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 사람의 마음 | 사람의 마음 (2014)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이 곡이 시사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에 대한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와는 무관하게, 이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본다. 요컨대 이것은 은근하다. ‘당신들끼리 얘기해보라’는 식으로 논점을 던지는 식이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마음에 드는 건 ‘사람의 마음’이라는 제목을 소재주의로 대충 써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랫말을 가만 들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보편적인 감각을 다루는 한편 특수한 기억을 환기한다. 누군가는 팽목항, 안산, 광화문 광장을 동시에 떠올릴 법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음악에 집중하면, 일단 창법이 인상적이다. 툭, 툭 던지듯 부르는 노래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슬쩍 쓰다듬는다. 그게 특히 좋다. 게다가 소리의 공간감도 적절하다. 방한복의 공기층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쿠션을 만드는 것 같다. 악기들은 어딘가에 숨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서로 부둥켜안고 고조되다가 슬며시 사라진다. 장기하의 보컬 연출은 점점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감정의 틈새도 세밀하게 재현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저 하루가 힘들고 지친 사람들도, 2014년의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상처받고 소외당한 사람들도 모두 보듬으려고 애쓴다. 이 보컬과 악곡의 뉘앙스는 “TV를 봤네”의 연장이기도 한데, 좋은 쪽으로 자기 스타일을 확립해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요크의 ‘오징어’가 떠오를 뿐 아니라 “내 사람”을 재활용하는 뮤직 비디오만큼은 (단호하게) ‘노잼’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