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HA:TFELT) – Bond (feat. 빈지노) | Me? (2014) 핫펠트(HA:TFELT)란 이름으로 발표한, 원더걸스 예은의 솔로 앨범 [Me?]에 수록된 곡. [Me?]는 (본의 아니게) 원더걸스와 분리된 예은을 재평가하게 만드는 수작이고, 그 중에서도 이 곡이야말로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녀의 잠재력과 가능성, 전망을 모두 보여주는 성과라고 본다. 몬티 노먼(Monty Norman)의 그 유명한 “James Bond Theme” 인트로를 활용한 편곡과 빈지노의 빠른 랩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예은의 보컬과 대비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는 이 곡을 지배하는 건 누가 뭐래도 성적으로 팽팽한 텐션이다. 나쁜 남자와 그에게 반한 여자가 주고 받는 아슬아슬한 대화. 그런데 여기서 ‘그녀’는 영악하고 속물적이다(“널 원해 나의 Heaven, 숨이 멎을듯한 니 눈빛, 날 이용해도 좋아 Come kiss me”). 소위 ‘사랑에 빠진 순한 여자’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이 속물성이야말로 여자를 (특히 남자, 혹은 가부장제에) 위험한 존재(=팜므파탈)로 만드는 핵심인데, 이 곡을 지배하는 세속적으로 솔직한 그녀는 21세기의 [007]시리즈가 재구축한 ‘본드 걸’ 이미지와도 엮이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양면성(보수적인 산업과 도발적인 여성성이 공존하는 기묘함)까지도 은연 중 드러낸다. 그 점에서 “Bond”는 2014년 한국의 메이저 음악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독보적이라고 해도 좋을 순간을 포착하는 곡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