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5. 02. 10
장소: 서면 인터뷰
질문: 정은정
정리: 박준우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이 2월 12일 내한 공연을 한다. 그에 맞춰 같은 날 멤버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이 감독한 영화 <갓 헬프 더 걸>이 개봉한다. 얼마 전 발표한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는 다수의 매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춤추기 좋은 앨범은 팬들의 기대도 저버리지 않았다. 내한 공연 및 앨범 발매 시기에 맞춰 스튜어트 머독과 서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의 정성 어린 답변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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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앨범 타이틀이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다. 어떤 의도로 지은 건가?
스튜어트 머독: 아트워크의 공상과학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이 앨범이 지닌 일렉트로닉 음악의 기운을 확장한 의미다. 레코드 커버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그 다음에 타이틀을 지었다. 아트워크를 보면 하반신이 로봇인 소녀와 상반신이 로봇인 남자가 있다. 40년대 전쟁 전후에 상처를 입은 인물들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다. 음악으로 보자면 우리는 예전과 비교해 직관적이고 댄서블한 곡들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앨범 명도 그에 대한 테마를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정은정: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 워시드 아웃(Wahsed Out)의 앨범을 제작한 벤 앨런(Ben Allen)이 프로듀싱과 믹싱을 맡았다. 그와 함께 작업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앨범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났는가?
스튜어트 머독: 멤버 모두가 사람들이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꽤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프로듀서 밴 엘런을 만난 건 우리의 그런 바람을 실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는 우리와 함께 일하며 우리가 가진 어느 경계를 뛰어넘도록 이끌었다. 사실 우리는 레코딩 전에 몇 날 며칠이고 사운드에 대해 골몰한다. 오전 11시에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종일 매달리는 식이다, 하지만 벤은 조금 달랐다. 그는 우리가 두 세 번 정도 합주를 하고 나면 ‘흠, 이쯤이면 내가 필요한 건 다 얻은 것 같은데? 스무 번씩 연습하는 건 그만해.’라고 말했다. 우리한텐 꽤 신선했다.

정은정: 1번 트랙인 “Nobody’s Empire”는 당신의 개인적인 사연을 담았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는가?
스튜어트 머독: 사실은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썼던 다른 노래와 별반 다르진 않다. 난 여전히 내 삶에 관련된 메타포들을 이용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지 다른 곡들이 더 ‘나’에 대한 직접적인 비중이 낮았을 뿐이다. 여전히 가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풍부하게 보이게 할 장치들을 찾고 있고 그를 바탕으로 노래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냥 앉아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써내려 갔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한 것에 대해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정은정: 감독 데뷔작인 <갓 헬프 더 걸>이 한국에서 개봉한다. 뮤지컬 프로젝트를 영화로 발전시킨 케이스다. 연출과 극본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스튜어트 머독: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거의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쎄, 사실 내가 음악을 하기 전을 생각해도 내가 송라이터가 될 거란 상상을 못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있었고 영화감독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여성 싱어를 위한 음악을 만들면서 그 상상이 시작되었다. 가사를 쓰는 것 외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문을 닫았고 그곳이 그리웠다. 그래서 그 대체가 될만한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던 터였다. 이때 이브(<갓 헬프 더 걸>의 주인공)가 떠올랐다. 아마 그 후에 4곡을 쓰고 나서 나머지 두 주인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땐 밴드 활동을 하던 터라 바로 영화작업으로 연결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꽤 그것에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정은정: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음악인지라 밴드 활동과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음악으로 표현해오던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좀 더 길게 담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관객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가?
스튜어트 머독: “갓 헬프 더 걸”은 벨 앤 세바스찬과는 독립된 작업이지만 또 우리 밴드를 직접 떠올릴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모든 분이 편하고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뮤지컬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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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멤버가 많은 만큼 팀 내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 각자 다른 의견을 낸 적은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조율하고 해결했는가?
스튜어트 머독: 처음 벨 앤 세바스찬을 결성했을 때 그건 나에게 어느 여름의 가슴 떨리는 연애사와 같았다. 하지만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더 좋아졌다. 그 연애상대들이 7명이란 사실만 빼면 모든 것이 연애와 같았다. 우린 어디든 함께 돌아다녔다. 카페, 클럽, 작은 갱단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점점 지쳐가는 건 당연하다. 처음 밴드를 만들 때는 예상치 못했지만 그래도 우린 여전히 친구이고 서로를 아낀다. 항상 일하는 사람들과 서로 도와주고 친구로 지내며 그것을 일상으로 만드는 건 정말 중요하다. 물론 우린 많이 싸우고 실제로 몇몇이 밴드를 떠나기도 했다. 근데 그러면서 하나 배운 게 있다. 만약에 당신이 밴드를 하고 있다면 밴드 내에 있는 친구와 너무 자주 어울리면 안 된다. 그거 완전 최악의 아이디어다. (웃음)

정은정: 또한 첫 번째 티저 영상으로 레코딩할 때의 일상과 코멘트, 연주하는 모습을 담는가 하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튜디오에서의 생활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팬들과 다양한 접촉면을 찾는 것 같다. 현대의 뮤지션은 음악을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매체를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스튜어트 머독: 단지 팬들과의 소통을 찾았을 뿐이다. 투어로 바빠지고 다른 작업들이 더 겹쳐지다 보면 그런 작은 여유들을 잃어 가는 것 같다. 팬들이 어떤 일상을 경험하고 그것을 우리와 공유하는 일은 커다란 힘이 된다. 알다시피 우리는 미디어나 SNS에 발 빠른 사람들은 아니다.

정은정: 이전의 앨범보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지만, 디스코/훵크에 가까운 레트로한 분위기나 사운드가 요즘 유행이기도 하다. 흐름을 어느 정도 의식했는지도 궁금하다.
스튜어트 머독: 요즘은 최신 음악보다는 예전 음악을 더 즐겨 듣고 영향을 받는 편이다.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의 “I Second That Emotion” 브루스 스프링스턴(Bruce Springsteen)의 “Dancing in the Dark”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의 “Fight the Power” 오렌지 주스(Orange Juice)의 “Rip It Up” 등등. 그들의 그루브와 에너지를 사랑한다.

정은정: 두 번째 내한이자 한국에서 첫 단독 공연이다.
스튜어트 머독: 이전 지산 페스티벌에서 팬들이 무대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했고 어느 순간 내가 관객석 중앙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관객들은 열정적이다. 정말 사랑스러운 공연이었다. 일단 이번 공연은 이전보다는 훨씬 더 활동적인 분위기일 것이다. 이번 앨범엔 춤출 수 있는 곡들이 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클래식한 벨 앤 세바스찬의 느낌을 바탕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에는 우리 외에도 현악, 트럼펫 연주자분들이 함께 할 것이다. (그중 한 분은 한국인이다!) 신곡을 연주할 때는 특별 영상도 따로 준비했다.

정은정: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튜어트 머독: 내 삶,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 부분적이긴 하지만 그렇다. 대개 송라이팅은 내가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면 시작된다. 질투나 절망, 갈망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항상 음악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내가 좋은 멜로디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어딘가 좋은 멜로디들이 오히려 나를 불러들인다.

정은정: 벌써 데뷔 20년을 맞았다. 그간 음악 경력을 돌아보면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의 벨 앤 세바스찬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스튜어트 머독: 밴드가 더 커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소수 취향의 음악을 하고 있고 이제껏 그저 우리가 하는 방식에 충실했던 것뿐이다. 우리는 50년 뒤에 아주 올드팝 스타일이 될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 오래된 기반 위에 재생하고 있는 터라 그것이 큰 시장과 연결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이제 젊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다. 팝뮤직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대변하는 아주 기본적인 문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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