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7일. 홍대 거리는 음악으로 들썩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섰고, 각 클럽과 공연장은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관객들로 채워져 있었다. 4년 만에 부활한 ‘라이브 클럽데이’ 때문이었다. 라이브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2만 원의 돈으로 7개의 클럽과 3개의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 홍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월세는 한없이 치솟아 음악가들은 상수로 망원으로 밀려나고 있고 음악공간도 더 이상 버티고 있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음악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모여 다시 라이브 클럽데이를 열었다. 이제 한 걸음을 뗀 거지만 그날만큼은 분명 음악이 살아있는 날이었다. 라이브클럽데이를 열고 있는 라이브클럽협동조합의 홍세존 조합장을 만났다. 그는 클럽 에반스의 대표이기도 하고 직접 음악을 하고 있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 웨이브x네이버연예의 인터뷰 기획 [힘들게만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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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클럽데이 포스터 |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김학선: 4년 만에 라이브 클럽데이가 부활했다.
홍세존: 라이브 클럽데이는 2004년에 시작했던 사운드데이가 전신이다. 처음에 6개 클럽이 시작해서 11개 클럽까지 갔던 거 같은데 그때 같이 했던 클럽들이 지금은 많이 문을 닫았다. 에반스, FF, 고고스, 프리버드, 클럽 타가 지금까지 같이 하는 클럽들이고 여기에 벨로주와 상상마당, 브이홀 같은 공연장이 추가가 된 거다. 2001년에 댄스 클럽 위주의 클럽데이가 열렸고 2004년에 연주하는 클럽들이 모여서 사운드데이란 이름으로 따로 진행을 했는데 2007년부터 클럽데이란 이름으로 합쳐진 거다.

김학선: 그때 에반스도 참여를 했는데 그렇다면 그때는 왜 클럽데이가 없어지게 되었나?
홍세존: 일단 되게 오랫동안 해왔다. 2001년부터 10년을 해온 건데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 좋았던 건 댄스 클럽 중에서도 큰 클럽만 잘 된다는 거였다. 굳이 클럽데이에 참여하지 않아도 잘 되니까 큰 클럽이 중간에서 자기들은 빠지겠다고 중단 선언을 했고 그러면서 와르르 무너진 거다.

김학선: 당시에 기사를 찾아보면 연주 중심의 라이브 클럽과 댄스 클럽 사이에 갈등도 좀 있었던 것 같다.
홍세존: 그렇게 크진 않았고, 내가 사운드데이와 라이브 클럽 쪽의 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갈등은 내 선에서 많이 해결을 했다. 그런 게 힘들어서 이번에는 조합장을 안 하려고 했다.(웃음)

김학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왜 다시 라이브 클럽데이를 하기로 했나?
홍세존: 4년이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지만 그 4년 동안 라이브 클럽 상황이 되게 많이 안 좋아졌다. ‘TOP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 이유 중 하나였고, 인디 밴드들이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클럽 상황은 안 좋아졌다. ‘TOP밴드’의 영향이 큰 게, 장미여관 같은 밴드들을 유명하게 해준 장점도 있지만, 거기에 나가서 유명해진 밴드들이 어느 순간부터 홍대에서 공연하기를 꺼려하고 안 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밖에서 하는 행사만큼 페이를 맞춰주질 못하고, 그런 밴드들이 소속사엘 들어가면서 홍대에서 공연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또 내가 생각할 땐 ‘TOP밴드’가 방송된 2년 동안 ‘TOP밴드’를 목표로 음악의 방향도 많이 바뀌고, 그러면서 펑크도 많이 없어지고 모던 록도 리스너 위주의 음악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클럽도 같이 안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작년에 세월호의 영향도 되게 컸다. 세월호 이후로 클럽 사장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작년부터 다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운드데이를 다시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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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존 라이브클럽협동조합장 |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김학선: 위기감 때문에 자연스럽게 클럽데이가 부활한 거라고 봐도 되나?
홍세존: 그렇다. 지금 (수익)플러스를 보는 클럽은 거의 없으니까.

김학선: 클럽데이 이름 앞에 ‘라이브’란 말을 붙여서 ‘라이브 클럽데이’가 됐다. 이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었나?
홍세존: 라이브 클럽데이란 이름도 3주 동안 계속 회의를 하다가 나왔다. 옛날처럼 사운드데이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 그러다가 누군가가 라이브 클럽데이 어떠냐고 해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졌다. 어떤 특별한 의미보다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라이브 클럽’이니까 앞에 라이브를 붙인 거다.

김학선: 라이브 클럽데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봐도 춤추는 클럽과 헷갈려하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다.
홍세존: 그래서 캠페인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린 라이브만 하고 있고 댄스 클럽은 전혀 없다는.

김학선: 클럽데이를 다시 하자고 했을 때 다른 클럽주들의 반응은 어땠나?
홍세존: 예전에 클럽데이 끝난 뒤에 사운드데이를 다시 하자고 클럽 대표들끼리 모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다시 할래?” 하니까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들 콜이라고 하더라. 클럽뿐 아니라 상상마당이나 벨로주 같은 공연장들도 다 좋다고 해서 아주 쉽게 10개의 클럽과 공연장이 모이게 됐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 같이 뭉쳐서 해보자는 생각이 다들 있었던 것 같다. 전에 다시 하자고 했을 때는 스폰서가 생기면 하자라든지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서 잘 이루어지지 못했던 건데 이번에는 그런 거 관계없이 ‘무조건 갑시다’가 됐다. 덕분에 분위기가 되게 좋았다.

김학선: 홍대가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공감대도 있었을 것 같다.
홍세존: 그게 엄청나게 크다. 술집이나 맛집이 많이 생기는 건 좋은 거지만, 너무 젊은이들을 위한 술집이나 포장마차만 많이 생기면서 문화가 있던 게 그동안 많이 빠졌다. 미술 하는 분들도 많이 빠지고 변두리로 많이 갔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월세만 계속 오르고 문화 쪽으로는 갈 데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션들도 그렇고 클럽 사장님들도 그렇고 다 그런 생각이 되게 많았다.

김학선: 클럽 에반스가 2001년에 처음 생겼다.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그때의 홍대와 비교하면 지금 홍대는 어떻게 변하였나?
홍세존: 그때는 멋있는 젊은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냥 젊은 분들이 많다.(웃음) 쉽게 말하자면 그때의 홍대는 옷 입는 거나 말하는 거나 여러 가지 정신세계가 강남과 차별화가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옛날 신촌처럼 걱정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음악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고, 라이브 클럽들이 살아남아야 다른 곳들과 차별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학선: 월세가 많이 올라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홍세존: 정말 많이 올랐다.(웃음) 그런데 입장료는 많이 못 올리니까 그게 힘든 거다. 이번 클럽데이 입장료도 싸다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다고 확 올리기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 기존에 계속 클럽을 찾아주시던 손님들 생각을 많이 했다. 당분간 입장료는 올리지 않을 생각이다.

김학선: 클럽주들 말고 음악가들은 클럽데이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
홍세존: 뮤지션들도 다시 사운드데이가 부활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다. 유명한 팀들도 다 흔쾌히 오케이 해줘서 기분 좋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각 클럽 사장들과 친한 뮤지션들이 있지 않나. 그 뮤지션들과 커뮤니케이션 많이 하고 하는 그런 과정이 좋았다.

김학선: 1회 출연진이 무척 좋아서 계속 이 정도 라인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홍세존: 우리가 이걸 두 달 반 동안 준비했다. 작년 12월 말에 얘기가 나와서 1월부터 계속 회의를 했는데, 우리도 라인업이 정해지고 나서 2회는 어떻게 할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뮤지션이 굉장히 많더라. 뮤지션들과 계속 얘기하고 있고 앞으로도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김학선: 예를 들어 1회엔 국카스텐, 2회엔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간판 음악가들이 있는데 출연료만 가지고는 이런 팀들을 섭외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홍세존: 클럽 사장의 힘인 것 같다. “한 번만 도와줘~”라고 얘기하기도 하고,(웃음) 예전부터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뮤지션들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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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 컴퍼니에프 제공 사진

김학선: 그런데 라이브 클럽데이가 궁극적으로 자리를 잡고 브랜드를 가지려면 언제까지 이름값 있는 뮤지션을 내세워서 라인업으로 승부를 볼 수만은 없지 않나.
홍세존: 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유명한 팀들이 아니어도 클럽데이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목표는 제2의 장기하와 얼굴들, 제2의 국카스텐이 나올 수 있게 우리가 계속 노력을 하는 거다. 그래서 클럽데이가 ‘누구나 설 수 있는 곳, 하지만 누구나 설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준비된 뮤지션은 우리가 찾아가서 모셔오려고 한다. 혁오 같은 경우도 이번에 유명세를 실제로 확인 한 거다. 그리고 아마 4월부터 할 건데, 두 번째 주에 신청을 받아서 쇼케이스 개념의 젊은 뮤지션들 공연을 열려고 하고 있다. 레이블 대표라거나 음악관계자들도 많이 초청해서 좋은 팀들 데리고 갈 수 있게도 하고, 또 거기서 많은 추천을 받은 팀은 라이브 클럽데이 무대에도 설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

김학선: 1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
홍세존: 뮤지션 섭외나 금적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있긴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티켓을 얼마나 팔아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된다는 거였다. 당연히 많이 오는 게 우리는 좋지만 어느 선까지 오는 게 좋을지, 티켓을 몇 장을 팔아야 할지 가늠이 잘 안 됐다. 티켓이 정말 금방금방 팔렸다. 어떤 건 5분 만에 매진되고 어떤 건 3시간 만에 매진되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더 커졌다. 2주일 전부터 그런 안전 문제에 대해 제일 많이 걱정을 했다.

김학선: 1회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성공적이라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내부의 평가는 어땠나?
홍세존: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워낙 폭발적인 반응이어서 2회, 3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

김학선: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면 어떤 건가?
홍세존: 예매한 표를 교환하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티켓을 발송하자는 대책을 세웠다. 기다리는데 1시간이 걸렸다면 앞으로는 10분 정도로 단축할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들은 계속 보완해 나갈 생각이고 동선이나 공연을 더 재미있게 보는 법 같은 걸 캠페인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 불편함 없이 좋은 공연들 많이 보고 가실 수 있게 캠페인을 많이 할 생각이다.

김학선: 음악가들 출연료를 들었는데 그리 많지가 않았다.
홍세존: 많지 않다. 관객 수의 한계도 있고, 이번에 예매 관리와 설치비 같은 걸 거의 페스티벌 수준으로 해서 남는 게 없었다. 앞으로 스폰서도 생기고 하면 뮤지션 개런티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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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존 라이브클럽협동조합장|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김학선: 홍세존 대표에게 홍대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홍세존: 내가 홍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어떤 ‘특이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럽을 만들면서 홍대 말고 어디에서 할까 생각해봤는데 인사동 정도를 빼고는 생각나는 곳이 없더라. 그만큼 홍대가 매력적인 곳이다. 이건 내 바람인데, 홍대 안에 클럽을 하고 공연기획을 하고 평론을 하고, 여러 음악 관련 일을 하는 관계자들이 많지 않나. 뮤지션들 빼고 이런 관계자만 해도 홍대에 몇 백 명이 있을 거다. 난 그 분들이 전국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여기 계신 분들이 지방에 가 살면서 거기 문화를 홍대화시키고 뮤지션들도 많이 초청해서 새로운 문화를 알렸으면 좋겠다. 지금 제주도는 그게 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곳 말고도 기다리는 곳은 많다고 생각한다. 홍대에 있는 몇 백 명이 밖으로 돌면 우리나라 문화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거 하고 지방으로 넘어갈 생각이 있다.

김학선: 마지막 질문이다. 라이브 클럽데이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 혹은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홍세존: 이번에 다시 라이브 클럽데이를 하면서 젊은 뮤지션들의 끓는 피가 있다는 걸 느꼈다. 또 옛날보다 뮤지션들 수도 많아졌는데 우리가 선두주자로 이끌어나간다면 평일에도 공연을 하고 관객들도 많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라이브 클럽데이 하루가 문제가 아니라 클럽데이로 인해 다른 날에도 많이 찾아와주고 비주류 음악도 많이 보러 와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홍대를 잘 아는 사람들만 오는 게 아니라 홍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공연을 보러올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정리: 웹진 [weiv] www.weiv.co.kr
필자: 김학선 studiocarrot@naver.com
사진: 김정효 한겨레 기자

[필자 소개] 김학선: 웹진 [보다]의 편집장으로 적진(=웹진 [웨이브])에서 글을 쓰고 있다. 먹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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