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rmakon – Body Betrays Itself | Bestial Burden (2014)

“Body Betrays Itself”는 고통스럽다. 노이즈 음악이 태생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장르긴 하지만, 파마콘(Pharmakon)의 음악은 그 중에서도 특히나 인내심을 요구하는 소리를 담고 있다.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들리는 소리는 묵시록의 4기사라도 예고하는 것처럼 허공을 울리는 드론 사운드와 괴성과 비명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울부짖음이다. 곡이 진행될수록 그의 울부짖음은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그 고통의 강도를 더해 간다. 보통 이런 음악에는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매혹적이다’라는 수사가 어울리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지만, “Body Betrays Itself”는 집요하고 철저하게 ‘음악적 즐거움’을 배제하고 그 빈 자리를 고통으로 덧칠한다.

파마콘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이즈 뮤지션이다. 그는 작년 가을 악성 종양으로 인해 몸 안의 장기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그 때의 경험은 두 번째 앨범 [Bestial Burden]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앨범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노이즈와 폭력적인 비트, 역겹기 그지없는 구역질 소리와 신경질적인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으며, 긴장의 끈을 시종일관 팽팽하게 당기면서 ‘고통’을 청각적으로 구현해낸다. 다분히 자기파괴적이고 폐쇄적인(혹은 그런 ‘척’ 하는) 음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폭력과 고통은 노이즈 음악의 주된 무기 중 하나이며, 파마콘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 정구원 lacele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