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Christmalo.win | Quiet Night (2014)

 

솔로 시절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대략 ‘훌륭한 사운드, 트렌드의 적극 수용,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논쟁’으로 정리할 수 있다. [Quiet Night]은 어쩌면 그런 평가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서태지 음반이 될 지도 모르겠다(“소격동”이 처치스(Chvrches)의 “The Mother We Share”와 닮았다는 주장을 감안해도 그렇다).

“소격동”에 이어 공개되었던 이 곡은 마치 온갖 장르의 영화에서 명장면만을 따와 이어붙인 예고편 같다. 화려하고 즐겁지만 핵심은 없다. 반면 시대의 첨단에 서야 한다는 서태지 특유의 강박도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MC 해머(MC Hammer)의 “Too Legit To Quit”을 인용하는 ‘안전지대/미치코 런던’ 시절의 감성도 그런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서태지는 이 곡의 ‘오래 된’ 정서를 화려하고 정교한 사운드로 감싸고 있지만 거기서 생겨나는 시차(時差)를 애써 봉합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비록 “긴장해 다들”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전 포고를 날렸음에도 “Christmalo.win”의 음원 성적은 과거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잔혹동화’의 어법을 빌어 에둘러 가하는 사회 비판 역시 사회와 개인이 완충장치 없이 충돌하고 있는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듯 보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제야말로 ‘팬’이 아니었던 이들은 서태지의 음악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Quiet Night]만큼 그의 동화적/탈현실적 취향이 선명하게 드러난 음반은 없다. 그가 문구 캐릭터인 리락쿠마에게 ‘나의 일천열 가지의 진짜 이야기'(“숲 속의 파이터”)를 하며 마음껏 노니는 바로 이 순간에, 어쩌면 다시 한 번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서태지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