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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정명희

3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펜토, 얼스바운드, 두번째 달의 새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김영진, 정은정 

 

 

펜토 | ADAM | 쥬스 엔터테인먼트, 20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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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MICROSUIT]의 차갑고도 미끈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대했던 리스너들에게 [ADAM]의 첫인상은 어느 날 눈을 뜨니 아프리카 초원에 널브러져 있는 도시인이 느끼는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In My Dreams”의 도입부에서 흘러나오는 주술적인 노랫가락과 엇박자로 스텝을 밟는 듯한 스네어/심벌즈. 전투 직전의 승전 의식에서 울려 퍼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Warriors”의 둔탁한 비트 등은 펜토가 이전의 작업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유효’한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드러날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고도 재미있는 점은 펜토 특유의 ‘Gun Rap’이 이전의 어떤 결과물보다도 ‘맞는 옷’을 찾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8/10

김윤하: 어둡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편치 않지만 묵직하다. 5년 전 발표했던 [MICROSUIT]의 연장선에서 최초의 인간이자 인류의 시조인 아담을 탐하고자 시작한 여정은 결국 돌고 돌아 펜토 자신의 삶에 닿았다.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오직 하나의 골을 향해 달려가는 흐름과 크레딧을 온통 도배한 펜토의 이름을 보고 있노라니 알 수 없는 현기증이 이는 듯도 하지만, 의미 있는 이 편집증적 강박이 결코 싫지 않다. 7/10

조지환: 힙합과 일렉트로닉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Funeral”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노랫소리에선 아마존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박근홍이 피처링한 “ADAM”에선 펜토의 래핑이 퇴장한 후 폭발적인 록 보컬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가사에 있다. 분명 첨예하게 날이 선 가사지만, 그 칼날이 깊숙이 찌르고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다. 7/10

 

얼스바운드 | Hangover | 20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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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효선: 얼스바운드의 [Hangover]는 록을 바탕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외로움과 쓸쓸함, 허탈함과 자괴감, 위태로움과 불안함의 감정을 노래한다. 거칠면서도 블루지한 기타 연주와 리드미컬한 드럼, 그 둘 사이를 안정감 있게 조절하는 베이스가 서로 연주를 주고받으며 감정선을 더욱 극대화한다. 그들의 사운드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하게 채워져 있는데, 특히 “숙취”와 “씁쓸한 여자랑”, “해몽”은 사운드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그래서인지 앨범만큼이나 라이브가 기대되는 팀이다. 조만간 여러 사람의 콧노래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7/10

정구원: 얼스바운드의 블루지한 록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인상은 ‘점잖은 정확함’이다. 깔끔하게 끊어 밟는 드러밍과 그루비하면서도 과하게 튀지 않는 베이스 연주는 단단한 리듬감을 형성하며, 기타와 보컬은 분위기와 공간감의 형성보다 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구현하는 데 비중을 둔다. 기술적이지만 과시적이지 않은, 젠틀한 음악. 조금 더 야심 찬 시도를 보여줬다면 더 흥미로웠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불을 댕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7/10

 

두번째 달 |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 더라임라이트뮤직컨설팅, 201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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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환: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음악이 가볍게 어우러졌다. 여기에서 가볍다고 말한 것은 경박하다는 뜻이 아니다. 위화감이 없고, 무게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몇몇 트랙에선 여유롭게 담아낸 재치가 반짝이는데, 특히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의 경우 흡사 뮤지컬 음악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분명 국내에서 듣기 흔한 종류의 음악이 아님에도, 왜인지 익숙하고 포근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7/10

김윤하: 이 앨범을 들으며 이들의 데뷔작이었던 [Second Moon]이 무려 10년 전 앨범이라는 사실에 꽤 놀랐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 깜짝할 새’라는 관용구가 절로 떠오르는 세월의 빠르기에 한 번, 앨범과 앨범 사이 조금도 빛바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리 때문에 두 번 놀랐다.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원년 멤버가 거의 그대로 참여한 앨범은 마치 ‘정말, 그 동안 뭐하고 지냈니?’하는 물음에 선하고 다정한 미소로 대답하는 것만 같다. 7/10

성효선: 1집이 “여행의 시작”으로 그들의 음악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했다면, 2집은 “여행의 기술”로 10년간의 세월을 차근히 기술(記述)하며 청자를 또 다른 여행으로 안내한다. 모로코의 시장 소리가 들어간 첫 트랙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의 경쾌함으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서쪽 하늘에”와 같이 이국적이고 서정적인 감수성을 지닌 “두 개의 길”과 “가라앉는 섬”, 피아노의 선율이 매력적인 “푸른 저녁”, 플라멩코 스타일의 곡 “달이 피었네”, 남인도 구음(口音)을 차용한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 등 각각의 다른 색을 지닌 곡에서 그들의 넓고 다양한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두번째 달 스타일로 편곡한 “사랑가”는 그동안 들어본 ‘사랑가’ 중에서 가장 로맨틱하다. 원년 멤버였던 린다컬린이 직접 만들어 보내온 “Paper Boat”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 같다. 13곡의 노래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라는 물음인 동시에 대답이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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