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5.01.16
장소: 워너뮤직코리아 사무실
질문, 정리: 박준우
blucshak@gmail.com

루비(Reuby)는 싱가포르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인이다. 싱가포르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많은 매체에서 그를 주목했고, 첫 번째 앨범 [Reuby]는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열아홉 살의 나이지만, 그의 음악은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전곡을 작사, 작곡한 것은 물론 앳된 외모와 달리 깊이 있는 목소리까지. 얼마 전 드라마 스파이에서 “Key To The Heart”라는 곡이 쓰이기도 했으며, 한국에 와서 라디오 출연 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한국에 와있는 시간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만나보니 어른스러움과 아이 같은 귀여움이 공존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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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우선,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루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저는 루비입니다. 만나서 반갑고, 한국에 와서 좋아요.

박준우: 라디오에 출연하신 걸 들었어요. 많은 한국 팬들이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와 콜드플레이(Coldplay)를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했어요?
루비: 저는 굉장히 칭찬받았다고 느꼈어요. 무척 감사했고요.

박준우: 처음에 어떻게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루비: 처음에는 단지 재미로 노래를 시작했어요. 왜냐면 그 때 제가 기타를 배우고 있었고, 기타 치는 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기타를 치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하고 싶었고,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르고 싶었어요. 그렇게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죠.

박준우: 처음엔 굉장히 노래를 못했다고 알고 있어요. 굉장히 열심히 연습하셨나요.
루비: 네. 맞아요. 저는 굉장히 노력파에 가까워요. 계속 연습하고 있고, 매일 제가 노래하면서 그렇죠. 재미있어요.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요.

박준우: 혼자서 독학한 건가요?
루비: 네, 저 혼자서 했죠. (웃음)

박준우: 그러면 곡은 언제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나요?
루비: 아마 제가 처음 곡을 썼던 게… 13살 즈음이었을 거에요. 그것도 정말 제가 좋아서 재미로 시작한 거였어요. 곡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밴드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곡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렇게 곡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때 만든 노래는 그럭저럭, 별로였어요. 진지하게 곡을 쓰기 시작한 건 14살 이후의 일이에요.

박준우: 이제 좀 유명해졌잖아요. (웃음) 싱가포르에서 뜨고 있고, 한국 드라마에도 곡이 삽입되었고.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시나요?
루비: 글쎄요, 제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웃음) 하지만 사람들이 알기 시작하길 바라고, 내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며 그걸 좋아해 주길 바라고는 있어요.

박준우: 세계적으로 팬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루비: 음… (관계자에게 물으며) 제가 세계적으로 팬이 있나요? 그러길 바라고는 있어요. (관계자 : 네.) (웃음)

박준우: 어떻게 워너 뮤직 싱가포르와 계약하게 되었나요?
루비: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웃음) 어떻게 제가 발굴 되었냐면, 오디션 비디오를 통해서 제가 뽑혔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정확히는, 제가 친구의 합격을 도와주러 백업 차 오디션 비디오를 함께 찍었어요. 노래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오디션이었어요. 그 비디오를 보낸 이후, 저에게 연락이 왔고, (친구 말고) 제가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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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첫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나요?
루비: 처음 앨범을 [Reuby]라고 한 이유는, 또 이름을 루비라고 지은 이유는 굉장히 간단해서이기도 하지만 제가 여기서 시작하면서 쓸 수 있는 직관적인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억하기 쉽기도 하고, 그게 사람들이 봤을 때 저를 보여줄 방법이라고도 생각했어요.

박준우: 그리고 앨범 표지에 담긴 풍선의 의미도 궁금했어요.
루비: 오, 풍선의 의미는… 일단 빨간색이죠. 왜냐면 루비는 빨간색이고요. (진지) 그리고 제가 풍선을 라이브에서나 앨범 표지에서 종종 쓴 이유는 풍선이 젊음, 어려지는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박준우: 앨범 안에 담긴 곡들은 그렇게 젊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웃음) 우선 목소리가 굉장히 성숙하고 깊다고 느껴져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건지, 훈련의 결과인지 궁금해요.
루비: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제 생각엔, 제가 어렸을 때 노래 부르고 연습하는 걸 좋아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들처럼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저만의 목소리를 만들었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지금의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어요.

박준우: 저는 가사가 굉장히 성숙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라디오에서 한 번도 누군가를 만나본 적 없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가사를 쓸 수 있었나요?
루 비: 제 곡 중 몇 노래는 오롯이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고요. 그뿐만 아니라 친구라든지, 가족이라든지, 제 주변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가사를 쓴 것도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사를 쓰기도 해서, 제 음악은 많은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어요.

박준우: “My Sunshine”같은 경우에는 이미 잘 알려진 노래고, 또 존재하는 노래를 바탕으로 썼어요. 이미 존재하는 곡의 훅을 쓰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든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루비: 제가 루비라는 이름을 고른 이유와도 비슷해요. 왜냐면 “You Are My Sunshine”은 이미 존재하는 노래이면서 간결하고, 진심이 담긴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이미 유명하고 잘 알려진 훅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서 ‘아, 나 이 노래 알아, 근데 다른 사람이 불렀네?’ 라고 느끼길 바란 것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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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콜드플레이라고 알고 있어요.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루비: 네.

박준우: (웃음) 어떤 식으로요?
루비: (웃음) 제 생각에는 거의 전부 다인 것 같아요.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목소리도 그렇고, 밴드가 함께 일하는 방식도 그렇고, 그들이 만든 음악도 그렇고. 특히 멜로디가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박준우: 그렇다면 본인의 밴드를 꾸릴 생각도 있으신가요?
루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 말은, 아직 제 밴드를 꾸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저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언젠가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음악을 하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죠.

박준우: 당신이 페이스북에서 한스 짐머(Hans Zimmer)를 좋아한 것도 봤어요.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지도 궁금해요.
루비: (웃음) 맞아요. 확실히 콜드플레이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죠. 콜드플레이를 좋아하지만, 콜드플레이의 카피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뮤즈도 좋아하고, 존 메이어도 좋아하고, 라디오헤드도 좋아해요. 한스 짐머도 듣고 있어요. 하지만 듣고 있으면서 아주 좋다는 건 알지만, 그가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드는지는 몰라요. (웃음) 아직 듣고 또 배우고 있으니까요.

박준우: 많은 장르가 있잖아요. 장르 대신 테마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당신이 좋아하는 몇 음악가들은 어떤 장르의 문법을 쓴다기보다는 카테고리화된 테마를 쓴다는 느낌이 들어요. 본인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루비: 저는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의 음악을 들었고, 그들로부터 어떻게 음악을 특별하게 느껴지게끔 하는지 배웠어요. 같은 시간에, 저 역시 제 음악에 저만의 방식을 담아내려고 했고 제 삶에 영향을 주는 것들, 제가 배운 것들에 관해 썼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걸 느낄 거로 생각해요. 저는 저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곡을 쓰려고 하고. 저 역시 인간이고, 다들 인간이기에 이해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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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싱가포르는 국내 시장이 작아서, 거기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중국, 대만 등의 중국어 문화권이나 영어 문화권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느끼시나요?
루비: 음악가 중 몇 사람들은 그렇게 이곳의 음악 산업 밖으로 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싱가포르의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수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싱가포르 음악을 좀 더 듣기 시작했어요. 천천히, 많지는 않지만 우리는 좀 더 자라고 있어요.

박준우: 싱가포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루비: 네. 저는 싱가포르에서 음악을 해서 행복해요. (웃음)

박준우: 판매나 여러 측면에서, 영어로 가사를 쓰는 것이 이점이 있다고 느낀 적 있나요?
루비: 저는 영어를 선택한 이유가 일단 제 모국어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자라면서 영어로 쓰인 음악을 많이 들었고요. 영어권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박준우: 11월에 코린 메이(Corrinne May)를 인터뷰했는데, 코린 메이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링크)
루비: 코린 메이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그녀는 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곡을 썼어요. 코린 메이의 곡은 삶에서의 관점과 시각을 바탕으로 쓰였잖아요. 저도 그런 방식으로 곡을 쓰고 싶어요. 그녀가 제게 영감을 준 건 그런 것이죠.

박준우: 코린 메이는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신가요.
루비: 바라고 있죠. 만약 제게 세계 어디든 해외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웃음)

박준우: 싱가포르로부터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루비: 제가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확실하게는 제가 싱가포르에서 자라면서 도시의 삶을 익혔고, 싱가포르 자체가 굉장히 국제적인 도시 국가라서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싱가포르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전 세계의 음악을 접할 수 있어서 그것도 영향을 받은 부분이죠.

박준우: 싱가포르 10대, 20대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루비: 엄청 많아요. 되게 다양하게 듣는 것 같아요. 메건 트레이너(Meghan Trainor)도 좋아하고요. 사람들 사이에서 올라오는 트렌드는 인디 록, 인디 팝 쪽인 것 같아요. 많이들 듣거든요. 에코스미스(Echosmith)나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도 좋아해요.

박준우: 별로인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케이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웃음)
루비: (웃음) 케이팝 음악을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따라가고는 있어요. 빅뱅이나 2NE1은 들었어요. 아이유는 정말 귀여워요. 저는 한국의 문화나 음악을 좋아해요. 제 가족들이 좋아하고요.

박준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음악가이면서 학생입니다. 힘들지는 않으신지.
루비: 괜찮아요. 그렇게 바쁘지도 않아요. 가끔 조금 바쁘고 할 일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고 (웃음)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학교도 중요하니까요. 음악을 공부하고 있어서 결국 같은 거라고도 할 수 있죠. 그렇게 다르지도 않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