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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넷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장기하와 얼굴들, 차붐, 서태지, 하동균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장기하와 얼굴들 | 사람의 마음 | 두루두루amc,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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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에두르지 않고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담았다. 전작에 비해 빠른 템포와 리듬감 있는 멜로디로 진행되는데, 3집이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락앤롤’의 장르적 특성이자 함께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모색한 결과다. 산울림, 송골매, 송창식을 연상케 하는 장기하의 보컬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여전히 말하듯이 노래하지만, 과거의 창법이 무미건조한 어투였다면 이제는 억양과 강세를 갖추어 구성진 연기를 구사한다. 고막에 음란마귀를 모시고 사는 나에게 “내 사람”은 사람의 마음이 아닌 몸에 관한 노래다. ‘봉긋한 동산을 지나 깊은 골짜기를 지나 잔잔한 당신의 샘물에 파도가 철썩철썩’이라니. 마음에 대한 노래로 몸을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는 밴드의 말을 곱씹어본다. 7/10
한명륜: 전작에서의 과감한 명령조 혹은 방백과 달리 [사람의 마음] 수록곡들의 가사는 끊임없이 누구에겐가 응답을 부탁하고 있다. 심지어 동명의 타이틀 “사람의 마음” 도입부 내레이션의 인토네이션은 간절하기까지 하다. 말끔하게 정돈된 남녀상열지사의 감정을 그린 “내 사람”도 의도했을 법한 에로스적 에너지를 담지 못하고 있다. 하세가와 요우헤이의 기타도 특유의 직선적이고도 거친 멋과는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심지어 “구두쇠” 같은 곡의 인트로나 메인 리프는 필요 이상으로 귀엽다. 곡의 형식이나 테마와는 별개로, 장기하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과감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6/10
최성욱: 장기하의 억양과 노랫말보다는 밴드의 깊어진 사운드가 좀 더 선연히 들린다.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를 바탕으로 멜로트론, 벤조 기타, 빈티지 오르간, 카주 등의 악기를 군데군데 배치하여 화려한 사운드를 완성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더 세게 몰아붙이는 구성이다. 밴드 사운드는 풍성해졌으나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위트와 재기발랄함은 줄었다. ‘사람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낚아채던 요소들이 희미해져 버렸다. 7/10
김윤하: 이 앨범이 좋다 나쁘다, 취향이다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확실히 [사람의 마음]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전작들에 비해 크고 정교한 집중도를 요하는 앨범이고, “내 사람”이나 기존에 발표되었던 곡들(“좋다 말았네”,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을 제외하고는 소위 말하는 ‘킬링 트랙’도 부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훌륭하다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장기하와 얼굴들이 자신들이 위치한 자리에서만 가능한 것들에 과감히 도전해 썩 멋지게 완성해냈다는 점이다(이는 마치 아이돌 시장에서 SM 엔터테인먼트가 샤이니나 f(x)로 보여주고 있는 과감하고 진보적인 시도들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70년대 한국에 머물러 있던 이들의 사운드가 영미권의 60~70년대 혹은 레트로에 천착하고 있는 최신 인디신 트렌드에 발맞추며 이뤄낸 어떤 ‘가능성의 확장’도 이 앨범을 더욱 긍정적으로 보게 만든다. 이제야 비로소 ‘장기하’가 아닌 ‘장기하와 얼굴들’이 보인다. 8/10

 

 

차붐 | Original | Chiko Bros. Ent,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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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 현실이 곧 세계관이 되고, 일상의 언어가 서사가 되며, 자신이 가진 캐릭터가 그대로 기믹이 되는 것이 힙합의 매력임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앨범은 안산이라는 공간 속 밤부터 아침까지의 시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콘셉트를 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등장하는 내용이 특정 시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여기에 각종 비속어와 은어는 오히려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차붐은 이러한 부분을 통해 앨범 제목처럼 ‘오리지널’을 만들어낸다. 가사의 내용이 가지는 힘도 크지만, 음악 역시 언어유희나 기존의 문법 등 힙합 고유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가 하면 탄탄한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조용히 지나가선 안 될 앨범. 8/10

 

 

서태지 | Quiet Night | 서태지컴퍼니,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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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륜: “소격동”이나 “크리스말로윈”을 들어보면, 서태지가 이번 음반에서 최대한 이음매 없는 음악을 지향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는 어떤 의미로든 서태지라는 뮤지션의 성장을 의미한다. 과한 자의식과 사운드의 이종성이 더 이상 자신의 비교우위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일 수도 있고, 음악가로서의 자신을 백지화하고 새로 모든 것을 시작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한다. 흥분되는 요소는 찾기 어렵지만 서태지라는 음악가 자신의 뜻을 초지일관 잘 따른 결과물로 읽힌다. 6/10
블럭: 괜한 호들갑을 떨었다. 앨범 전체를 들으니 과거에 서태지가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왔는지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서태지에 대한 환상과 비난이라는 이중잣대 프레임은 나부터 걷어냈어야 했다. 이 앨범은 그걸 걷어내기 좋은 결과물이다. 앨범은 지금의 음악적 추세의 한 부분을 잘 따르고, 거기에 자신의 감성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데 집중한다. 끊임없이 장르를 바꾸면서도 서태지가 쌓아온 맥락은 본인의 가사와 감정에서 드러내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도 그러한 공식에 충실하다. 사운드에 있어서는 피치포크의 취향과도 비슷한 듯하며 좀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워낙 팝 음악 계열의 밴드나 작품이 유럽과 영미권, 호주 등의 인디 신에서 많이 나오고 있으니 특정한 키워드로 꼬투리를 짚을 필요는 없다. 본인의 음악적 취향과도 어느 정도 물려 있었겠지만, 그는 여전히 트렌드를 흡수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게으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90’s ICON”의 가사가 인상 깊었다. 6/10
김윤하: 뛰어난 데뷔앨범은 가끔 싹 푸른 뮤지션의 발목을 잡는다. 하물며 ‘문화대통령’이라니, 아직껏 그 ‘뽕’에 취하지 않고 이토록 꾸준히 앨범을 낸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심지어 이토록 자신의 ‘원류’에 가까운 음악을 대담하게 들이미는 그의 담력의 크기가 새삼 궁금해진다. 앨범은 록커정현철 보다는 아이들 시절의 서태지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감성으로 가득한데, 이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그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각종 스캔들이나 피터팬에서 ‘삑뽁이 아빠’로 달라진 신분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앨범 [Atomos]의 연장선이자 서태지식 동화로 구성된 앨범의 콘셉트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90s ICON”에서 마지막 곡 “성탄절의 기적”까지 이어지는 앨범 후반부는 기본에 충실한 단단한 사운드, 타고난 여린 목소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멜로디, 고유의 감성 등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장점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다. 이것은 당신의 기대를 배신하는 한편 의심을 충족시키기 충분한, 출중한 ‘서태지 팝’이다. 7/10

 

 

하동균 | Word | 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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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무엇보다 목소리의 힘이 느껴진다. 별다른 기교 없이 저음부와 중음부, 고음부의 음색을 고스란히 살리며, 성량의 조절로 노래의 결을 만들어낸다. 여기까지는 이전 앨범의 평과 다를 바 없다. [Word]에서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록 사운드를 좀 더 부각하여 드라마틱한 구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문제는 절정 부분에서 곤욕스러울 정도로 과잉으로 치닫는다는 점이다. 감성의 농도를 짙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격렬하게 섞는 것이 능사일까?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