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a Bear – Mr Noah | Panda Bear Meets The Grim Reaper (2015) 꾸엉 꾸웡 꾸릉 꾸릉 꿍꿍 꾸르릉 뿌르르룽,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멜로디가 낑낑대는 강아지 소리에 이어서 치고 나오는 순간 우리는 노아 레녹스(Noah Lennox), 혹은 판다 베어(Panda Bear)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다. 멜로디는 3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반복되면서 노아 레녹스의 기묘한 후렴구 – le-eh-eh-eg / le-eh-eh-eg / be-eh-eh-ed / justifaa-ah-ah-aid – 과 뒤섞이고, 나는 이것을 라임으로 봐야 하는지 말장난으로 봐야 하는지 헷갈린 채로 멍하니 그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어쩐지, 익숙하게 들린다. 판다 베어는 이번에도 괴상한 소리를 가지고 충실한 팝을 만들어낸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 가지고 노래를 만들든, 신스를 듬뿍 끼얹고 캐치한 후렴구를 붙이든, 그가 만드는 음악은 언제나 팝에 가까운, 그러나 결코 범상한 팝은 아닌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음악도 영원히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저 전설의 레전드인 [Merriweather Post Pavilion]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러한 ‘혁신’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줄 알았지만, 결국 이 방법론도 낡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이 ‘21세기의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의 음악은,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Panda Bear Meets The Grim Reaper]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혁신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순간 ‘팝에 가까운 음악’은 비로소 그냥 ‘팝’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판다 베어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방법론을 극한까지 동원해서 훌륭한 팝 앨범을 만들어낸다. “Mr Noah”는 앨범의 그러한 지향점을 확고하게 보여 준다. 익숙하면서, 듣기 좋다. 더 이상 ‘미래의 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팝’이 나쁠 건 또 없지 않은가. | 정구원 lacele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