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밤신사, 김범수, 기린의 새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밤신사 | Wish You Love | 2014.11.13. 정구원: 여유롭다. 밤신사의 세 곡짜리 EP에서는 곳곳에 여유로움이 묻어나온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기타 소리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기분 좋게 귀를 간지럽힌다. ‘바람이 휘파람을 불어도/내방엔 촛불 하나 없어서/아무것도 흔들리지가 않네’ 같은 가사는 확실히 아무나 쓸 법한 느낌의 가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분위기’에 음악이 압도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EP의 음악보다 앨범 커버가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러니 정규 앨범에서는 이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기를, 부디 바란다. 6/10 김윤하: 앨범에는 단 세 곡이 수록되어 있을 뿐이지만 밤신사라는 새로운 밴드의 등장을 기쁘게 맞이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음악은 물론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는 이들의 이름 그대로 밤과 신사를 중심에 둔다. 어둑해지는 밤거리 혹은 변두리 허름한 바에서 비틀거리며 들려올 법한 이들의 노래들은 일관되게 잔뜩 빛이 바래 있는데, 좋은 멜로디나 후크보다 더 내기 힘들다는 이 성공적인 정서의 청각화가 무척 인상 깊다. 청년이나 청춘을 넘어선, 무드를 아는 ‘어른’의 음악이 새삼 반갑다. 8/10 김범수 | HIM |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2014.11.21. 블럭: 호화 참여진과 함께 한 앨범 작업은 결과적으로 좋은 퀄리티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참여 라인업의 맥락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메인스트림에서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슈퍼창따이는 김범수를 브루노 마스로 만들고 싶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앨범 전체적으로는 가사나 앨범 진행의 측면 등 알앤비, 디스코 등 장르에 대한 애정도 엿보인다. 감성을 호소하는 발라더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앨범은 겟올라잇을 외치던 그의 맥락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으며, 적어도 한껏 멋 부리는 데 있어서만큼은 성공했다고 본다. 7/10 정은정: 앨범 커버부터 다르다. 항상 얼굴을 가리거나 측면만 드러낸 김범수가 카메라 앞에 바짝 당겨 앉아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블랙 뮤직을 통한 정면승부를 의미하는 걸까. 그는 정통 발라드 대신 택한 R&B, 힙합, 디스코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명쾌하고 탁 트인 보컬이 갖는 매력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아쉽다. 뭐니 뭐니 해도 김범수의 가장 큰 특색은 고음부에서 사람 숨통을 쥐락펴락하는 애잔함이다. 러브송이 되었든 이별가가 되었든, 발라드가 아닌 R&B로 들려주는 그의 절절함은 어땠을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6/10 기린 | 사랑과 행복 | 비트볼, 2014.11.20. 정은정: 전작이 90년대의 뉴 잭 스윙이라면, 2집은 기린의 뉴 잭 스윙이다.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댄서블한 비트, 보코더 사운드는 더욱 다채로워졌으며 모든 요소가 견고하게 맞물린다. 내레이션에 가까운 랩은 복고적이면서 동시에 신선하다.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후디(Hoody), 비프리(B-Free) 등의 피처링 멤버와 함께했는데, 다른 뮤지션의 색에 묻히지 않고 기린의 개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의 가사는 멋이 없다. 쿨하고 시크해 보이기 위해 멋 부리지 않는다. 대신 ‘사랑과 행복’이 전부인 청춘의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솔직하고 순수하며 무엇보다 신난다.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