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4년 7월 12일 토요일
장소: 대구 클럽 락왕
질문: 정구원 lacelet@gmail.com

대구의 지역번호는 053으로 시작한다. 인디053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방위 독립문화예술단체로서, 2007년부터 음반 제작, 공연 기획, 공공예술 프로젝트 진행, 독립예술 교육 활동 등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모토에 걸맞게 이들은 음악 씬에 국한되지 않고, 대구에서의 문화활동 전반에 걸쳐서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디053을 이끌고 있는 이창원 대표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 [weiv]

 

정구원 : ‘인디053’이라는 단체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창원 : 인디053은 2007년부터 시작했고요, 053은 대구 지역번호에서 따 왔습니다. 이름 그대로 대구 지역에서 인디펜던트, 독립문화예술을 하는 친구들이 만든 단체고요. 음반 제작이나 공연기획을 비롯해서 축제, 전시 등 전방위적인 예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구원 : 현재 인디053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창원 : 음악 중심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긴 한데 음악이 유일한 적자 사업이라서요(웃음). 음반이나 공연들이 외형적으로는 조금 축소가 되고 있고요, 음악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음악, 미술 등 하나하나의 장르보다는 장르와 장르의 연대, 혹은 창작자들이 지역 주민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가 기획했던 것 중에 하나가 대구 김광석 벽화길이거든요. 미술하는 친구들이 음악적 소스를 가지고 미술 작업을 하고, 거기에서 다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거리공연을 하는 판을 만드는 식이죠. 아티스트 개개인의 매니지먼트나 창작지원보다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구원 : 대구 씬에서 과거에 중요했던 장소, 그리고 현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소는 어디가 있을까요?
이창원 : 밴드만이 아닌 힙합을 포함한 인디음악 전체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장소는 역시 클럽 헤비일 겁니다.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지역 예술가들의 산실로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 힙합의 경우 싸이퍼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채보상운동공원 등도 중요한 장소고, 현 시점에서 활발한 공간의 경우 술집과 공연장을 겸하고 있는 얼반, 쟁이 등이 있고, 전문 공연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락왕 등이 있습니다.

정구원 : 클럽 헤비의 경우 대구 인디씬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인데, 클럽 헤비에 대해 기획자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창원 : 성지 같은 거죠. 전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디펜던트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생겨날 때부터 클럽 헤비가 존재했었는데, 단순히 인디음악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대구 지역 전체 문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헤비는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고요. 앞으로 계속 시간이 더 쌓이면서 굉장히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96년 이래 한 이름으로 클럽을 운영해 나가면서 헤비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 공연을 했고요. 그 원칙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기획자로서 정말 존경스럽죠.

정구원 : 헤비뿐만 아니라 락왕, 라이브인디, 얼반, 쟁이 등 공연장도 많이 있고 버스킹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역 음악 씬에서의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고 보십니까?
이창원 : 흐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대구 같은 경우에도 80년대 캠퍼스 중심으로 해서 록 음악이 풍성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씬이라기보다 활동 인구가 풍성했던 시기였는데요, 이 시기를 지나서 90년대 중반에 홍대 인디 씬이 만들어지면서 조금 늦는 감이 있지만 대구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서, 2000년대 초반에 씬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융성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가 꺾이고 침체기였다가, 최근 3년간 다시 부흥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씬’이라고 해서 한꺼번에 조직화되어서 나가기보다는, 대구에서는 꾸준하게 뭔가 시도를 하는 흐름들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판을 만들기까지는 아직 많이 못 미치지만 그래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을 기반으로 시도를 하려는 뮤지션, 기획 등의 흐름들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어떤 ‘임계점’을 뛰어넘은 적은 없지만, 계속해서 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정구원 : 대구 이외의 타 지방과의 연계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이창원 : 저희 독립문화예술 단체들끼리 하는 경우도 있고, 오늘같이 서울의 붕가붕가 레코드 등의 레이블과 함께하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뮤지션들끼리는 각 지역에 공연을 하러 가다 보니까, 그 공연장에서 만나서 의기투합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이런 공연들은 사실 저희한테도 그러한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부산에서 이런 시도들이 많았었어요. 인디음악 하는 친구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페스티벌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리고 작년에 헤비에서 17주년 음반 [17]이 나왔고 부산에서 [특별시 부산]이 나왔었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저희가 각 지역 씬과 연계해서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드는 것, 얘기는 많이 나왔었는데 아직은 논의로서만 머물고 있지만 그런 활동을 해 보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레이블이 중심이 되는 기획이 앞으로도 꾸준하게 시도했으면 좋겠고요.

정구원 : 관객들은 이러한 지역 씬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이창원 : 클럽에서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것까지는 아직 인식이 못 미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원하고는 있고 말이죠. 이런 공연들도 한번 봐야지 하고 원하고는 있는데 사실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고 음반를 소비할 정도면 상당히 적극적인 활동이잖아요. 인디음악의 경우 그 단계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 같아요. 인디 자체의 팬들보다는 스타를 소비하고 싶은 팬들이 아직까지는 많다고 할까요. 인디 소비층이라는 게 굉장히 얇다고 봅니다. 정말 창작하는 것을 응원하고 그 창작물에 소비를 해서 적극적으로 하는 층까지 만들어지는 것은 아직 못하고 있는 거죠.

그렇지만 이 사람들한테 좋은 정보가 주어지고 지역 음악 씬이 노출되기만 된다면 소비가 늘어날 계제는 충분히 있어요. 그런 종류의 일은 기획자들이나 언론에서 맡아야 하는데 그 지점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그런 상황에 대해 해야 될 일이 뭘까 되게 고민이 많은데, 정책적인 부분들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뮤지션들이 어느 수준이 되면 그 지역을 떠난다는 게 어느 지역이 되었든 문제거든요. 마케팅이 안 되다 보니까 먹고 살려면 홍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그 갭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가 계속해서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구원 :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역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에는 평생 수도권에서 살아 왔고, 그나마도 이곳 저곳 이사를 다니느라 어떤 한 지역에 진득하게 살아 본 경험이 없거든요. 고향이 없다고나 할까요. 그런 입장에서 한 지역에서 살면서 계속해서 어떤 목표를 도모하는 것이 어떠한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이창원 : 굉장히 추상적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는데(웃음), 사실 대구만 하더라도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면대면 사회입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다 형님, 동생, 학교 선후배, 어찌되었건 연결될 수밖에 없는 그런 ‘동네’죠. 더구나 여기에서 문화예술계만 놓고 보면 더욱 좁아지고, 거기서 인디씬은 더더욱 좁아지는 거죠. 이렇게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때로는 굉장히 갑갑하고, 그러면서도 또 여기서 힘을 얻으면 급격하게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보다 잘 되려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느끼긴 해요. 폐쇄적이라는 게 어떤 건가 예를 들면, 미술을 공부하는데 고등학교까지 학교를 대구에서 나왔어요. 근데 대학을 서울로 갔어요. 그러면 미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구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대학도 대구에서 나오고 활동을 대구에서 하는 사람들은 대구 작가라고 생각을 해요. 굉장히 웃기고 바보같은 거죠. 대구에서 벗어나서 활동을 하면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해버리니까요. 이런 폐쇄성은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역 씬에 기여를 한다라는 것은… 지역 뮤지션들 중에서 40대를 넘어서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포크 뮤지션인 박창근 선생님. 이런 분들은 나름의 개인 회원 그룹 같은 분들이 계세요. 팬클럽은 아니고, 동네 빵집의 단골손님 같은 느낌? 그 분이 공연하시면 항상 와 주시는 분들. 그게 정말 수십년동안 얽혀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것들이 지역 씬에서 활동하려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대구가 아니면 못하는 작업들이 있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김광석 벽화길을 조성해 놓았는데 거기에서 갑자기 40, 50대 아저씨들이 오셔서 포크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그것을 들으면서 좋아하고. 이런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만, 우리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분위기들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의 ‘포스트’ 역할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홍대를 가면 어디를 가야 돼, 부산에 가면 인터플레이를 가야 돼, 광주에는 네버마인드가 있고 대구에는 헤비가 있어. 이런 식으로 존재만으로도 처음 온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있는 포스트가 있습니다. 대구에는 인디053이 있으니 다른 지역의 음악하는 친구들이 기획 같은 것을 좀 편하게 제안하고, 다른 지역에 또 누군가 있어서 저도 편하게 제안하고, 이런 일들이 지역 씬에서 저희가 하는 일들이고 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터미널’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역 같은 느낌이랄까, 모든 열차가 서울역으로 가지만 서울역에서 또 흩어지잖아요. 타 지역에 있는 친구들이 대구를 오고 싶으면 인디053을 거쳐가고, 대구 친구들이 타 지역의 정보를 얻고 싶으면 인디053을 거쳐서 뭔가 시도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구원 : 앞으로의 지역 씬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점에 둬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창원 : 지역에서는 기획, 제작까지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습니다. 근데 지금 당면한 문제는 유통, 판매인 거죠. 마케팅하는 게 굉장히 힘든데,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장을 어떻게 만들어 낼까, 그게 가장 큰 숙제라고 봅니다. 또한, 지역에서의 가장 큰 강점은 생산 여건이 잘 되어 있다는 겁니다. OEM을 할 수 있는 거죠. 서울이 아닌 지역들이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기술력이나 이런 것들은 장비만 있으면 어차피 그 다음은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요. 생산 기지로서는 충분하다고 봐요. 예를 들면 미술의 경우 구/군 단위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혹은 창작 스튜디오 프로그램들이 많거든요. 폐교에 예술인촌을 만들어서 작업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똑같은 개념으로 스튜디오나 공연장도 그러한 식으로 만들어지면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대구의 음악이라는 게 대구에서 만들어서 대구에서 100% 소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여기는 생산기지로서 좋은 스튜디오가 만들어지고, 홍대에 있는 팀들이 ‘아, 대구 가니까 편하게 만들 수 있더라’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을 것 같아요. 대구에서 보다 싸고, 보다 편하며, 보다 깊이있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방도시들이 그런 일들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과 정면으로 승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웃음) 전략을 잘 짜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