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 | 최신유행 (EP) | 미러볼뮤직, 2012

 
전기뱀장어는 2009년에 결성된 밴드로, 멤버는 황인경(보컬), 김예슬(기타), 김나연(베이스), 김민혁(드럼)이다. 2010년 첫 EP [충전]을 발표했고, 클럽 빵을 중심으로 공연해 왔다. 첫 EP에 대해서는 희미한 인상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다시 들어 봐도 의견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전반부는 스트록스(The Strokes)를 비롯한 거라지록 밴드들의 영향이 느껴지는 간결한 로큰롤이지만 결정적인 훅이 부족해 보였고, 기타 노이즈를 중심으로 ‘실험적’인 분위기를 내는 후반부의 곡들은 치우다 만 자취방 같았다. 

두 번째 EP에서도 밴드는 비슷한 진행 방식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송곳니”와 “최신유행”에서는 스트록스의 영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최신유행”의 코러스는 특정 곡, 그러니까 “Under Cover Of Darkness”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이 두 곡을 넘어가면서부터 기타의 노이즈가 짙어지기 시작하지만 밴드는 경쾌한 리듬과 간결한 리프, 무던한 훅을 동원하면서 곡을 이끈다. “언덕” 같은 곡은 델리 스파이스 시절도 생각나게 한다. “거친 참치들”은 패닉의 “달팽이”나 개구장애의 “엘도라도”, 좀 더 멀리 거슬러 가자면 송창식의 “고래사냥”에까지 가닿을 수 있는 청춘 희망가다. ‘이 세상 위에 내가 있’다는 확고한 희망보다는 불신과 불안이 섞인 희망이다.

수록곡들은 강렬하다거나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쪽에 더 가깝다. “송곳니”와 “최신유행”을 끝까지 듣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송곳니”의 가사는 우연찮게 버스커 버스커의 “이상형”과도 슬쩍 겹치는데 “이상형”이 가닿았어야 하는 어떤 지점들에 무난히 안착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좋은 리프를 만드는 기타를 중심에 놓고 움직이는 간결한 로큰롤이라는 점과 덤덤하게 풀어내는 청춘-루저 정서라는 점에서는 얄개들과 교집합을 이룬다. 외국 음악의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바이 바이 배드맨과 겹치는 지점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리고 버스커 버스커의 경우는 좀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밴드들이 지금의 ‘인디’에서 벌어지는 어떤 음악적이고도 정서적인 변화를 암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모든 것에 분노하는 파토스나 칼날 같은 쿨함, 혹은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윤리적’ 태도와는 조금 다른 궤를 걷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rating: 6/10

 

수록곡
1 송곳니
2 최신유행(feat. 연리목 of 눈뜨고 코베인)
3 퍼피
4 평행사변형
5 언덕
6 거친 참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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