했던 레퍼토리가 EP 수록곡이 되었죠. 그게 일반적이겠지만 저희는 좀 더 힘들었던 게, EP 내기 전에 거의 매주 공연을 했거든요.
박연: 대개는 공연을 하다가 EP를 내고 그 다음에 더 열심히 (공연을)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스튜디오에서도 작업하고, 아트워크 진행하는 도중에도 매주 공연했어요. 다들 너무 의욕적이었어요. 공연 후에는 힘들어 뻗어버리기도 하지만…. 매번 공연에서 즐기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해서…. 예를 들어 한 공연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 싶으면 다음 공연에선 더 잘 하려는 욕심이 생겼어요.

웨이브: 꿈카에게 공연(퍼포먼스)이라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누군가는 생계의 수단이 되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사회 운동 차원의 의미도 있을 것이고….
박연: 우선은 두 가지예요. 공연을 선택하는 기준이 일단은 재밌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돈을 많이 줘야 해요. 그게 아니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어야겠죠. 그런데 그것도 재미의 범주에 들어가죠. 의미만 있고 재미가 없으면 결국 의미도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저희가 공연을 통해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도 적어도 들어가는 비용들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하죠. 가령 뒤풀이 정도 하고, 녹음할 수도 있는 정도? 그래서 돈을 벌려고 하는 공연들이 있어요. 그리고 다른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음악 외에도 음악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로서의 의미가 제게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춤을 출 수도 있고. 저희가 초반에 영상 같은 것을 많이 틀었거든요. 더불어, 공연을 통해 사운드를 좀 더 제대로 구현할 수 있어요. 다른 곡은 모르겠는데 ‘테러’ 같은 경우는 빵빵 터지는 맛이 있어서 현장에서 들어야 해요. 이외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팬들과 소통하고, 선물도 주고받죠. (웃음)
기경서: 그런 일은 (박)연과 (이)재훈이 형밖에 없어요. (웃음)

웨이브: 그렇다면 꿈카의 음악 활동이 청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길 바라는지요?
기경서: 멤버마다 다 달라요. 저의 경우 우리 음악에 가사가 있긴 하지만 특정한 의미가 딱히 있다고 지정할 수 없고, 뭔가 어떤 정서가 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공연장이 주는 나름대로의 질감이 있어요. 특히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할 때가 제일 좋았는데 그런 질감들을 가지고 공연에서 터트리는 게 좋은 거지, 저는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일일이 고려하지는 않아요. 저는 연주할 때 관객을 잘 안 봐요. 제가 제 나름대로 최대한 잘 만들어내면 관객은 나름대로 수용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멤버 중에 제가 가장 다른 것 같아요.
박연: 저의 경우 공연에 대한 몇 가지 의미가 있어요. ‘관객들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상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신반의하면서 어떤 걸 던져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걸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이해하는구나’ 하고 알 게 되는데, 그게 마음에 들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매번 공연에서 그런 반응을 계속 체크해가고 방식을 바꾸어보면서 어떻게 전달되고 대화가 되는가를 보는 재미라고 할까요. 또 하나는 제가 프런트에서 보컬을 하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보다) 시선을 더 많이 받게 돼요. 사진도 많이 찍히고. 그래서 (뮤지션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을 쳐다보는 시선을 통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관심이 있어요. 예를 들어 김윤아 같은 여성 보컬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 관중을 바라보며 ‘나 예쁘지?’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남성 뮤지션들은 ‘내가 짱이다’라고 과시하기도 하죠. 하지만 전 둘 다 아닌 것 같아요. 무대에 서서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관객보다) 내가 더 권력을 가지고 내려다보는 상황에 대해 고민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하나의 공연이란 시선의 문제 혹은 전달과 대화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장 같아요. 공연에서 어떻게 연주하고 들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건 없어요. 어떤 때는 정말 나르시시스트처럼 공연할 때도 있고, 그걸 견제하다보면 어느 순간 또 불안정하게 공연할 때도 있고….

웨이브: 촌스러운 비유를 하자면, 소녀시대가 던져주는 메시지 속에 ‘어릴 때부터 열심히 훈련하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라는 관점이 있다면, 장기하는 ‘나는 지금 찌질하게 살고 있지만 그거 별거 아니니 그대로 살겠다’라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aesthetics’의 문제가 ‘ethic’의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그렇다면 꿈카의 이상적인 청중이라면 어떠한 윤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박연: 꿈카의 정체성 문제가 걸려있는 문제인데, 저 같은 경우 이번 EP 방향대로 계속 작업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세계관이 계속 변하고 감정도 계속 바뀌잖아요. 그래서 EP 작업에 한정지어서 이야기할게요. EP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예민하게 느낀 어떤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고, 그걸 보여주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자폐적으로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듣는 사람들도 ‘슈게이징’이라는 이름이 붙으니 ‘몽환적이고 쓸쓸한 골방 슈게이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끝내면 안 되겠구나. 이건 골방 BGM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걸 조장한 면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자켓에서 보이듯이 세계가 망해가고 있는데 주인공은 세계의 누구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고 세상을 구하려 하지도 않고서 혼자 예민한 뒷모습으로 서 있잖아요. 말하자면 ‘중2병적’인 자의식? 그런 걸 표현한 것이 첫 EP였고, 거기엔 씬과 사회에서 있었던 저의 포지션도 들어가고 있어요. 나중에는 관객과 좀 더 대화할 수 있는 세계관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경서: 저는 (박)연의 감정과는 좀 달라요. 저는 점점 어떤 인과적인 소통이 가능한지 의문시 되어서…. 합주를 하더라도 어떤 하나가 만들어진다기보다 각자 다섯 개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내가 낸 소리를 누가 듣고 이해한다는 게 내가 의도한 바로 그것일까요? 그런 점에서 관객들도 제가 낸 소리를 통해, 또는 합주 과정 속에서 그 나름대로 뭔가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가사를 노래하는 보컬도 큰 차이가 없는 듯해요. 가사도 제게는 파편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들, ‘어디로’ 이런 단어를 듣고 연주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비상구”가 가장 좋아요.
박연: 관점이 확실히 달라요. 경서가 처음부터 같이 한 게 아니라 나중에 들어와서 이미 만들어진 노래에 베이스를 넣은 곡들이 있어서 관점이 좀 다를 수도 있어요.
기경서: 그렇다고 베이스가 곡과 안 어울리진 않죠. 저 나름대로 (곡에) 분위기를 만든 게 있을 거예요. 전 말이나 가사로 보이지 않고 단어의 조각들로 보여요. (웨이브: 조각을 맞출 수도 있는 걸 테고요….) 저는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박연:
그(“테러”) 가사가 그런 쪽으로는 밀도가 가장 높았던 부분이에요.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는데, 자켓에도 좀 표현되어 있어요. 세상이 망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사람이, 그 범위가 너무 커서 오히려 거기에 대해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말을 안 하기에는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아주 안전한 것도 아니고. 사실 그 자리도 같이 무너지고, 나도 같이 망하고 있는데 말을 안 하고 있으니까 의심을 하는 거예요. 내가 정말 깨끗해서 말할 수 없는 것인가. 전혀 깨끗한 게 아닌데…. (웨이브: 반어적인데 표현은 반어적인 게 아니고….) 조금 자학적인 것 같아요. 도시문제나 홍대 앞이나 젊은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있는 저의 감정이에요.
기경서: 우리 또래 아이들에게 그런 정서가 종종 있는 듯해요.

웨이브: 이제 발전이라는 신화가 붕괴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 나빠지는 것도 아니면, 과연 어떻게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한 영화감독이 한 말인데, ‘삶은 오래 지속된다’는 말을 절망적일 때 되새기곤 해요. 상황이 나빠져도 삶은 계속되죠. 소실된다고 생각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박연: ‘소실’도 곧이곧대로의 의미가 아니었어요. 모든 게 망하고 있다고 믿는 그 희미한 정서 자체를 담고 싶었던 것이지, 저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옛날을 그리워하고, 빈티지를 좋아하고, LP판에 연연하는 그런 정서도 전혀 아니에요. 어떤 시기에는 좋을 수도 있고, 되돌아보면 나빴던 시기에도 어떤 가능성이 있었던 건데, 그건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서 평가되는 부분이지, 지금 봤을 때 좋아진다고 믿는 게 환상일 수도 있잖아요. 지구가 멸망할 줄 몰랐던 것이나, IMF가 터질 줄 몰랐던 것처럼. 그래서 그걸 더 좋아진다, 나빠진다고 진단하는 것 자체는 아닌 것 같아요.

웨이브: 복고적인 낭만에 입각한 생각인데 어떤 사람들은 서울 같은 도시를 떠나 시골에 내려가서 살겠다고 하기도 해요.
기경서: ‘구남’ 같은 생각이네요.
박연: 혁명이나 어떤 거대한 사회 변형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나니까 부분적인 혁명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가령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꾸려서 적어도 거기서만은 사회주의,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그런데 그런 게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의 외부를 자본주의의 내부에 장난감처럼 지을 수 있는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결국은 뉴욕 옥상에 텃밭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운동 같아요. 그런 부분적인 걸 만들어내는 것을 급진적이나 계급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환상인 것 같아요. 이건 음악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생각이에요. 아직은 노래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웨이브: 꿈카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박연: 다음 작업 안에서 이 EP를 넘어서 더 나아갈 거예요. 단순한 EP의 확장이 아니라 이걸 넘어서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물론 “테러” 같은 곡은 녹음이 아쉬워서 재녹음을 할까하는 생각도 있는데 합의가 된 건 아니고요. 밀려있는 다음 단계를 빨리 하고 싶어요.
기경서: 저는 오히려 일관적이 되어가는 것 같고, 끝까지 한 번 더 밀어붙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박연: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갑자기 넘어간다고 확 넘어가는 것도 아닐 거예요. 형식적으로 갱신이 되려면 가사만 바뀌어야 되는 것도 아니겠죠. 그래서 일단 쉬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최소 일주일 정도라도 작업만 하고 싶어요.

웨이브: 음악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신의 ‘문화적’ 혹은 ‘정치적’ 견해가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이른바 ‘인디 3세대’가 그 전 세대와 구분되는 특징이랄까….
기경서: 요새 들어 음악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정치적 견해를 찾지 않으려 해요. 그런데 이게 ‘탈정치화’라고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일상적인 정치적 견해, 혹은 경향성이 있다면 그것은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배어들게’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전 거기에 대해서는 좀 열어놓고 싶어요.
추상적인 견해 말고,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볼게요. 결국 돈 얘기가 될 것 같네요. 음악, 넓게는 문화에 대해서 전 이렇게 생각해요. “음악 열심히 하면 먹고 살 수 있다”가 아니라, “먹고 살아야 음악 할 수 있다”라고요. ‘문화=돈’이에요. 제가 보기에 이건 도저히 극복이 안 돼요. 물론 누군가가 당장 ‘스피릿’으로 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인 역량이 되었든 외부에서 띄워주기가 되었든, 스타가 되어야 해요. 자본도 많이 흘러들어 있어야 하구요. 제가 느끼기엔, 문화 쪽은 어떤 정치경제 체제 아래에서건 앞으로도 계속 승자독식 구조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선 누구든 전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는 거죠. 사실 전 한 번도 전업 음악인의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세대론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 지금 현실 속에서 저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할 거라고 봐요. 이건 사실 본질적으로는 계급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게 세대론처럼 보인다면, 아마 계급구조가 현 세대에서 보다 유의미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세대론이 본질은 아닌 것 같아요.
박연: 요즘 느끼는 건… 바깥이 안 보이고 적도 안 보이니까 엉뚱한 대상이랑 싸우고 좋았던 과거로 자꾸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중요한 건 사소한 이슈 하나하나에 계속 빡치기보다는 적이 누군지 명확히 인식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인디 3세대에 관해 말씀드리면, 저는 3세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차이를 아직 느끼지 못했어요. ‘뉴’라는 말이 호들갑처럼 너무 많이 떠돌아서 비교적 차이가 작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네요. 뮤지션들의 태도도 쿨해졌고, 영미권 음악과 더 동시대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고, 관객들의 옷차림도 예전보다 세련되어진 것 같은데 그건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정도인 것 같아요. 씬에 있다 보면 여기저기서 새롭고 낡았다고 시끄럽게 떠드는 말들이 판단을 방해해요. 이 안에서는 이렇게 시끄러운데 조금만 밖에 나가면 아무도 공감 못하고. 이 안에서는 아직도 대중문화를 별 것 아닌 걸로 무시하는데 텔레비전을 보면 사회의 에너지가 모두 예능과 드라마에 투입되고 있고요. 물론 작은 세계에서 우리끼리 신나고 들뜨는 게 재밌긴 해요. 초등학교 같고 할로윈 파티 같고…. 그런데 작업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내 음악 열심히 하고, 좁은 씬에는 거리를 두는 게 제 방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인디’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 같네요.

웨이브: 장시간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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