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옥상달빛, 선우정아, 요조, 정차식, 레인보우99, 카프카, 이영훈……. 이 각기 다른 음악적 성정과 성격을 가진 음악가들이 함께 모여 있는 레이블이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메스베, 혹은 MSB라는 약자로 불리는 이 레이블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음악가들과 함께 늘 뭔가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흥미로운 기획을 한다. 그 과정을 거치며 어느새 홍대 인디 씬을 대표하는 레이블이 됐다. 시작부터 그랬고, 지금까지도 회사가 먼저가 아니라 늘 아티스트를 앞에 세웠다. 올드피쉬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기도 했던 MSB의 대표 김형수(a.k.a 소다)의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소다 대표와 소속 음악가인 십센치를 함께 만났다. 십센치의 새 앨범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MSB의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잠시 얘기가 샛길로 빠질 때도 있었지만 소다 대표의 목표는 확고했다. 그 목표에 십센치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 웨이브x네이버연예 기획 시리즈 [힘들게만난사람] 김학선: 지금까지 십센치는 스스로 앨범을 만들어왔다. 이번 세 번째 앨범부터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이하 MSB)에서 앨범을 내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소다: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워낙 가까운 사이니까 옆에서 활동하는 걸 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도와줘야 할 부분들이 계속 눈에 보였다.(웃음) 그런데 얘기는 하지 않았다. 괜히 인기나 돈 때문에 영입하는 것 같아 보일까봐 친한데도 얘기를 안 했다. 또 우리 회사가 부족한 게 많았다. 그때는 더 작은 회사였는데 우리보다 매출이 훨씬 많은 아티스트를 컨택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 안 하고 있었는데 올해초 회사의 비젼을 어느정도 정립했고, 투자도 받았다.그때가 한 5월 정도였는데 ‘이제는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멤버들에게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권정열: 그 전까지 십센치가 앨범을 두 장 냈는데, 사람들에게 이 음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서 노력한 적은 별로 없었다. 또 워낙 길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프로모션에 대한 것도 별로 못 느꼈다. 그런데 요즘 어떤 음악들이 히트를 하고 어떤 음악은 잘 안 되고 하는 걸 보다 보니까 우리가 잘 됐던 게 그때 잠깐 그랬던 거였다. 사람들이 알아서 노래를 히트시켜 주는 굉장히 이상적인 시스템이 사실은 없는 거였다. 윤철종: 우리는 운 좋게 얻어걸린 거였다.(웃음) 권정열: 정말로 그런 거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작업하는 도중에 이번 앨범은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프로모션이나 이런 게 없으면 사람들이 나온 지도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장이 계속 바뀌니까 주변 동료들이 좋은 앨범을 내고도 잘 안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도 그렇게 되면 너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MSB를 빼고는 우리와 맞는 레이블이 없었다. 옥달도 있다 보니까 인간적인 관계도 있었고 옆에서 보고 있으면 다른 회사랑은 많이 달랐다. 누가 봐도 대표가 돈 벌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면 바보거나.(웃음) 누가 봐도 참신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걸 보고 가장 이상적인 회사를 굳이 따지자면 여기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먼저 제안을 해준 거다. 고민을 좀 하다가 앨범을 위해서라도 함께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김학선: 그 전까지의 프로모션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있었던 건가? 권정열: 프로모션을 안 하려고 해도 네이버에서 생방송으로 음악감상회를 해준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남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해야 하는 것을 우리는 그냥 넙죽 받아먹는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때는 정말 필요성을 못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한테 가서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다.(웃음) 봐라, 프로모션은 중요한 게 아니다, 하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세상이 바뀐 거거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김학선: 그 필요성을 3집 제작하면서 느낀 거고? 권정열: 그렇다. 망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기보다는 우선은 사람들이 이 좋은 앨범이 나온 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런 건, 이 세상은,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다. 김학선: MSB는 모든 수입을 아티스트에게 다 준다는 소문도 있다. (웃음) 소다: 다는 아니다(웃음). 아티스트에게 좀더 유리하게 비율을 정하고 있다. 김학선: 지금은 투자를 받았다고 하지만 투자를 받기 전에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회사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소다: 초창기엔 옥상달빛이나 요조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인원도 적었고. 물론 아쉬운 건 있었다. 4년 동안 내 월급이 없었으니까. 수익이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할 일은 아티스트를 계속 찾아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거라 생각했다. 이 회사가 그럴 만한 환경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학선: 레이블을 만들고 처음 함께한 음악가가 옥상달빛인 건가? 소다: 그렇다. 그 당시엔 ‘옥달’ 같은 팀이 없었다. 그 당시에 홍대 인디 씬의 어쿠스틱 장르는 전부 다 분위기 있거나 심각한 스타일이었다. 옥상달빛을 처음 봤을 때 관객과의 소통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그 당시엔 그런 팀이 없었기 때문에 ‘이 친구들 홍대에서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년 정도 홍대에서 공연을 하니까 생각한 만큼 올라오더라. 김학선: 상업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없나? 예를 들어, 소속 아티스트 가운데 난 무척 좋아하지만 카프카(K.AFKA) 같은 팀이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그리 큰 성공을 거둘 순 없을 것이다. 소다: 딜레마다. 어찌됐든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앨범이 성공하길 바라고 잘 되길 바라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같이 하는 이유는, 카프카를 예로 들자면 음악이 독보적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정말 독보적이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음악이다. 그런 팀들의 음악도 꾸준히 나와야 하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기회에 앞서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게 나의 목표다. 음반을 자신들이 내고 싶을 때 낼 수 있고, 씬(scene)에서 계속 어울리고 교류를 하면서 정보를 얻고, 또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조금은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자꾸 되다 보면 기회는 언젠가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게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김학선: 레이블에 아티스트들이 많아지면서 얻게 되는 장점들도 있을 것 같다. 덕분에 ‘내가 너의 작곡가’라는 기획도 할 수 있었고. 소다: (선우)정아나 옥상달빛이나 요조 같은 친구들이 뭔가를 계속 같이 하고 싶어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서로 좋은 아티스트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도 주고 싶어하고 굉장히 열려 있다. 그게 분명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어떨 때는 또 되게 쉽게 풀릴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정아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한 번씩은 아티스트가 다 모이자는 제안을 했다. 실제로 그러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모여서 새로 나온 앨범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 얘기하자고 한다. 정아가 이번에 이영훈 새 앨범을 프로듀싱했는데 자기가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한 거다. 같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 인정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좋은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선: 소다 씨는 레이블 대표이기 이전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고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십센치 앨범에는 제작자로만 이름을 올렸는데 프로듀싱이나 이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았나? 소다: 특별히 큰 건 없었다. 얘들이 프로듀싱을 되게 잘한다. 아티스트마다 스스로 프로듀싱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 조금 부족한 친구들도 있고, 아예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십센치는 스스로 프로듀싱을 정말 잘하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부분이 전혀 없었다. 대신에 조금씩 의견을 주는 정도였다. 권정열: 그런데 사실은 우리끼리 대표가 어떤 얘기를 해도 신경 쓰지 말자, 결국은 둘이 해왔던 패턴이 있으니까 흔들리지 말자고 얘기를 했었는데 좋은 의견을 꽤 많이 내줬다. 사실 많은 도움이 됐다. 소다: 할 건 해야 하니까 하긴 했는데 얘네들은 확실히 자기 것이 있다. 권정열: 그런데 대표가 찍었던 노래나 밀고 싶었던 노래가 다 망했다.(웃음) ‘담배왕 스모킹’이랑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를 밀었는데 다 반응이 별로였다. 소다: 내가 그런 거에 약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마이너 감성이 있다. 김학선: 소다 씨는 이제 음악은 안 하나? 소다: 안 한다. 이제 관심이 없고 재미가 없다. 김학선: 옆에서 훈수 두는 게 더 재미있는 건가?(웃음) 소다: 나도 뮤지션이지만 뮤지션이 쉬운 게 아니란 걸 너무 잘 안다. 가사를 만들고 그 가사에 맞는 정서를 만드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닌데 이제 내가 어떤 걸 더 잘할 수 있는지 파악을 한 거다. 내가 날 잘 아니까 이제는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뮤지션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나에겐 가장 잘 맞는다. 나중에 나이 육십 돼서 다시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음악 만드는 게 스트레스다. 지금 훈수를 두고 간섭을 하고 하는 것들도 너무 일이 많고 고민되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다. 김학선: 십센치도 음악 만드는 게 스트레스인가? 윤철종: 우리는 스트레스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식의 스트레스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음악 만드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만,(웃음) 만드는 과정은 너무 재미있는데 좀 더 의도대로 생각대로 안 나오는 스트레스는 좀 있다. 권정열: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되게 즐겁게 만들 때나 즐겁지 하나의 완성된 곡을 만드는 후반으로 갈수록 스트레스는 생길 수밖에 없다. 김학선: 3집 만들면서 어떤 앨범을 만들자고 얘기를 했나? 권정열: 1집은 처음 낸 앨범이니까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앨범이고, 2집은 이번 3집처럼 확고한 마인드나 방향을 정하고 시작했었다. 그때는 사람들이 십센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극대화시켜서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면으로 의외의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였는데 그런 부분에선 충분히 성공을 해서 우리도 굉장히 만족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그게 멋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 우리들은 그게 되게 멋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윤철종: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있는데 그걸 이용하지 않고 다른 걸 이용을 했던 거다. 권정열: 일부러 억제를 시킨 앨범이다 보니 이 앨범이 역사에 남을 순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십센치는 아이덴티티가 독보적인 팀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리가 그 아이덴티티를 굳이 억제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다음에 또 앨범을 낼 때는 그걸 없앨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제대로 총력을 기울여서 십센치만 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자고 얘기를 했다. 생각해보니 그런 앨범이 없는 거다. 1집 때는 능력이 안 돼서 구현이 안 됐고, 2집은 일부러 안 했고, 그래서 이번 앨범은 아예 역사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웃음) 우리는 만족스럽다. 토이만 안 나왔어도.(웃음) 소다: 참 잘한 거다. 이렇게 해야 다음에 또 재미있고 새로운 걸 할 수 있다. 권정열: 다음에 앨범 내면 또 똑같이 인터뷰할 수도 있다. 3집은 너무 아이덴티티가 강해서 부담스러운 앨범이지 않았나.(웃음) 김학선: 과거 자료를 찾아보니까 ‘아메리카노’ 같은 노래는 십센치의 지향점에 있는 노래가 아니라고 한 게 있는데 십센치의 지향점은 어떤 건가? 권정열: 그 부분은 이제 말을 바꿨다. 보통 그런 쓸데없는 말은 내가 하는데, 내가 ‘아메리카노’를 진짜 싫어했다. 만들 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이야 정체성도 모호할 때니까, 난 그때 되게 진지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는 완전 극과 극이지 않나. 노래에 내용도 없고 그냥 즐기기 위한 음악 같은 건데 내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메리카노’가 가장 지향점에 있는 노래다. 십센치밖에 못하는 음악이니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김학선: 3집의 첫 곡인 ‘3집에 대한 부담감’에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른바 진정성 있는 노래란 것에 대한 조롱일 텐데, 그렇다면 십센치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나? 권정열: 옛날에는 그런 게 진짜 많았다. 어떤 걸 하고 싶고 저렇게 되고 싶다는 것들이 예전에 정말 많았다. 마룬 파이브(Maroon 5)처럼 섹시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음악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아니면 옛날에 들었던 되게 절제되고 담담하지만 감동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되게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그냥 지금 현재를 노래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악을 담는 게 앨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학선: 스케줄을 보고 왔는데 정말 바쁘더라. 3집을 발표하고 일정이 없는 날이 거의 없던데 이렇게 바쁜 것에 만족하나? 윤철종: 아니다. 우리는 한량이다. 권정열: 우리는 이렇게 못 산다. 완전 베짱이라서 사실 이미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다. 회사가 앨범 잘 안 될까봐 쫀 것 같다.(웃음) 스케줄을 엄청 잡아놨더라. 이런 적이 없었는데. 김학선: 그렇다면 옛날이 그리울 때도 있나? 담뱃값이랑 PC방비 벌기 위해 노래하던 때. 권정열: 그때랑 지금이랑 ‘better‘의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윤철종: 난 아니다.(웃음) 권정열: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행복할 것 같아?”라고 물어본다면 “글쎄?”라고 대답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윤철종: 난 개인적으로 그때 좀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고. 김학선: 예전에는 담뱃값과 PC방비를 벌기 위해 노래한다고 했다. 지금은 무엇을 위해 노래하나? 질문이 너무 어렵나? 윤철종: 아니, 되게 쉬운데, 답은 나와 있는데, 어떻게 포장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느라.( 웃음) 권정열: (웃음)사실 돈 때문만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다. 그렇다면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되지 왜 굳이 음악을 하나. 음악을 하는 게 즐겁기도 하고, 되게 애매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 가치관을 아직 제대로 확립 못한 것 같다. 우리가 다른 인디 밴드들에 비해서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가 사실 공연을 자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들끓는 에너지를 가진 편이 아니어서 가끔 지칠 때가 있는데 그때 이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또 할 때는 되게 열심히 한다. 되게 열심히 하고 내려와서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직 확실하게 확립이 안 됐다. 소다: 얘네들은 한량 아니다. 홍대에서 음악 하는 애들 많이 봤고 진짜 한량들도 많이 봤는데 그 친구들은 음악 하는 것도 그렇고 라이프스타일도 되게 자유롭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진짜 열심히 한다. 레이블에 많은 아티스트가 있지만 콘서트 준비도 그렇고 제일 열심히 하는 팀이 십센치다. 사실 예전엔 십센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운 좋게 우연히 잘 된 애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음악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이 엄청 강하고 매일 고민한다. 권정열: 이게 가치관 확립의 문제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를 모르겠다.(웃음) 최악의 조합인 거다. 기질은 한량인데 워커홀릭 기질도 함께 갖고 있다.(웃음) 내가 카페란 공간을 좋아해서 카페에서 혼자 있을 때가 많은데 그때도 계속 공연과 음악에 관한 생각을 한다. 윤철종: 버릇인 거다. 나도 혼자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데 결국엔 늘 ‘어떻게 하면 공연을 멋있게 하지?’란 생각을 하고 있다. 권정열: 그리고 둘 다 은근히 을(乙) 기질을 갖고 있다.(웃음) 예를 들어서, 지금 사실 우리가 쉬고 싶으면 쉬면 된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왠지 열심히 하게 된다. ‘왜 이렇게 행사를 많이 잡았어?’라고 투덜대다가도 무대에 올라가선 “안녕하세요, 십센칩니다!!”라고 외치게 되는.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너무 힘든데 행사 좀 줄일까 한다고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냥 습관처럼 열심히 하게 된다. 김학선: 소다 씨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나? 소다: 그럴 때 있다. 처음에 옥달하고 둘이만 할 때였는데 그때는 돈 많이 벌었다.(웃음) 속 편하게 했다. 음반 제작도 내가 하고 프로듀싱도 내가 다 하고 수익을 나누니까 일을 하나도 안 해도 돈이 들어오니 얼마나 좋았겠나. 권정열: 나도 그 비슷한 시점일 때가 딱 좋았던 것 같다. ‘아메리카노’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렇게 반응이 없었다. 다음 해에 무도 나오고 갑자기 히트를 친 건데 이제 처음으로 음원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그때는 바쁠 리가 없고,(웃음) 홍대에서 십센치가 알려지고 있을 때여서 공연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그게 너무 재미있으면서 신기했고, 통장에는 직장인 월급 정도의 음원수익이 들어오니까 ‘이렇게만 살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김학선: 이제는 그런 정도로 만족하기엔 너무 인기가 많아졌다.(웃음) 일본에서도 3집 발매가 됐고 싱가포르 음원 차트에서는 1위도 차지했다. 소다: 디저(Deezer,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싱가포르 차트에서 1위를 했다. 기대를 해봐야 할 부분이다. 케이팝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는데 인디 쪽에서는 해외에서 유통하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나. 우리는 동시발매를 했다. 동시발매를 하고 사전 프로모션도 하고 하니까 바로 효과가 있었다. 동남아 같은 곳에서 록 페스티벌 말고 완전 아이돌 나오는 페스티벌들이 있다. 우리의 성적이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현지에서 프로모션하는 데는 도움이 될 거다. 김학선: 십센치의 어떤 부분이 어필했다고 생각하나? 소다: 난 십센치 음악이 되게 팝스럽다고 생각한다. 외국 애들이 들을 때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어로만 가사를 바꿔 부르면 엄청나게 어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록 마니아나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들을 때 충분히 공감 가는 음악이라고 옛날부터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 케이팝 시장에서 아이돌이 주춤한 면이 있는데 그거에 대한 대안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선: 좋은 레이블이란 어떤 레이블인가? 소다: 레이블이라고 하는 게 물론 회사의 수익이나 성장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들의 비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가 조금 성장했다면 그걸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더 아티스트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 김학선: 십센치와 MSB의 목표를 듣고 싶다. 권정열: 우리 로망 중에 원형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게 있다. 중간에 무대가 있고 관객이 둘러싼 곳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 소규모로는 해봤는데 그보다는 좀 큰 경기장에서 해보고 싶다. 작년에 체조경기장에서 할 때도 그걸 생각했었는데 지반이 약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언젠가는 그런 무대에 서고 싶다. 윤철종: 개인적인 목표는 해외 투어다. 옛날에 우리가 많이 안 알려졌을 때는 우리를 처음 보는 관객들이 ‘얘네들 누구지? 되게 좋네?’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되게 즐거웠었다. 요즘은 그런 게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해외에서 다시 한 번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 소다: 십센치는 해외 시장이 중요한 것 같다. 일반적인 록 밴드의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해보고 싶다. 해외 시장을 버리고는 이제 마케팅과 산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 기본이지만 해외에서 진짜 매출도 만들고 아이돌 말고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리기도 하고 싶다. 시스템이 그렇게 돼야 십센치도 비전이 있고 인디 씬도 더 넓어질 거고, 이런 말 하면 웃기긴 하지만 한국 가요계가 전반적으로 건전하게 흘러가지 않겠나. 이런 말 하니까 너무 유치한 것 같다.(웃음) 록 페스티벌에서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거기에 맞는 아티스트가 있듯이 십센치는 그런 식보다는 케이팝과 같이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올해 일본에서 앨범이 나왔는데 내년부터 좀 더 신경 써서 하려고 하고 있다. 김학선: MSB의 목표는 무엇인가? 소다: 십센치도,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공생해서 다 같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디 씬에서 시스템이 갖추어진 회사가 되고 싶고, 아티스트들이 씬을 더 넓혀서 메이저에서도 펀치를 날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권정열: 나는 MSB랑 같이 하면서 이 얘기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냥 일반적인 정규 기획사처럼 가지 말고 끝까지 MSB의 정신을 갖고 가는데, 어떤 콘텐츠를 낼 때마다 메이저 기획사들이 이것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런 상황이 되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립군 같은 느낌 있지 않나.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소다: 꿈만 같은 일이지만 그게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화됐으면 좋겠고, 그런 노력을 하는데 있어서 당연히 십센치가 중요하다. 십센치가 해야 할 일이 많고, 잘하고 있다. note. 김학선. 웹진 [보다]의 편집장으로 적진(=웹진 [웨이브])에서 글을 쓰고 있다. 먹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