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스의 담요 – 어느새 | Magic Moments (2014) “어느새”의 등장은 꽤나 갑작스럽다. 상큼한 스윙 리듬에 맞춰 예예 걸처럼 스커트 자락을 팔랑이던 총천연색 세계가 갑자기 흑백으로 채널을 변경하며 ‘천박해지지 않을 수 있으면’이라 곪은 속내를 터놓는데 그 누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사랑의 기승전결에서 이별 파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뮤지션의 설명에도 좀처럼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때 눈에 띄는 작곡가의 이름이 있다. 조월. 그럼 그렇지 싶다. 올 초 조월이 100장 한정으로 발표했던 EP [bonanza]에 수록곡이기도 한 이 곡은 연진의 목소리와 안정적인 편곡을 만나며 번듯한 새 옷을 입는다. 이 ‘옷발’은 5분 30초 이후, 즉 곡의 후반부 조월이 직접 연주한 비브라폰과 다른 악기들이 조심스레 절정을 만들어 내는 순간 극적으로 빛난다. 물론 아무리 차려입고 옷매무새를 다듬어도 여리고 불우하며 처연한 그 사랑의 본성은 채 숨겨지지 않지만 말이다. 하기사 세상에 친절하고 다정한 이별 따위가 어디 있나. 오늘도 이렇게 그의 고단한 사랑이야기에 또 한 번 설득 당한다. (데모 버전이긴 하지만 조월 버전의 “어느새”가 궁금하다면 이곳으로) | 김윤하 soup_mor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