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2년 1월 9일 월요일
장소: 스튜디오103
진행: 차우진, 정지연(스트리트H) @_streeth
사진: 이승희(스튜디오103)
정리: 이재훈

note. 이 인터뷰는 홍대 앞 소식지 [스트리트H] 32호(2012.02)에도 조금 다른 버전으로 실렸습니다.

정지연: 솔로 1집의 테마를 특별히 ‘음악가’로 정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김목인: 주제를 먼저 정한 건 아니에요. 보통, 몇 곡의 노래들을 묶어서 구상을 하는데, 그 중 몇 곡이 그런 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구체적인 게 아니라, 뭐랄까 그림으로 치면 자화상 같은 것들? 그래서 그 곡들로 내용을 확장하다 보니 음악가’란 주제가 잡혔어요. “작은 한 사람”이나 “그가 들판에 나간 건” 같은 곡들이 앨범의 계기라고 할 수 있어요.

차우진: 왠지 “그가 들판에 나간 건”을 처음 썼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문학적인 인상이기도 한데, 이 노래가 먼저 나와서 앞의 노래, “음악가, 음악가란 무엇인가”가 나온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김목인: 첫 곡 “음악가, 음악가란 무엇인가”와 끝 곡인 “음악가의 밭”을 제일 마지막에 썼어요. 보통 굉장히 자연스럽게 곡이 나오는데 이번엔 처음과 끝 곡만큼은 작위적인 게 아닌가 싶었죠.

차우진: 작위적이라 생각했는데도 그렇게 결정할 만큼 강한 의도나 의지가 있었던 건가요?
김목인: 성격 탓일 텐데, 일단 얘기를 시작했는데 정리해보니 좀 덜 된 느낌? 그래서 마무리를 앞뒤로 하게 된 거죠. 그게 꼭 제 의견만은 아니었어요. 나래이션은 좀 뒤쪽, 정리할 때 나오면 어떨까 했는데 여러 의견이 모이면서 앞으로 나가게 된 거죠.

정지연: “뮤즈가 다녀가다”는 홍대 앞, 물고기 카페에 대한 단상에서 시작된 거죠?
김목인: 그 곡은 사실, 뮤지컬 분위기의 작품집을 만들 때 넣으려던 곡이었는데, 앨범을 정리하면서 들어갔어요. 하나의 노래가 여러 의미로 묶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정지연: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나 사람들의 태도, 혹은 직업윤리에 대해서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김목인: 어릴 때부터 음악을 당연하듯 해왔다면 달랐겠죠. 저는 나중에 음악을 시작한 경우라서, 그런 생각이 강해서 지금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편 듣는 입장에서 ‘음악가’는 직업이 아니라 일종의 캐릭터처럼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나 드라마, 만화나 소설에 나오는 음악가들 있잖아요. (웃음) 이 얘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면 듣는 사람이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정지연: 첫 곡으로 딱 “음악가, 음악가란 무엇인가”가 나오니까, 뭐랄까 모범 답안을 듣는 기분이었어요.
김목인: 사실 답이 아니라 질문만 던져 놓은 거죠. (웃음)

정지연: 그 곡을 듣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거나 그런 토대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목인: 연주나 공연한다고 커버를 많이 해 보니까 제가 아우를 수 있는 범위가 보이더라고요. 가요도 아니고, 그저 광고나 영화음악 같은 것들. 그런 음악의 편곡이 클래식 쪽이니까 거기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아니면 뭐 옛날 샹송의 반주가 클래시컬하잖아요. 그런 거. 록 음악을 한창 듣던 청소년기에 밴드를 했다면 그쪽 영향을 받았겠죠.

정지연: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과정을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목인: 진지하게 시작했던 건 아니고(웃음), 2001~2년에 지방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왔을 때, 그때 저는 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우연히 인터넷에서 카바레 사운드 컴필레이션 앨범에 들어갈 음악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봤어요. 뭐든 다 신기할 때였는데, 제가 어릴 때 피아노를 하면서 밴드나 재즈밴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 어떨까 궁금해하고 그랬거든요.
그때 즐겨 치던 몇 곡을 캠코더로 녹음해서 보냈어요. 그랬더니 카바레에서 다시 자작곡을 보내라고 했어요. 자작곡을 보내야 하는 줄도 몰랐죠. (웃음) 엉겁결에 연주 곡 비슷한 걸 하나 만들어서 보냈어요. 그랬더니 거기서 한 번 오라고 해서 홍대 앞에 처음 왔어요.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그렇게 컴필레이션에 참여하고 녹음하는 것도 보고.
제 곡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공연할 게 없잖아요. 그래서 오! 브라더스가 공연할 때 혹시 로큰롤 피아노를 칠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일단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일이 없으니까 다시 학교를 다녔죠. 그러다 학교를 그만 두게 됐어요. 그때 카바레 사운드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해서, 음악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원으로 가게 된 거죠. 사무직으로. (웃음) 학교 다니다 왔다고 문서 작업을 많이 시키시더라고요. 그때 캐비넷 싱얼롱즈 멤버들을 만나서 집에서 재미 삼아 합주도 하고 지냈어요. 저는 창피해서 회사에는 음악 한다는 얘기도 안 했죠.

차우진: 제가 캐비닛 싱얼롱즈 공연을 처음 봤던 게 1회 제천 영화제였어요. 2004년인가, 극장 앞 트럭에서 공연하는 걸 봤는데.
김목인: 그때가 한참 공연 많이 할 때였어요.

정지연: 사실 캐비넷 싱얼롱즈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김목인: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좀 있었어요. 나이가 좀 되는 형, 누나들이 재미있는 일 하는 것 같으니까 모인 거죠. 처음에는 집에서 각자 아는 곡을 나눠 부르거나 연주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해봐야겠다, 연습도 제대로 한 번 해보자 그랬죠. 그게 2004년인가. 성남에 있던 저희 집에서 모이다가 서울에서는 정동극장 앞에서 처음 공연을 했던 것 같아요. ‘버스킹’을 하려고 왔던 건 아니고요. 그 땐 그런 거 잘 몰랐죠. 홍대 앞에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클럽 오디션을 봤을 텐데, 그럴 생각도 못한 것 같아요. 오히려 인사동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해도 되겠구나. (웃음)

차우진: 그때는 ‘버스킹’이라는 말도 없었죠. 비슷한 말은 ‘거리 공연’ 정도? (웃음) 그때 거리에서 공연하던 팀들은 다 인사동이나 마로니에 공원에 있었지 않나요? 홍대 앞에서도 거리공연이 거의 없었던 때니까요.
김목인: 그때 공연을 많이 했어요. 악기도 들고 다니기 좋은 걸 갖고 다녔으니까요.

정지연: 지금은 활동을 거의 안 하지 않나요. 해체는 아닌데 뭔가 유야무야 된 느낌? 각자 생업들이 바빠지면서 그렇게 된 건가요?
김목인: 그것도 있고요. 아무래도 일상적으로 모이는 집단이 아니다 보니까. 저희가 공연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카바레 사운드에서 앨범을 내니까 상황이 달라졌죠. 공연이 공통의 관심사였는데 다른 것들이 중요해지고, 또 활동량도 많고 일정이 타이트한데, 우리는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그룹은 아니었던 거죠. 되게 느슨했어요. 아마 보시는 분들은 답답했을 거예요. 어디서 초대하면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또 누가 리더인지도 모르겠고. (웃음)

정지연: 실질적으로 김목인 씨가 리더를 맡지 않았어요?
김목인: 그건 제 나이가 많아서. 우리는 자기가 쓴 곡을 자기가 불렀는데 차지은과 제가 곡을 많이 쓰는 편이었죠.

정지연: 카바레 사운드에서 일한 건 언제까지였나요?
김목인: 2009년이요. 카바레 사운드에서는 제가 일 안 하는 날에는 나가서 연습하고 그런 게 보이잖아요. 어느 날인가, 친구들과 음악 하는 것 같은데 한 번 같이 와보라고 하더라고요.

정지연: 그 전에는 몰랐고요?
김목인: 처음에는 일만 했죠. (웃음) 사실 2005년 겨울에 카바레 사운드에서 캐롤 앨범을 하나 냈는데 그때 한 번 해보라고 해서 갔었어요. 곡도 없었는데 급하게 만들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민망한 게, 스튜디오도 아니고 소파 같은데 앉아서 아는 것 좀 연주하고, 녹음도 경험이 없으니까 다 같이 부스에 들어가서 시키는 대로 노래 부르고, 뭘 하는지도 몰랐죠. 그게 첫 녹음 경험이었어요. 1집도 카바레 사운드 쪽에서는 부담 없이 만든 거에요. 밴드의 정규 앨범이라기보다는 거리 공연 하는 팀이니까 한번에 녹음을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앨범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곡을 작업 중에 많이 썼어요. 그러면서 홍대 쪽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거죠. 그게 2006년. 그때야 씬에 들어온 거죠. 처음으로 제대로 노래한다고 느꼈던 게 앨범을 낸 이후였어요.

정지연: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으로 서기 시작한 계기도 따로 있었나요?
김목인: 캐비넷 싱얼롱즈도 음악적으로 만족했는데요. 사실 우리는 둘이나 셋이 해도 되는 팀이었어요. 마지막엔 둘이 했죠. 그러다 저 혼자 남았는데 그때 캐비넷 싱얼롱즈란 이름을 계속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친구들도 제 이름으로 하라기도 하고. 그게 혼자 공연을 시작한 계기였어요. 캐비넷 싱얼롱즈 노래도 부르고 자작곡도 불렀지만. 이번 앨범에 그 노래들은 안 넣었어요.

정지연: 가사를 특히 신경 쓰시는 편이죠?
김목인: 가사에 신경 많이 쓰죠. 가사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딱히 하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런저런 영향도 받은 것 같고.

정지연: 예를 들면?
김목인: 직접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외국 음악가들의 에피소드를 보면 가사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 같은 사람들. 그리고 영어긴 한데 들을 때 뭔가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 가사의 결이라든가. 물론 제가 시적으로 가사를 쓰지는 않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아요.

차우진: 플롯이 있죠, 가사에.
김목인: 가사를 먼저 쓰니까 그렇게 되는 것도 같고요.

차우진: 전공과 관련 있는 건 아닌가요?
김목인: 신문방송학이요? 관계없는 것 같아요. (웃음) 물론 학교에서 날적이, 낙서장 같은 걸 되게 열심히 쓰긴 했어요. 돌이켜보면, 글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뭐 그런 걸 은근히 자극 받은 것도 같은데, 그전까지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줏대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영화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연극영화과를 가기엔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제가 예체능도 아니고. 신방과로 원서를 써준다 해서, 사실 신문방송학과에 가면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가보니 없더라고요. (웃음) 학회가 하나 있긴 했는데 영화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여러 상영회들 다니고, 외국 영화 비디오 복사하고. (웃음)

정지연: 집시 앤 피쉬 오케스트라도 궁금한데요.
김목인: 그건 창작 작업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장르를 연습하는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지금도 활동이 뭐 그렇게… 집시 스윙이라는 장르로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시간 날 때 모이고, 축하 연주도 하고. 계기는, 제가 장고 라인하르트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제가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은 아니니까. 장고 라인하르트 밴드의 리듬 파트를 들으면서, 아 이거는 연습하면 되겠다 싶어서 혼자 연습하던 걸 가수 하림씨가 듣고는 주변에 이 장르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소개해줬어요. 지금 하와이의 이호석, 두 번째 달의 조윤정, 이렇게 셋이 한 1년 정도 그냥 연습만 했어요.

정지연: 가장 영향을 끼친 음악가가 있나요? 혹은 롤 모델이라든가.
김목인: 루 리드나 조니 미첼 같은, 좀 옛날의, 가사를 중요하게 쓰는 사람들이나 장고 라인하르트. 그리고 조르주 브라센스(주: 흔히 조르주 브라상으로 알려졌지만, 원어 발음을 존중하면 브라센스로 읽는다)라는 샹송 가수가 있어요. 그 분이 저랑 비슷해요. 악기는 심플하고 가사에 의미를 많이 두는. 그 분에 대한 책을 봤어요.

정지연: 책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김목인: 사실 언제부턴가 좋아하게 된 것도 있고, 또 제가 책을 통해서 많이 배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정지연: 앨범 뒤에 ‘젊은 창작자로 세상을 마주하셨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써 있는데요, 혹시 부모님이 음악을 하셨나요?
김목인: 두 분 다 그림을 그리셨어요.

정지연: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말려서 될 게 아니라고 생각하셨겠네요. 
김목인: 아버님이 살아 계셨으면 반대나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집에서 녹음을 했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에 어머니가 시골로 이사하기로 결심하셨거든요. 직접 집을 지으셨는데 만약 우리 가족이 도시에 살았다면 살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머니 결정이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죠. 녹음은, 예전에 카바레 사운드에 처음 데모 보내서 작업할 때, 집에 피아노가 있다니까 이성문 대표님이 녹음장비를 싣고 내려왔어요. 그때 경험이 있어서.

차우진: 집에서 녹음이 되는구나, 싶었던 거군요?
김목인: 그랬던 것 같아요. 또 대학생일 때는 영화 소모임만 하면서도 마치 영화인인 것 같은 기분에 취하고 그랬는데 그게 진짜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때는 집에서 녹음을 하고 그러는 게 진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차우진: 저는 처음에 앨범을 듣고, 메시지에 있어서요, 다 동의하는 주제고 얘기지만 음악적인 매력이랄까, 사람들을 꼬드기는 뭐 그런 게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여러 번 들으니 그런 게 생기긴 했는데(웃음) 처음 들었을 때는 좀 불친절한 느낌도 있었죠. 그래서 이 앨범을 특히 좋아하는 건 업계 사람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모니터링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목인: 사실 모니터링 할 때는 잘 모르잖아요. 한창 작업 중에 모니터링을 하니까 아무래도 객관적이지 못한 것도 있고. 그런데 일단 저는 계속 같은 악기여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죠. 프로듀서 형하고 계속 얘기했는데, 곡이 생각보다 짧아서 괜찮을 거라고 했고, 또 이번 앨범의 관건은 화법이었거든요. 보컬이 얼마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거기서 장점과 약점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악기를 최소화 시켰는데 제가 화법까지 약하게 해버리면 안되잖아요. 그게 좀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현재의 제 능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또 제가 편곡에서, 정말 아는 걸 총동원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가사라든가 노래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차우진: 사실 음악의 기반이 포크보다는 재즈나 월드뮤직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무래도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데다가 가요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작곡할 때 특히 집중한 부분이 있을까요?
김목인: 노래 만들 때는 스타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안 하는데, 아무래도 편곡할 때 어떤 분위기로 갈 건지 고민하긴 해요. 재즈는 아니지만 예전 7~80년대 음악, 팝이지만 요즘 팝과는 다른 느낌이 있잖아요, 그 전 세대의 음악 스타일이 남아 있는 거죠. 이번에 작업하면서 알게 된 건데, 프로듀서 형이 데모를 듣고선 70년대 싱어송라이터 음악 같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의 어법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차우진: 확실히 가요의 영향은 없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최근 씬의 경향이라고 할 만한 것들 중에 8~90년대 가요를 토대로 한 음악들이 있는데 거기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 국내 포크 음악과는 거리가 먼 것 같고, 오히려 미국이나 영국의 인디 록이나 포크에 가까운 인상이 있어요. 딱 들었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는 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남자인데 배경은 한국이 아닌 거죠. 짐 자무쉬 영화 스타일의 장면일 것 같은, 흑백 톤으로 찍은 허름한 목조 실내에 까만 피아노가 있고 젊은 친구가 그걸 연주하는 거죠.
김목인: 맞아요. 영화로 음악을 접했을 때 이건 무슨 장르인지 모르겠다 싶은 음악들 있잖아요. 그런 것에 영향을 꽤 받은 것 같아요.

차우진: 그런 점에서 특정 장르에 포섭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얘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 같아요. 가사를 먼저 쓰신다고 하셨으니까, 가사를 더 앞에 두고 뒤에 악기나 사운드를 배치한다는 인상이 있어요.
김목인: 맞아요. 사실 저는 좀 잡다한 악기를 동원하는 편곡을 좋아하긴 해요. 이번 앨범은 기타와 피아노가 서로 조절을 하는데다가 다른 악기는 간간히 들어가잖아요. 원래는 곡마다 다 넣고 그런 취향이긴 한데. 사실 글렌 굴드 같은 음악을 할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데이빗 보위도 초창기에는 전자음 없이 기타 연주에 우주적인 내용을 막 넣고. (웃음) 저도 피아노 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벨벳 언더그라운드도 그렇잖아요, 피아노가 이쪽 저쪽에서 반복되는. 그런 생각도 했는데 레코딩이 클래시컬하게 나와서.

차우진: 홈 레코딩이어서 더 그랬을 것 같아요. (웃음) 앨범 작업 하면서 즐거웠나요?
김목인: 사실 이 작업은 혼자 하던 걸 엎고 프로듀서랑 다시 시작했는데. 혼자 할 때는 혼란스러웠죠. 퀄리티에 대한 자신도 없고 기술적으로도 자신이 없었고. 편곡도 제가 작곡만큼 편곡에 욕심도, 실력이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곡을 편곡을 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딱히 많은 것도 아니어서. “아 이거 이렇게 하고 싶어” 이런 거. 근데 프로듀서랑 작업을 했던 과정이 지루하고 지겨웠던 게 아니라, 컨디션과 페이스에 맞춰 잘 했던 것 같아요. 녹음은 오히려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피아노 하루, 기타 하루, 이렇게 했거든요. 사전 준비하고 리허설을 많이 하는데 녹음은 이틀에 하는 시스템이었어요. 물론 준비할 때는 지루했지만 녹음하는 건 재미있었어요.

차우진: 제가 김목인이라는 음악가에게 호기심을 가진 건, 앨범 내기 전 웹진 [보다]의 옥상달빛 리뷰에 댓글을 달았을 때에요. 그걸 보면서 말을 정성스럽게 하는, 차분하고 정돈된 사람이란 생각을 했어요. 두 사람 다 긍정적인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목인 씨는 창작가니까요. 음악가가 그렇게 직접 비평에 댓글을, 정돈해서 쓰는 경우가 드물어서인지 더 관심이 생겼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이 앨범은 그 고민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약간 묘한 감정인데, 슬픈 느낌도 있었어요.
김목인: 그 동안 사람들이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작업하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니까 자괴감이 들잖아요. 맨날 뭐 한다고 해놓고는 결과물이 없으니까. 근데 정작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약간 멍한 상태였던 것 같아요. 다 털린 상태, 이런 저런 생각했던 게 다 무산되고 남은 것만 가지고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얘기를 듣고 나니 그 ‘슬프다’는 건 녹음과는 상관없이 제 속의 여러 가지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 쓰는 노래도 되게 먼 옛날 얘기처럼 쓸 때가 있죠, 그걸 제가 읽어보면 애잔한 느낌이 들고 그래요. 작업이 잘 안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렇죠. 그런데 이 앨범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반응이 성공적이지는 않아도 잘 가고 있다는 느낌.

차우진: 뮤지컬은 좋아하세요?
김목인: 좋아하지 않아요. 만드는 입장에선 관심 있는데, 많이 보거나 많이 아는 것도 아니예요.

차우진: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웃음) 사실 뮤지컬은 노래나 연기가 감정 과잉 상태잖아요. 음악으로 상황 묘사나 설명, 극적 구성을 표현하는데 편성이나 편곡이 극적으로 가잖아요. 만드는 입장에서 관심이 있다면 그런 걸 한계로 생각하거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김목인: 그런데 형식만 봤을 때 뮤지컬 음악은 극 안에 섞여 있으니 음악적인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작업하는 입장에서 생각의 전환을 자극한다고 할까, 그런 게 있어요. 만약에 블루스나 록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달랐을 텐데,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뮤지컬 음악과 그리 멀지는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저 형식을 내 음악에 차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아닌 거죠.

차우진: 음악이나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 거리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말했듯, 그래야 분발하고 더 고민하고 또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있다고 믿으니까요. 이 앨범의 경우엔 ‘음악가’라고 제목에 딱 박았는데(웃음) 이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요컨대 포지셔닝에 대해서. 그리고 씬에 대한 고민을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풀어볼 생각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목인: 제가 내년에 완전히 다른 일을 해도 이 ‘음악가’란 앨범이 따라붙겠죠. (웃음) 그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그리고 제가 더 활동적이었다면 모임을 만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아요. 만약 글을 썼다면 비슷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뭔가를 함께 쓰거나 서로 읽고 얘기 나누는 게 가능했을텐데 노래는 그게 안되니까요. 제가 “지금 음악 씬에는 문제가 있어”하면서 막 뭔가 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하지만 그래도 계속 글을 쓰는 건, 제가 실제로 이걸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새 잊혀지는데, 그냥 흘려 보내지 말고 한번 기록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근데 그걸 웹에서 공개적으로 하니까 일종의 발언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요.

차우진: 그게 부담스럽나요?
김목인: 제가 서정민갑 씨 글에 댓글을 달았을 때, 원래 아는 분이라서 좀 죄송한 생각도 들었어요. 입장을 바꿔서 그런 글을 보면 되게 기분 나빴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그 글을 썼던 건 원래 알던 분이고 또 정작 진지한 얘기는 안 나누니까 그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겠거니 넘겨짚었던 것 같았어요. 보통 그런 얘기들을 안 하고 만나니까. 정작 대화를 안 한 거죠. 사실 그 얘기들은 예전에 캐비넷 싱얼롱즈 멤버들하고 나누던 것들인데, 저 혼자 꺼낸 것처럼 되기도 했어요.

차우진: 저는 그걸 보면서 이런 얘기를 댓글로 버리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가 자신이 노래]란 제목도 칼럼 제목 같잖아요? (웃음) 만약 기회가 되면, 실제로 경험하는 부분의 고민들을 글로 정리하거나 기고해볼 생각은 없나요?
김목인: 글 쓰는 건 몰라도 기고는 좀 다르잖아요. 제가 고민하는, 이 씬이나 음악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다른 집단에 좀 도움이 된다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기고를 하기엔 아무래도 어려워요. 물론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차우진: 그럼 [weiv]나 [스트리트H]에서 뭔가 시작해보는 건 어때요? 이런 공동 인터뷰도 인연인데.
김목인: 네? 그런 건… 일단 나중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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