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가인, 공중도덕, 코가손의 새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김영진, 정구원

 

 

 

가인 | Hawwah |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5.3.12

가인

미묘: 가인과 아이유의 전작들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순간들이 드문드문 귀에 들려, 이 프로덕션이 표현하는 고혹적 여성상의 매너리즘을 우려하게 한다. 그런데 이 음반이 이를 돌파하는 것은 신성의 테마이다. 음반 전체에서 가사는 죄를 중심으로 벌과 환희를 양손에 쥐어 보인다. 그런 신화적 세계관 속에서 “누가 환상을 말하지? 누가 또 환상을 지어내고 있지?”라 묻는 “Paradise Lost”는 더욱 인상적이다. 동화적인 세계의 박제를 거부하고, 동시에 매너리즘을 동어반복이 아닌 완성형으로 끌고 올라간다. 능청스러운 세속의 향기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발휘되고 있는바, 그렇다면 “Paradise Lost”가 음악적으로도 조금 더 강렬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8/10

김윤하: [Hawwah]가 가인을 뮤즈로 이끌어낸 가장 큰 성취는, 성적 코드를 앞세우는 여가수의 새 앨범을 둘러싼 담론을 그것이 얼마나 자극적인가가 아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로 옮겨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중의 반응이나 성공여부과 상관없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속에서 이끌어낸 ‘자유의지’로 유혹하는 가인의 모습은, 비록 뱀의 외피를 하고 있을지언정 한결 편안하고 여유롭다. 이 안정감의 밑바탕에는 가인의 성숙은 물론 금단의 열매와 이브를 중심으로 한 집중도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무게감을 선사한 리릭 프로듀서 김이나 작사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7/10

정은정: 기존의 예쁘장한 사운드를 유지하면서(Apple, 두 여자) 한층 묵직하고 도드라지는 비트를 사용해(Paradise Lost, The First Temptation) 매혹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런데 흥미롭게 귀를 잡아끄는 것도 추천 트랙도 모두 후자다. 과감하게 전면적으로 거칠고 강한 사운드에 치중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앨범 콘셉트는 성경의 하와를 표방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피어나”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성상’의 연장선에 가깝다. 섹슈얼리티를 활용해 치밀하게 직조한 스토리텔링은 인상적이나, 좀 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금기’를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저항적인 인물’로 재해석했다고 해서 나는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6/10

 

 

 공중도덕 | 공중도덕 | 미러볼뮤직, 2015.3.10

공중도덕

김윤하: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명확한 목표를 향해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소리가 담긴 앨범을 좋은 앨범이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공중도덕의 앨범은 그런 보편적인 좋은 앨범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노래가 모인 컴필레이션이다. 멜로디는 어떤 통제도 없이 제멋대로 춤추고, 리듬은 변칙적이며, 고함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가사는 온통 흐드러진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만드는 건 우리 생에 가장 낯선 흔적을 남긴 음악들의 익숙한 온기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앨범 정체는 다음의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 낯선 음 하나하나의 정수가 담겨 있거나, 좋은 기억만을 소환하는 마법이 걸려있거나. 8/10

정은정: 정은정: 공중도덕은 전자 음악가 휴(HYOO)의 알터 에고다. 두 캐릭터는 결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주변 환경에 착안하여 사운드의 질감을 이용한다는 점, 그리고 자신만의 풍경을 만든다는 점이다. 본작은 녹음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을 안개 깔린 촬영장처럼 배경으로 삼고, 통기타와 보컬로 부드러움과 날 것의 느낌을 더했다. 그렇다고 마냥 나른한 정서로 일관하지 않는다. 분열하거나 뭉개지는 노이즈, 내지르는 창법, 채집한 샘플링의 변주로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를 변환한다. 트랙이 견고한 통일성을 갖추나, 그 점이 밋밋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7/10

정구원: 처음 들었을 땐 어디서 이런 아티스트가 나타났을까 싶은 충격을 받았다. 두 번째로 들었을 때 그 충격은 생각보다 빠르게 희석됐다. 무정형하게 퍼져나가며 섞이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샘플링, 나지막한 보컬은 흥미를 자아내지만, 흥미 이상의 무엇인가를 전달하지는 못한다(혹은 전달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정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불쑥 끼어드는 순간들(예를 들면 “늪지대” 후반의 귀신 들린 모터바이크 엔진을 연상시키는 소리)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계속해서 CD를 돌리게 만든다. 내가 기억하기로 특정 음악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전자양 1집이 마지막이었는데, 그 때는 2001년이고 지금은 2015년이다. 이러한 접근법이 아직도 유효할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6/10

 

 

   코가손 | 오늘부터 EP | 블루보이, 2015.3.12

코가손

미묘: 파워팝 스타일의 사운드와, 오밀조밀하면서도 직선적으로 뻗는 연주, 철부지 같은 보컬이 사뭇 상쾌함을 안긴다. 감상적인 기분을 깔아넣은 채 안정적인 만듦새 속에 유쾌함을 추구하는 것 또한, 각각의 곡에서 발견하게 되는 매력이다. 네 곡의 EP치고는 느긋하게 솟아오르는 에너지를 보이는데, 팀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비슷한 커브를 그린다. 흔히 생각하는 ‘한국적 인디 록’의 분위기에 가깝게 출발하여 서서히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흥미로운 구조기는 한데, 혹시 풀렝스를 내기에는 다급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도 남는다. 7/10

정구원: 이전 싱글 리뷰에서 나는 코가손의 음악을 ‘레퍼런스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기분 좋은 90년대식 기타 팝’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첫 레코딩 [오늘부터 EP]도 기본적으로 그 소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비록 “오늘부터”가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을 좀 많이 연상시키긴 하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인상이 들긴 하지만,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확신 또한 들게 만드는, EP라는 포맷이 가진 역할에 충실한 좋은 데뷔. “오늘부터 너랑 나는 같은 길을 갈 거야”라는 수줍지만 결연한 목소리를, 계속 들어보고 싶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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