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벤, 김사랑, 웨이브스, 고고스타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벤 | The Vgins | PJR엔터테인먼트, 2014.08.05 최성욱: 그루브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비트와 미끄러지듯 이어지는 보컬 간의 싱크로율이 높다. 음색의 도드라짐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에 보조를 맞추며 노래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딥플로우(Deepflow), 빈지노(Beenzino)와의 협업도 성공적이다. 단순하지만 적절하게 강약을 이루면서 부드럽게 흐른다. 8/10 블럭: 적은 곡 수임에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곡의 속도뿐만 아니라 적은 악기 수로 무드를 만드는 방식 역시 벤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트랩 사운드 위에 보컬로 힙합을 선보이는가 하면, 워블 베이스로 곡의 컨셉을 잡거나 자신의 이름을 활용하는 등 곳곳에 아이디어가 배치되어 있다. 다만 무드의 유지가 듣는 이에 따라 평이함의 연속, 혹은 비슷한 느낌의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P에는 짧지만 벤만이 가능한 것, 벤이 제일 잘하는 것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 여기에 첫 등장에서 조급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기존에 선보였던 “잠이와”를 다시 불렀지만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플러스가 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잘 드러낸 출발점. 7/10 김사랑 | Human Complex Part.2 | 쇼파르뮤직, 2014.08.08 최성욱: 지난 [Human Complex Part.1]보다 더 옹골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앨범의 첫 곡과 두 번째 곡은 솔루션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청량감 있고 흡입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후반부의 트랙은 김사랑 특유의 인더스트리얼 발라드(?)가 이어지는데, 앨범의 전반부에 비해 다소 헐겁고 느슨하다. 7/10 정은정: 4집의 가장 큰 특징은 ‘록’과 ‘일렉트로닉 뮤직’의 결합에 있다. 사실 의아할 일은 아니다. 김사랑은 이미 1집에서 “Gate”와 “Chaos”로 드럼 앤 베이스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십수 년 전부터 전자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Love Up”은 전자음악의 요소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처음”은 전면적으로 일렉트로닉 록을 표방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다. 무리한 시도는 아니었다. 다만 다른 곡과 비교해 들으면, 그에게 더 어울리는 음악은 여전히 모던 록, 록 발라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트랙 간의 통일성이 떨어져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7/10 웨이브스 | The Emotional Pop | 2014.08.06 정은정: 앨범명 ‘Emotional Pop’처럼 감성적인 팝을 들려준다. 두 명의 보컬이 함께하지 않고 곡에 어울리는 보이스를 선별해 불렀다. 결과적으로 조승민의 맑고 가냘픈 목소리와 김세희의 탁하고 깊은 목소리를 이용해 집중도를 높였다. 피아노와 기타, 드럼은 과장이나 욕심 없이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에 일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감수성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를 모티브로 삼은 “Billy Elliot”,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주제로 한 “Time Leap”의 가사는 곱씹어 듣게 된다. 6/10 한명륜: 뉴 에이지와 퓨전 재즈적 작곡법이 무리 없이 녹아나 있는 앨범. 특히 심플하고 무게 있는 건반 터치를 활용해 인트로를 여는 “Mirage”가 귀에 들어온다. 일견 팻 메스니 그룹의 90년대 초중반을 떠올리게도 한다. 다만 곡의 꽉 짜인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을 멜로디가 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6/10 고고스타 | 망가진 밤 | 2014.08.06 한명륜: 뒷박의 댄서블한 그루브는 여전하지만 전반적으로 앞박의 어택에 가해지는 무게감이 증가했다. 같은 2박자의 댄서블한 넘버라도 “망가진 밤”은 과거의 “치키치키”나 “우뢰매”와는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슈나이션”에서는 아예 극단적인 디스토션 베이스까지 선보인다. 그러면서 의외로 음악이 단정해졌다는 인상을 준다. 전작들이 마치 춤을 춘다는 느낌이라면 [망가진 밤]의 리듬은 무도(武道)를 연상케 한다. 취향에 따라서는 그들의 댄서블한 특징이 조금 퇴화된 것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오랜 시간 펑크록 신에서 자신의 기본기를 갈고 닦았던 이태선의 초심이 효과적으로 호출된 것으로 보고자 한다. 8/10 오규진: 고고스타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소리를 조합해 특이하지만 친숙한 음악을 만들어왔다. 조합의 음악을 추구한 이들이기에 [망가진 밤]이 지난날의 고고스타 음악과 사뭇 다르게 들린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달라진 점은 단지 이것이다. 그전까지는 스스로 원재료들을 직접 사와 ‘댄스-펑크’라는 음식을 처음부터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면에, 이번 앨범에선 ‘포스트-펑크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중간 완성품들을 끌어와 좀 더 완성도 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1집과 거의 같은 스타일의 2집이 ‘식상하고 부담스럽다’는 평을 받은 후 절치부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완성도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개성을 내어주었고, 이 거래는 상당히 뼈아프다. 이번 앨범을 듣는 건 만족스러운 경험이지만, 영국의 수많은 뉴 웨이브 팝 밴드들을 놔둔 채 고고스타의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가 많이 없어졌다. “검은극장”, “신의 가호”와 같은 트랙에서 이들 스스로 방법론을 제시하는 개성을 엿볼 수 있지만, 아직까진 고고스타의 음악은 중심이 서지 않았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