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본문
11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눈뜨고 코베인, 하이니, 랍티미스트, 유즈드 카세트의 새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눈뜨고 코베인 | 스카이랜드 | 붕가붕가레코드, 2014.10.30.
s2

최성욱: 사운드의 구성과 의미 전달 방식 모두 이전보다 구체적이고 부드럽다. 사이키델릭한 성향의 곡보다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발랄하게 이어가는 곡들의 비중이 늘었으며, 노랫말이 가리키는 지점도 분명하다. 비관적 현실을 살며시 꼬집어가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은 이전과 동일하나 좀 더 유쾌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밴드만의 톡톡 튀는 신서사이저 멜로디와 둔탁한 드럼 비트가 이전보다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7/10
한명륜: 타이틀곡 “퓨처럽(Future Luv)”의 신스팝 사운드는 앨범 전체를 대표하진 않지만 특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분명하다. 가볍고 밝은 건반 사운드와 깨끗하게 다듬어진 기타의 디스토션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곡 전체의 톤 위에 놓인 깜악귀의 목소리는 일견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신스팝이라는 레퍼런스가 80년대 초중반 어린 시절을 보냈을 멤버들에게 ‘호시절’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면, 그것을 통해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무심히 그려낸 셈이다. 그리 낯선 수법은 아니지만 앨범 전반을 차지하는 ‘불안한 가족’의 이야기 안에서 들으면 흥미가 배가된다. 8/10

 

 

하이니 | 클러치백 | 877엔터테인먼트, 2014.10.23.
s

블럭: 팝 음악이라고 했을 때 가져야 할 미덕이 별도로 존재한다면, 이 앨범은 그러한 미덕에 충실하다. 신서사이저의 활용은 물론, 스트링과 피아노의 운용까지 꽤 탄탄한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꽤 큰 스케일의 단어들을 꺼내면서 심오한 이야기를 던지는가 하면, 꽤 단단해 보이는 듯한 멘탈을 겉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유행에 가까운 소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정말 클러치 백을 들고 다니는 신여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잘 짜인 프로덕션도, 컨셉을 소화한 역량도 대단하지만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그만큼 컨셉의 짜임새가 아티스트의 모습보다는 전면에 있다고 느껴진다. 7/10
한명륜: ‘~백’처럼 단속적 음절을 리듬 운용에서의 액센트로 활용한 보컬이 눈에 띈다. 특별한 개성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주 파트와 조화를 이루는 감각이 특징적이다. 곡의 화성적인 면모 역시 그리 독특할 것은 없으나, 깔끔한 프로듀싱이 새롭지 않음을 친숙하고 자연스러움으로 바꿔내고 있다. 이런 스타일에서 클리셰처럼 들어가는 기타 솔로잉은, 보컬이 절제한 정서 표현의 나머지 부분을 말끔하게 채워낸다. 다만 멜로디 접근법까지 다소 관습적인 부분은 아쉽다. 7/10

 

 

랍티미스트 | Veranda | 케미스트릿, 2014.10.31.
s3

블럭: 랍티미스트는 꽤 긴 시간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돌려가며 여러 시도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라틴, 집시 계열의 음악을 자신의 가져오고자 했다. 이 앨범은 그러한 시도에 있어서 첫 번째 도착 지점인 듯하다. 그간 다양한 관심사와 힙합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맞추려는 노력이 오히려 손해로 돌아왔다면, 이번 앨범은 특정 무드에 무게를 두고 연주와 인스트루멘틀 트랙을 통해 앨범의 장점을 만들어냈다. 특히 기타와 트럼펫, 신스, 우쿨렐레를 직접 연주하여 만들어낸 트랙은 그 연주나 짜임새가 꽤 매끄럽다. 이 외에도 랍티미스트의 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뛰어나진 않지만 그의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 무드를 해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이 앨범이 한 차례 완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이 작품을 기반으로 한 번 더 제대로 된 뭔가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7/10

 

 

유즈드카세트 | Users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14.10.31.
s4

최성욱: 포스트펑크, 개러지록 사운드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저음에서 굵고 부드럽게 흐르는 보컬의 음색이 돋보인다. 연주와 구성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 없이 무난하며, 수록곡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이룬다. 그러나 국내 발매 음반과는 다른 잣대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해외 록밴드들의 그것과 대비하여 얼마나 변별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7/10
김영진: 유즈드 카세트를 바라보는 내 관점은 자연스레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음악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음악 외적인 부분이다. 이 밴드의 음악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변화해온 것처럼 보이는데, [Users]를 들으면 그것이 진화나 성숙에 대한 추구라기보다는 실험 내지 시도라는 맥락에서 읽힌다. 이들은 이미 그럴듯한 연주와 흥미로운 멜로디를 구사할 줄 알고, 그 원숙함 위에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보는 중인 것 같다. 알려진 “열대, 우리”와는 또 다른 감성과 열기가 가득한 이 비정규 앨범으로 다음의 정규 앨범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기란 어려워 보이지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이 팀이 ‘한국에서 음악 하는 외국인 밴드’가 아니라 ‘한국을 주된 활동 지역으로 택한 밴드’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음악 외적인 측면에서 더 관심이 가는 이유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