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셋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언체인드, 위너, 페퍼톤스, 길구봉구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언체인드 | 가시 | 진저레코드, 2014.08.04 블럭: ‘묵직하고 지글지글한 사운드’라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들려주는 모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단순히 디스토션 잔뜩 걸린 기타와 같은, 그런지 록이 가지고 있는 사운드를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완성도를 가져가는 동시에 암울한 정서의 동원까지 깊이 흡수하여 결과적으로는 모방이 아닌 언체인드의 음악을 만들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첫 앨범을 내는 만큼 팬들에게는 익숙한 곡도 있겠지만, 레코딩 앨범으로 접했을 때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과잉의 질감이 살아 있다. 8/10 한명륜: 그런지라 생각하면 시애틀 출신의 거물 밴드들이 생각나고, 스토너 계열이라고 생각하면 그 바닥의 유명한 팀이 떠오른다. 그러나 언체인드의 음악은, 특정 스타일로 설명은 가능할지언정 목록화할 수 없는 유니크함을 갖고 있다. 고래처럼 긴 호흡을 자랑하는 “호저”, 심플하고 직선적인 맛이 돋보이는 “파리”가 우선 귀에 감기지만, 일일이 곡들의 매력을 열거하지 못함이 아쉽다. 한데 첫 EP를 들어보면 이들의 송라이팅 능력은 특별히 진화했다기보다는 애초에 시작이 좋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스타일 자체만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록 역사의 후배들로서 결국 승부를 볼 것은 내밀한 디테일임을 전하고 있다. 8/10 오규진: 그런지의 탄생은 도시의 크기에 비해 음악적으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시애틀의 상황과 잘 맞물린다. 바다를 끼고, 언제나 조금 음울한 분위기에 잠겨 있는 시애틀. 흥미롭게도 시애틀에서 몇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부산은 시애틀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언체인드의 음악이 그런지를 닮은 건 자연스럽다. 또한, 그렇기에 언체인드가 시애틀의 그런지와는 다른 그들 고유의 음악을 들려준다. 의도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음악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긴 호흡을 유지하며 조건 없는 화보단 애환과 여운을 남긴다. 물론 이들의 음악은 순간순간이 새롭다기보다는 외려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 밴드의 음악을 상황마다 알맞게 차용한 결과물로 들린다. 하지만 같은 오마주라도 언체인드는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은 해석을 보여준다. 난무하는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 속에서 이들이 굳건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다. 8/10 위너 | S/S | YG엔터테인먼트, 2014.08.12 김윤하: YG에서 선보인 9년만의 보이그룹이라는 타이틀과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준비 기간에 비하면 무척 무난하고 평범한 결과물이라 놀라울 정도다. 소속사 선배들의 대중적으로 ‘검증된’ 곡들을 가지런히 늘어놓은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매력이고, 반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기도 하다. 이 평온하고 안온한 흐름 가운데 강승윤은 여러 면에서 이 그룹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담당하는데, 부정적으로 보자면 너무 ‘튄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이 팀과 이 앨범에서 과연 무슨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싶다. 5/10 블럭: 긴 시간의 준비가 있었음에도, 매체를 통해 크게 준비 과정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다. 수록된 음악은 YG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카테고리 안에서도 협소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강승윤이 리더인 YG의 남자 그룹’이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정도에서 그치며, 결정적으로 ‘위너’만이 가지는 색이 없다. 아이덴티티 구축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맥락 없음의 연장선에서 각각의 아티스트에게 정체성이라는 걸 세워온 YG치고는, 그리고 이미 팬베이스를 체감하고 있는 위너치고는 지나치게 ‘모험 지양적인’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5/10 페퍼톤스 | 하이파이브 | 안테나뮤직, 2014.08.14 최성욱: 일단 전형적인 페퍼톤스 사운드에 미묘하게 변화를 준 점이 돋보인다. “굿모닝 샌드위치 맨”의 인트로에서 느껴지는 초기 로큰롤의 흥취, “SOLAR SYSTEM SUPER STARS”의 블루스 패턴, “몰라요”의 빈티지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그 예다. 스펙트럼은 넓어졌으나 페퍼톤스의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질주감 있던 멜로디의 매력은 다소 줄었다. 여전히 귀에 감기는 곡은 “청춘”과 같이 페퍼톤스 특유의 상승감 있는 전개와 카랑카랑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곡이다. 7/10 한명륜: [Beginner’s Luck](2012)의 수록곡 “아시안게임”에서 들려준 바, 로커빌리를 비롯한 올드록 스타일의 작법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간 트랙들이 귀를 이끈다. 여기에 브릿팝적 터치나(“굿모닝 샌드위치 맨”) 펑크를 연상시키는 박진감(“POWERAMP!!”), 컨트리적 리듬이나 사운드 구성을 다소 부드럽게 가미해 첨가한 면모(“캠퍼스 커플”) 등이 가미되어 있다. 한편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몰라요”나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알려진 “청춘” 등의 비교적 부드러운 넘버도 전작들에 비하면 다소 힘 있고 거친 맛이 난다. 다만 곡의 분위기에 따라 개별 악기 간의 공간감이 다소 획일적인 점이 옥에 티. 7/10 김윤하: 들으면 들을수록 의문이 겹겹이 쌓인다. 페퍼톤스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들이 데뷔 시절부터 고집해온, 그리고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사랑해온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는 햇빛 가득한 오후를, 진심을, 청춘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사실 지킬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지키고 싶다. 하지만 이래서야 별 수 있나. 빈티지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위해 힘을 모았음이 분명한 사운드 메이킹과 보컬 믹싱은 안타깝게도 그에 걸맞은 포근함에 채 닿기도 전 이들이 가진 가장 큰 약점에 스포트라이트를 잔인하게 비추어버린다. 살아도 너무 살아 있는(生) 소리가 멜로디를, 자꾸만 핀트가 나가는 보컬이 이야기를 뭉갠다. 세상에 감추고 다듬어야 더 빛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5/10 길구봉구 | 달아 | WS엔터테인먼트, 2014.08.12 최성욱: 그동안 익히 들어온 ‘소울의 색을 입힌 가요’와의 변별력을 찾기 힘들다. 돋보이는 것은 봉구의 음색이다. 정엽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같을까. “달아(Dalah)”에서 팔세토 창법으로 화음과 애드립을 이어가며 메인 보컬을 뒷받침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분명 변별력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나, 여타 싱글에서는 장점을 부각하지 못한 채 묻히고 있다. 6/10 오규진: 길구봉구는 SG워너비가 찾아낸 컨트리팝과 알앤비의 접점을 따라간다. 조금 더 레트로한 사운드를 들려주려 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새로울 것이 없지만, 미니앨범임에도 음악적 정체성이 표류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해진 스펙트럼의 이번 앨범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이들의 준수한 보컬이 전반적으로 강약 조절에 서투르다는 점은 약간 걱정이 된다. 음색은 감미롭지만, 곡이 그만큼 감미롭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 팝 시장에서 변별력을 가지려면 자신들의 무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