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빅베이비드라이버, 박재범, 우탄 & 버기, 레인보우99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빅베이비드라이버 | A Story Of A Boring Monkey And A Baby Girl | 일렉트릭 뮤즈, 2014.09.12 최성욱: 드린지 오, 생각의 여름 등과 함께 현재진행형 포크 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기타 위주의 사운드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더했음에도 그녀만의 기조를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다. “구름게으름민요”와 같은 곡을 예로 들자면, 모국어로 쓰인 노랫말도 자연스럽고, 타악기와 건반악기의 쓰임새도 적절하다. 수리수리마하수리의 오마르가 부르는 허밍이 더해져, 이곳도 저곳도 그렇다고 제3의 곳도 아닌 분위기의 무국적 인디팝 싱글이 완성되었다. 8/10 김윤하: 2011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발매 이후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음악은 점점 환하고 점점 커다래져 왔다. 뮤지션 자신의 성장 탓도, 드라마 [신사의 품격] 삽입곡으로 인기를 모은 이후 다양한 매체를 거치며 소리를 다진 탓도 있겠지만, 소속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의 지원이 견고해진 덕도 꽤나 크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김목인의 [음악가 자신의 노래]와 [한 다발의 시선]에서 느꼈던 확장의 흐름이 그대로 느껴졌다. 좋은 재료로 만든 풍부한 소리들이 꽉 들어찬, 실한 포크 음반. 무엇보다도 여전히 꿈에 걸쳐 있는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허기가 가신다. 7/10 박재범 | EVOLUTION | AOMG, 2014.09.01 블럭: 지난 앨범을 통해 드러낸 단점 중 하나인 조급함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는 자신의 능력과 욕심을 유연하게 끌어나갈 줄 알고 있다. 또 늘어난 기량만큼 존재감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을 하나의 정규 작품으로 묶어내고 있다. 이미 발표한 곡이 꽤 있기 때문에 그것이 약간의 독으로 작용할 뻔했으나, “JOAH”를 포함해 전반부에 배치된 다수의 트랙은 흐름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랩 실력도 단순히 한국어 발음이나 내뱉는 수준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재치 있는 워드 플레이, 스스로 견지하는 태도와 자세는 정말 힙합이다. 두 가지 스타일을 하나의 앨범 안에 묶어놓은 것도 아직 완전히 견고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빠른 시간 안에 이만큼 발전된 면모를 선보인 것은 말 그대로 ‘evolution’이다. 7/10 김윤하: 앨범은 정갈하게 세 파트로 나뉜 박재범 그 자체다. 마이클 잭슨의 춤과 노래를 보고 들으며 자란 청년의 상쾌함이 넘치는 전반부, 타고난 하이톤의 섬세한 비브라토가 오감을 간지럽히는 중반부, 그리고 명예, 돈, 여자, 파티 자랑에 정신없는 후반부. 뉴잭스윙 팝에서 슬로우 잼, 일렉트로 힙합까지 경계 없이 날뛰는 곡 구성이나 17곡이라는 볼륨, ‘미안해 뻥이었어’나 ‘부모님한테 커피숍 차려줬어’ 같은 다소 비릿한 노랫말이라는 각종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넘치지 않게 꾹꾹 눌러 담은 솜씨가 대단하다. 단정한 완성도에 대한 욕심은 이미 넘치는 재능과 에너지의 저 편으로 달아난 지 오래다. 7/10 한명륜: 보컬리스트로서 재범의 역량은 갈수록 놀라운 면을 보여준다. 커먼 그라운드와 함께한 “So Good”에서는 다른 악기와의 관계 속에서 재범 자신의 자리를 찾는 재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라타”에서는 결코 풍부하다고 할 수 없는 배음이지만 비교적 긴 호흡으로 한 곡의 분위기를 장악해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아마도 당분간은 성장과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8/10 우탄 & 버기 | Hol!day | VMC, 2014.09.03 블럭: 우탄은 메인스트림 랩 스타로서의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능력,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면서도 잘 쓴 가사, 그러면서도 목소리나 발음, 리듬감을 통해 만들어가는 독자적인 부분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먹힌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거나 다 잘한다는 것은 한 가지에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돌아서기 쉽다. 우탄은 이 부분을 버기라는 프로듀서로 채운다. 버기는 한 가지 색채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드러내며 “휴일”, “여름”과 같은 키워드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올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앨범 중 하나. 7/10 레인보우99 | Seoul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14.08.28 한명륜: 제각각인 듯하면서도 일정한 방향의 흐름을 보이는 곡 구조가 매력적이다. 개별 사운드 소스도 흥미로운데,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하려면 그 위를 덮고 있는 다른 소스들의 연무를 헤쳐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물론 이 수고는 즐거운 일이다. “홍대입구”, “봄” 등에서 선보인 박지혜의 보컬은 일견 황보령을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는 좀 더 날카로운 맛이 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Noise, Piano, Seoul]의 충실한 각론이 아닐까 싶다. 8/10 최성욱: 둔탁한 드럼 패턴과는 반대로 아스라한 음성과 영롱하게 번지는 건반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인왕산”과 같은 곡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앨범 전체로 보자면, 공간과 시간이라는 콘셉트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밀한 묘사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레인보우99 특유의 명징한 선율을 가진 노이즈가 느껴지진 않는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