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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지산, 양양, 정밀아, MC몽의 새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지산 | 모두가 다른 나날들 | 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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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그가 음표로 세운 숲에 ‘공허’가 가로지른다. 열한 곡 모두 시간과 관계의 허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산은 과거와 현재의 괴리를 조용히 응시하고, 달라진 너와 나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캄캄한 동굴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울리는 보컬은 아련한 정서를 피어오르게 한다. 피아노, 기타, 전자음을 이용해 소리를 다양하게 표현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게 다듬었다. 약 2년간의 작업을 한데 모은 단편집이 이 정도라니,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7/10
최성욱: 스위트피, 토마스 쿡 등의 2000년대 초반의 몇몇 모던록 앨범이 떠오른다. 저음 영역에서 잔잔하게 부유하다가 고음 영역에서 아스러지듯이 뿌려지는 목소리가 매혹적이며, 신디사이저와 다양한 효과음으로 차가운 느낌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아스라하게 울리는 소리의 톤이 앨범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 7/10

 

 

양양 |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엔라이브,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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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기타를 메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마음에 드는 풍경에 털썩 주저앉아 노래를 시작한다. 양양의 새 앨범은 그런 풍경에 더없이 어울리는 앨범이고,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양양 역시 그런 사람일 것이다. 얼핏 장필순이나 조원선을 떠올리게 하는 허스키한 보이스가 쨍하게 강조된 프로듀싱과 포근한 무드는 양양의 이전 작업들에 비해 그녀에게 좀 더 대중 친화적인 매력을 선사하는데, 이는 앨범 곳곳의 연주와 전체적인 프로듀스를 담당한 이상순의 손길 덕분으로 보인다. 시처럼 맑고 곱게 울려 퍼지는 다섯 곡의 목넘김이 꽤 좋다. 6/10
정은정: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씁쓸하게도 비슷한 음악이다. 사그락거리는 질감의 건조한 목소리와 포크송 본연의 따스한 정서는 분명 양양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리워하던 것이었다. 기타와 퍼커션으로 진행되는 사운드는 안락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전개와 편곡이 전작들의 궤도를 답습하는 정도에 그친다. 먹고사니즘의 고단함을 토로하면서도 희망을 다짐하던 1집, 사랑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고백하던 2집에 비하면 여행길에서 느낀 감상을 담은 가사는 제한적인 어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밋밋하다. 자기복제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5/10
한명륜: 리듬이나 사운드의 다양성 면에서 나름대로의 준비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특히 “쳐다봐서 미안해요”는 슬쩍슬쩍 끼어드는 일렉트릭 기타의 터치와 퍼커션의 조합이 만드는 리듬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노래는”의 주선율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르페지오는 그룹 캔사스(Kansas)를 비롯한 올드록 넘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중반부의 간결한 기타 솔로와 몽글몽글한 로즈 건반 선율이 돋보이는데, 하모니카 멜로디에서는 다소 관습적인 라인이 아쉽다. 7/10

 

 

정밀아 | 그리움도 병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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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륜: 꾸준한 클럽 공연을 통해 음악적으로 고민해온 부분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담은 결과물로 보인다. 재즈의 외연에서 슬쩍 번져 나온 둣한 어쿠스틱 베이스의 짧은 인트로가 돋보이는 “겨울이 온다”, 부러 숨차게 부르는 “내 방은 궁전” 등은 그런 의도를 나름의 완성도로 표현해내고 있다. 다음 결과물을 기대한다. 6/10

 

 

MC몽 | MISS ME OR DISS ME | 웰메이드 예당,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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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Miss Me or Diss Me’라는 비교적 대담한 타이틀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그 타이틀이 보여주듯 이미 앨범의 초점은 앨범 내부가 아닌 외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런 외피와는 상관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차트 고공행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역시 내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노릇. MC몽은 앨범 안에서 래퍼라기보다는 허각, 에일리, 백지영, 효린, 범키, 민아(걸스데이), 스웨덴 세탁소 등 장르를 초월한 게스트들을 큰 어려움 없이 초대할 수 있는 만능 가요 프로듀서로서 존재하는데, 랩보다는 BPM에 맞춘 내레이션에 가까운 랩 스킬과 음원 사이트 1위에서 13위까지를 갈무리한 듯한 더없이 편안하고 안전한 노래들을 비교해보면 현재 그의 위치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이랬든 저랬든 데뷔 이래 꾸준히 평균치를 지켜온 그의 음악세계에 대한 분석보다 그 음악을 둘러싼, 댓글로는 악담을 퍼부으면서도 스트리밍으로는 그의 음악을 홀린 듯 재생하고 있는 대중들에 대한 분석이 누가 봐도 흥미로워 보이는 앨범이다. 5/10
최성욱: 음악 외적인 부분 때문에 음악까지 폄하되는 가수 중 하나다. 이전까지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 때문에 음악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병역 문제까지 더해진 격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라드풍의 흐름에 그루브한 리듬앤블루스 리듬과 랩을 섞고, 뽕끼 어린 보컬 피처링에 스트링 세션을 깔고, 고음역대의 보컬 파트와 랩 파트를 교차시키면서 멜로디를 이어가는 흐름의 방식 등 여전히 솜씨 있는 짜깁기 실력을 보여준다. “내가 그리웠니”, “New York”이 보여주는 훵키한 스타일의 기타 패턴, “What could I do”, “격정적인 열애설”에서의 그루브한 훅도 돋보인다. 대중이 좋아하는 멜로디와 분위기를 이렇게 푸짐하게 조합해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능력이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