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 – Little Apple | Little Apple (2014) 얼마 전 나는 [중국 댄스음악은 “강남 스타일”의 꿈을 꾸는가?]란 글을 썼고, 여기서 ‘K-Pop’이라는 용어의 지속 가능성이 검증되기 위해서는 이에 열광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 이를테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K-Pop’이 브랜드화되어 등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의견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중화팝(혹은 C-Pop)’이라는 용어가 아직 정착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중화팝’이라는 용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그것이 브랜드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먼 미래일지도 모르지만”이라는 전제를 앞세워, ‘중화팝’의 부상을 조심스레 예측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티아라의 “Little Apple”이 나왔다. 이 곡은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콰이즈슝띠(筷子兄弟)의 “쌰오핑궈(小苹果)”의 번안곡이다. 오랫동안 티아라의 프로듀싱을 담당해 온 신사동호랭이의 편곡으로 티아라의 색깔이 어느 정도 느껴지기는 하지만, 가사를 한국어로 바꾸었다는 점 이외에 “쌰오핑궈”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노래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후렴 부분의 반(半) 정도를 중국어 원곡의 가사 그대로 부른다는 것이다. 가요를 들어보면 가사 중에 영어가 튀어나오는 빈도는 지나칠 정도로 높고, 간간이 프랑스어ㆍ스페인어 등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서방(西方)은 곧 세련됨’이라는 발상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Little Apple”이 “쌰오핑궈”의 번안곡이라 하더라도, 중국어 가사의 일부를 그대로 삽입한 콘셉트는 의외의(그리고 신선한)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중국을 한국보다 낮춰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왜 ‘겨우’ 중국 노래를 번안하느냐는 댓글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중국에 대한 멸시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미 샹하이(上海)ㆍ뻬이징(北京)ㆍ꽝쩌우(广州) 등은 한국의 어느 도시보다 화려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을 뿐더러 이미 한국의 뮤직비디오ㆍ드라마ㆍ영화 등을 중국에서 촬영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으며,그 속에서 묘사되는 중국의 이미지는 더 이상 예전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촬영되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도 마찬가지다) 마천루(摩天樓)의 숲ㆍ휘황찬란한 조명 등 과거 ‘동방(東方)의 진주’로 불리며 화려한 풍광을 자랑했던 홍콩의 이미지가 점차 중국 전역의 이미지로 확장되어 가는 중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때 “Little Apple”의 초점을 티아라에 맞추면, 그저 그들의 중국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 정도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곡에 대한 얘기를 콰이즈슝띠, 더 나아가 중화팝에 맞추면 더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해질 것 같다. 이전 칼럼에서 나는 “쌰오핑궈”는 K-Pop의 영향력 아래에서 기획된 곡이지만 그 놀라운 성공은 ‘K-Pop의 확장’보다 ‘중화팝의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듯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티아라의 경우를 보면, 이 생각이 예상보다 무척 빨리,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MBK에서 배포한 홍보 자료를 살펴보면 “티아라, 중국 최고 인기 가수 젓가락 형제와 11월 24일 ‘Little Apple’ 한국 버전 공개”ㆍ“티아라의 한ㆍ중 프로젝트 앨범”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발표된 지 몇 년이 지난 중국의 명곡을 리메이크하는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 “쌰오핑궈”가 중국에서 2014년 5월 3일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약 반 년 만에 한국 시장에 브랜드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티아라의“Little Apple”이 중국에서 “쌰오핑궈” 신드롬을 견인했던 ‘사과춤’을 그대로 차용했을 뿐 아니라, 콰이즈슝띠가 직접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는 점도 중국 문화콘텐츠가 갖는 위상이 달라졌음을 입증한다. 큰 시간차 없이, 중국에서 유행하는 노래가 한국어로 번안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K-Pop을 비롯한 ‘한류’는 중국에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중국 문화콘텐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중국 문화콘텐츠는 K-Pop을 비롯한 ‘한류’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 문화콘텐츠는 한국ㆍ일본ㆍ홍콩ㆍ타이완 등의 경험을 흡수하고 있으며, 점차 미국ㆍ유럽 등의 대중문화를 직접 소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새롭게 만들어질 중국의 문화콘텐츠는 과거 홍콩ㆍ타이완의 문화콘텐츠와는 여러 모로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규모와 매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Made in China’의 역습은 비단 공산품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티아라와 MBK가 의도한 바는 아닐지 몰라도, “Little Apple”은 분명히 어떠한 징후를 보여준다. 언젠가 ‘중화팝’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었을 때, 티아라의 “Little Apple”은 중화팝의 발단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사례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중국 댄스음악은 “강남 스타일”의 꿈을 꾸는가?]를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Little Apple”과 같은 번안곡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