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 | ACE | SM Ent. 2014 성장, 그리고 홀로서기 태민은 2008년 5월 샤이니의 멤버로 데뷔했다. 보통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서 출발하는 그룹은 예고가 나오는 편인데, 샤이니는 보기 드물게 별다른 티저 없이 데뷔했다. 그룹의 막내 태민은 첫 활동 당시 16살이었고, 보컬보다는 안무에 집중하는 포지션이었다. 실제로도 그룹 내에서 가장 뛰어난 독무를 선보인다. 샤이니의 나머지 멤버는 대부분 노래를 잘하지만 태민은 다소 뒤쳐진 실력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활동 과정에서 태민의 파트는 점점 늘어났고, 이후 다른 샤이니 멤버와 대등한 보컬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후 [불후의 명곡]을 포함하여 몇 편의 OST에 솔로로 참여했다. 태민이 솔로 가수로 나서는 것이 뜬금없지는 않다. 다만 솔로 앨범 [Ace]는 그룹 멤버가 솔로 앨범을 거의 내지 않는 SM에서 발표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례적이다. 이번 EP [ACE]에는 SM에서 주요 곡을 써왔던 주축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테디 라일리(Teddy Riley), 언더독스(The Underdogs)를 비롯하여 켄지(Kenzie), 디즈(Deez), 이현승(레드로켓) 등의 작곡가가 곡을 썼고 종현은 작사, 최강창민은 작사와 코러스로 참여했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 “Ace”는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스타일을 접목한 알앤비 곡이며 이는 SM이 최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Ace”는 그러한 곡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보컬 라인과 코러스를 가지고 있고, 은근한 라이밍, 빼어난 완급 조절은 곡이 지니는 장점들이다. “괴도(Danger)”의 경우 타이틀곡인만큼 곡 안에 계산된 흐름이 타이트하게 존재하며 버스(verse)와 브릿지(bridge), 훅(hook)의 간극이 꽤 있음에도 이질감이 없다. 곡에 배치된 수많은 포인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 역시 멋지다. 다만 코러스와 솔로 파트가 서로 곡을 나눠 부른다는 느낌이 있고, 그 과정에서 “Dream Girl”과 같은 샤이니의 타이틀 몇 곡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라틴 사운드의 도입부 진행과 퍼커션이 담겨있는 “Experience”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의 결합으로 좋은 팝을 만든다. “Pretty Boy”는 앞의 곡들과 여러모로 다른 느낌이다. 간결한 편성의 힙합 사운드와 독특한 나팔 소리, 악기 간의 여백을 채우는 FX(효과음)는 수록곡들에 비해 이질적이다. 하지만 버스에서의 여백을 채운 훅, 거기서 힘있게 치고 나오는 보컬은 어색함을 지우는데 성공한다. 엑소(EXO)의 카이가 래퍼로 참여했는데, SM에서 그룹의 래퍼가 솔로 앨범에 랩 으로 피쳐링을 하는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거절할게(Wicked)”의 경우 많은 작곡가가 함께 했지만 켄지의 존재감이 전면으로 나오는데, 포인트를 남기기보다는 곡 전체의 짜임새에 초점을 둔 듯하다. 마지막 곡 “소나타(Play Me)”는 언더독스 표 팝-알앤비이며 보컬 라인에 중심을 두는 정공법으로 풀어간다. 여기서 곡을 소화하는 태민의 능력은 최대한으로 발휘된다. 이 앨범의 외면은 한국 아이돌 중 가장 극단적인 비주얼 컨셉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강한 비주얼 아트와 곡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가사의 몫이다. “아직 여자를 잘 모를 거 같다고? / 난 사랑에 서툰 어린 왕자님 같다고? / 그저 난 훗 / 그 모습 그대로 믿는 건 Fool”(Ace)부터 “저 문을 닫아요 / 아무도 모르게 날 간직해요 / 그대를 위한 내 Melody”(소나타(Play Me))까지 앨범 수록곡은 대부분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것을 예쁘거나 순수하게만 표현하지 않는다. 종현이 작사한 “Pretty Boy”의 경우 ‘남성적’이라는 것을 말할 때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떠올리는 선입견을 건드리기도 하고, 보이는 부분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담는다. 종현과 태민을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아마 두 사람이 긴 시간 활동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가사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22살이 된 태민을 여전히 ‘막내’로 여기고, 그래서 완전한 성인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은 이제는 성인이 된 태민을 온전히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태민은 이번 앨범을 통해 확실한 성장의 순간, 가수로서뿐 아니라 남자로의 성장 그 자체를 보여준다. ‘솔로로서의 태민’은 다소 극단적인 비주얼 컨셉을 통해 ‘샤이니의 태민’과 분리하는 작업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 보통 여자 아이돌에게 적용되는 머리 색, 화장, 의상 등의 요소는 샤이니의 ‘미소년’ 컨셉과 섞이며 남성성을 비튼다. 빡센 안무도 이 전체적인 그림에 부합하며 준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괴도(Danger)” 뮤직비디오에서의 이미지는 앨범 아트워크 콘셉트에서 가져온 퇴폐미를 강조하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이 연상되는 의상과 안무도 보여준다. 한편 뮤직비디오에서 강조하는 것이 카리스마, 혹은 남성적 면모라면 음악방송 라이브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연 안무다. 태민은 라이브에서 절대 무대의 중심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안무 구성과 복잡한 동선을 보여주는 여타 아이돌 그룹들과 비교했을 때, 무대 중앙에서 댄서들의 편대만 앞뒤로 바뀔 뿐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안무 자체에 집중하는 동시에 태민을 자신있어 보이게 만든다. 솔로로서의 태민은 샤이니의 태민과 다르게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의 안무를 선보인다. 이 앨범 역시 SM의 앨범이 그러하듯 레이블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컨템포러리’를 표방하는 샤이니와의 차이는 알앤비/팝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며, SM이 내놓는 솔로 가수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소녀시대의 [Mr.Mr.], 엑소의 [Overdose]와 태민의 [Ace]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양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비슷한 포맷을 연속으로 선보이는 것은 SM이 앨범 기획에 있어 풀어가야 할 숙제라 할 수 있다. 반면 엑소가 회사의 중심이 되고 레드 벨벳이 새로 출격한 지금 시점에서 샤이니라는 대표 그룹의 멤버가 솔로로 활동하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 대상이 샤이니의 막내라는 점 역시 생각해볼만하지 않을까? 태민이라는 솔로 가수가 좋은 기량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유효한 컨셉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블럭(박준우) blucshak@gmail.com rating: 6/10 수록곡 01. ACE 02. 괴도 (Danger) 03. Experience 04. Pretty Boy 05. 거절할게 (Wicked) 06. 소나타 (Play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