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한국 대중음악 저널리즘과 비평, 연구의 거리를 줄여 각 분야의 생산적 관계를 도모하는 동시에, 음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연구 저작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 [weiv] 업데이트에 대한 변명은 어떻게 해도 구차하니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한 해를 목표로 하겠다고 호기롭게 쓰지만 사실 민망함을 감출 길이 없다. 다만 연재 완료는 아니고 느려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다짐해본다. 자기가 쓴 글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고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소개한다. 자체적으로 학위 논문은 하나, 일반 논문은 두 개를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이왕 뻔뻔해진 김에 한 번 더 예외를 두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기도 하고 내 논문과 다른 논문과 같이 분석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양인화, 「팬덤 내 문화번역 차원의 중국어 유통 – EXO 한국팬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2014 논문 다운로드 (1) http://www.riss.kr/link?id=A100196778 논문 다운로드 (2) http://www.dbpia.co.kr/Article/3536144 이 논문은 2014년 여름 제15회 한국대중음악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것을 다듬은 것이다. 발표문 제출 2주 전에 크리스의 전속계약무효소송이 있었고, 논문이 채 인쇄되기도 전인 10월에는 루한이 전속계약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논문의 구상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던 2013년 가을이었다. 부제를 “논문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로 단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논문은 논리성, 독창성, 정확성, 평이성 등 이외에도 여러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논문은 다소 독창적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사건 이후로 논지와 예시에 타격을 입었다. 두 사건이 없었다면 엑소로 인해 팬덤 안에 중국어가 지위를 가지고 이러한 관심이 나아가 대중국 이미지에까지 변화를 가져온다는 논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논문이 나온 시기와 사건이 맞물리면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논지를 제외하고도 많은 부분을 지적할 수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스노우볼 샘플링(Snowball Sampling)과 심층면접 등 연구방법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중국어의 예시와 팬의 수용과정에 관한 분석, 그리고 이것이 심층면접으로 이어지는 연결이 미약하다. 중국어로 부른 <으르렁> 리패키지 앨범. 멤버들의 화보와 손으로 직접 쓴 편지 및 가사를 수록하고 있다.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인회와 리패키지를 포함한 앨범 4종을 판매하는 방식에 힘입었다고 해도, 차트별 차이는 있으나 2013년의 최다 음반판매량을 기록하였다. 엑소는 K와 M이라는 콘셉트로 같은 곡을 각각 한국어와 중국어로 부른다. 한국 내에서 중국어 가사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어의 대두로 번역이 필수적으로 따라오게 되는데, 단순한 의미의 번역을 넘어 ‘문화번역’적 개념으로 팬덤 내에서 중국어가 사용되는 경우를 분석하였다. 우리가 배운 외국어를 떠올려 봐도 일대일 번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번역은 필연적으로 한쪽 언어-원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데, 기존 세계 질서에서 영어로 대표되는 문화적 텍스트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하면, 같은 동양, 즉 한국과 중국은 이것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팬덤에 적용해보면 한국에서 나온 것은 한국어가 오리지널이지만 중국에서 나오는 것은 중국어가 오리지널이 된다. 이 사실과 정보 사이에서 문화번역과 콘텍스트를 둘러싸고 이해와 오해가 반복 및 확장된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개인적으로만 팬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돌이 생산한 1차 텍스트와 팬이 생산한 2차 텍스트(캡처, 움짤, 직찍, 직캠, 팬픽, 팬아트 등) 및 전파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주로 웹이다. 온라인 팬덤은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이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고 오프라인과 온도 차가 있다. 이 논문은 팬 개인에 주목하였기 때문에 온라인의 의견이나 감상을 바탕으로 실제 팬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모든 하위문화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일본어인데, 언어의 근접성과 일본문화의 영향력으로 인해 풍부한 문화번역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중국어는 그동안 학술적으로도, 팬덤 안에서도 주목받지 못하였는데 ‘워더(我的)’와 같이 엑소로 인해 타 팬덤까지 전파되는 단어가 있을 정도이다. 중국어와 관련하여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팬은 중국어 학습자인 동시에 2차 텍스트 생산자이다. 이중 멤버의 별명 및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빠오즈, 주창 등)와 ‘따자하오(여러분 안녕하세요)’, ‘워아이니먼(여러분 사랑해요)’ 같이 자주 듣는 문장은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엑소의 빠오즈(만두) 시우민입니다.제가 만두 닮았나요? 앞서 말한 대로 논문 구상이 2013년 가을이었기 때문에 2013년 12월부터 14년 2월에 걸쳐 심층면접을 진행했고, 소송 이후 다시 서면으로 한 것이 추가되었다. 총 11명의 면접자 중 중국어 학습자는 3명이고, 모두 과거 아이돌 팬이었던 경험이 있으며 ‘생산자’인 팬은 3명이었다. 20대 이상을 면접자로 선정한 이유는 10대보다 활동이 자유롭고 구매력이 있으며 팬덤의 생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음원은 M의 팬이 더 많이 들었으며, 한국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이 음성, 가사의 느낌이 다르다고 하였으며 선호하는 곡이 언어별로 다르기도 하였다. 중국 이미지는 부정적인 쪽에서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기도 하였으나, 그 이전에 관심이 없다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중국인’과의 접촉에서는 관광객이나 홈 마스터를 포함한 중국 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학의 유학생을 통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였고, 이것이 국가이미지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가사로 인해 가장 흥미를 느낀 곡은 “Lucky”다. K와 M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하면 ‘같은 나라에 태어나서 같은 언어로 말을 해서 참 다행이야’와 ‘같은 나라에서 사는 너와 나 같은 언어를 쓰는 너와 나 얼마나 운이 좋은지 이런 행운이 있다는 게’(중국어 가사 번역)는 당장 중국인 멤버의 한국 팬과 한국인 멤버의 중국 팬만 생각해보아도 이율배반적이다. 이점을 지적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더 많았으나,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팬도 있었고 서양 팬의 불만을 웹에서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반면, 이를 한국 팬 우대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2014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같은 나라에 태어나지 않았지만 같은 언어로 말을 하지 않지만 너를 만나서 참 행운이다”라고 ‘한국어’로 쓰인 현수막 사진이 웹에 올라왔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려면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직접 쓴 것도 아니고, 수록곡의 단순한 가사라고 하기엔 팬-소비자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같은 언어로 말을 하지 않지만 너를 만나서 참 행운이다.” 이 글에서 루한의 소송은 다루지 않았으나, 크리스의 소송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였을 때는 국적과 개인을 분리하였으며 대다수가 중국이미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크리스의 국적은 캐나다임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대형 연예커뮤니티에서도 일부 팬을 제외하고는 의견 충돌 없이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의 이미지와 태도 때문에 루한의 경우는 크리스보다 더 충격을 받았으나 이 역시도 현재는 정리된 듯하다. 남은 중국인 멤버들이 있으며 이제 데뷔 3년 차가 되는 아이돌이므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작년 한 시상식에서 멤버의 말처럼 건재함을 보이는 것은 다음 앨범이 증명해줄 것이다. 팬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며, 아이돌로 인해 일어난 개인의 자발적 변화가 미미해 보이더라도 결국에는 어떤 움직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중 관계 같은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 않더라도, 현대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또한 그리하여야만 이 논문이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엑소 컴백 전에 소개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논문에 대해 의견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심층면접에 응해준 분들, 팬을 소개해 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 양인화 peachandcreams@gmail.com note. 양인화는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음악과 음악 외적인 현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