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 날 위로하려거든 (2014)

 

윤상의 음악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놀라운 점은 그의 음악이 진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4반세기에 이르는 경력을 이어 온, 음악적 모험보다는 장인의 세련됨을 추구하는 데 집중해 온 뮤지션의 음악이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데에는 무슨 비결이 있을까? 오랜만에 발표한 이 싱글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덤덤한 보컬로 ‘남자의 로망’을 드러내는 감상적인 가사를 큰 굴곡 없는 울적하고 낭만적인 선율에 실어 부르다가, 결정적인 코러스가 터져 나오려는 순간 입을 꾹 다물고는 채찍처럼 날카롭게 후려치는 신서사이저의 외침에 자리를 양보한다. 좋은 팝송이 가진 단순명료함이라는 미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비트와 사운드를 견고하게 쌓아 화려하게 변주하며 ‘윤상의 EDM’이라 할 만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곡 초반의 예의 그 윤상 스타일 딜레이가 반가울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리믹스 버전은 이 곡이 가진 정(靜)과 동(動)의 결합이라는 특징에서 후자의 측면을 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