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은 – 예쁜 나이 25살 | 25 (2014)

 

시크릿의 멤버 송지은이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기습 공개라고 기사가 나왔지만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인트로를 포함하여 총 다섯 곡이 실려 있는 이번 미니 앨범에는, 먼저 공개된 “쳐다보지 마”를 비롯해 자작곡 “별”도 함께 실렸다. 브라스 자체가 워낙 흔히 쓰이는 추세라(어쩐지 용감한형제가 떠오른다) 첫인상은 자칫하면 그냥 뻔한 아이돌의 타이틀곡 정도일 수도 있다. 타이틀곡 “예쁜 나이 25살”은 곡보다 뮤직비디오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곡과 뮤직비디오를 조합했을 때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라는 레퍼런스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헤어스타일과 의상, 가끔 어둡게 만든 피부 톤, 심지어 영상의 톤이나 풍선을 포함한 소품들까지 적극적으로 차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곡을 다시 들어보자. 브라스 사운드나 가성을 자유로이 오가는 보컬 라인, 랩으로 짠 훅까지 곡의 곳곳에서도 그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근데 좋다. 레퍼런스와는 별개로 높은 음역대의, 소위 ‘터지는 구간’ 없이도 보컬의 역량을 잘 드러냈으며 작곡의 완성도 면에서도 퍼커션의 활용은 물론 구간별로 신경을 쓴 편곡까지 나름 준수하다. 적극적으로 특정 분위기를 차용하고 있지만 곡 자체는 베끼거나 노골적으로 가져온 부분이 없다. 오히려 송지은에게 맞는 옷으로 조금씩 손을 보는 과정과 노력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송지은은 이 곡과 뮤직비디오를 예쁘게 소화하며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 가사의 허술함이나 안무의 일부 구간에서 시크릿이 떠오르는 건 한계에 해당하지만, 이 와중에 송지은은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나는 그래서 이 곡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케이팝은 맥락 없이 화려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아닌가. 그리고 송지은이 이렇게 예쁘게 나왔으면 그걸로 됐다. 이제 내 마음속 지은이는 송지은 한 명뿐이다. | 블럭 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